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이끄는 민간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가 6월 상장을 앞두고 있다. 기업가치가 최대 3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 세계 관심이 뜨겁다.
국내외 주식시장에선 스페이스X와 연결돼 있거나 제2의 스페이스X가 될 기업들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 스페이스X에 투자한 국내 금융사들의 주가가 폭등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많은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상장 후 기존 테슬라의 주가 향방이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해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상장이 역대 최대 규모의 IPO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한편 올 하반기 미국 시장에 등장할 또 다른 IPO 대어들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챗GPT의 개발사 오픈AI부터 앤트로픽, 데이터브릭스 등 AI 광풍을 몰고온 기업들이 전 세계 공모주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국내에선 스페이스X에 선제적으로 자본을 투입한 금융사와 벤처캐피털들이 주목을 받았다.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벤처투자, 아주IB투자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미래에셋그룹에서는 증권과 자산운용이 공동으로 3년 전 스페이스X에 4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했다.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글로벌스페이스투자조합1호의 증권 지분이 89.57%일 정도로 미래에셋증권이 투자를 거의 주도했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이 투자했을 때 대비 상장 후 기업가치가 10배가량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점이 부각되면서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지난 5월 13일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최근 1년 주가 상승률은 480%에 달했다. 우선주 미래에셋증권우, 미래에셋증권2우b 등도 각각 280%, 31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스페이스X의 초기 투자를 책임졌던 벤처캐피털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미래에셋그룹의 벤처캐피털사인 미래에셋벤처투자는 미래에셋그룹이 스페이스X에 지분투자를 위해 설정한 펀드에 주요 LP(기관투자자)로 참여했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 상승이 투자자산 가치 재평가로 직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초 8000원대였으나 지금은 7배 넘게 오른 6만원 선을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올해 스페이스X 외에 국내 주요 포트폴리오에 대한 엑시트 기대감도 큰 편이다. 맞춤형 반도체 전문 기업 세미파이브,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AI 기반 광고 솔루션 기업 몰로코, 중고차 플랫폼 헤이딜러 등이 본격적인 회수 국면에 진입해 있다. 아주IB투자도 주목 받고 있다. 아주IB투자는 미국 자회사 솔라스타벤처스를 통해 스페이스X에 투자했다고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투자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페이스X IPO 시 투자 수익을 낼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로켓이나 위성에 부품, 소재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도 수혜주로 묶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정밀 소재 기업인 스피어는 글로벌 최대 우주 기업의 아시아 유일 톱티어 특수합금 공급사로, 기존 40주 이상 걸리던 납기를 12주 이내로 단축하며 독보적인 역량을 증명했다. 스페이스X와 1조500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인텔레인테크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확장에 필수적인 안테나 및 지상 게이트웨이 솔루션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현재 역대 최고 수준의 수주 잔고를 기록하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제품 양산 페이즈에 진입함에 따라 향후 가파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페이스X의 차세대 로켓인 ‘스타십’ 엔진 등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를 공급하며 글로벌 뉴스페이스 시장 내 입지를 굳히고 있는 에이치브이엠도 있다. 에이치브이엠은 우주항공용 초정밀 특수금속 전문 기업으로 정밀 제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사체 제조원가 절감과 성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외에 제노코, 쎄트렉아이, 한화시스템, 컨텍, 루미르, 이노스페이스 등이 대표적인 스페이스X 관련주로 꼽힌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를 시작으로, 단순 기대감이 숫자로 전환되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스페이스X 상장 외에도 공공의 대규모 프로젝트 등에 따라 우주 기업들에 대한 투자 심리는 연중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우주산업의 비중 확대를 권했다.
해외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독주를 견제하며 ‘제2의 스페이스X’를 꿈꾸는 혁신 기업들이 서학개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스페이스X의 대표적인 경쟁사인 로켓랩은 소형 발사체 ‘일렉트론’을 통해 민간 우주 시장에서 스페이스X 다음으로 가장 높은 발사 빈도와 신뢰성을 증명했으며, 현재는 완전 재사용이 가능한 중형 로켓 ‘뉴트론’ 개발을 통해 대형 위성 발사 시장으로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 역시 중소형 로켓 ‘알파’의 발사 성공을 바탕으로 상업적 가동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협력과 국방부 대상 방산 시스템 공급을 통해 올해 4억 달러 이상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로캣랩과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최근 6개월 새 각각 170%, 80% 상승했다.
투자자 접근성이 높은 글로벌 우주 산업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들도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다. 스페이스X 상장 기대감을 타고 우주산업에 투자하는 ETF들이 연이어 출시됐다.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SOL 미국우주항공TOP10, KODEX 미국우주항공, 1Q 미국우주항공테크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출시한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우주 테크 분야 기업으로 구성된 ‘FnGuide 미국스페이스테크지수’를 비교지수로해 초과 성과를 추구하는 액티브ETF다. 성장하는 순수 우주산업에만 집중하고 스페이스X 상장 등 메가 트렌드에 사전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해 뉴스페이스의 핵심 성장 구간을 포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에코스타, 로캣랩, MDA 스페이스 등이 상위 편입 기업들이다. SOL 미국우주항공TOP10은 미국 우주항공 산업 성장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 10에 집중 투자하는 ETF다. 로캣랩, 에코스타, AST 스페이스모바일, 플래닛 랩스 등을 상위 종목으로 편입하고 있다. 이외에 WON 미국우주항공방산, TIME 글로벌우주테크&방산액티브 등이 있는데, 이 상품들은 우주항공 관련 기업들과 함께 우량 방산 기업들을 함께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TIME 글로벌우주테크&방산액티브는 로켓랩, 플래닛 랩스 등 우주항공 관련 기업들을 담고 있으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RTX 등의 글로벌 방산 관련 기업들도 편입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상장이 가시화되면서 테슬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테슬라 투자자들에게는 단기적인 수급 분산과 중장기적인 가치 재평가라는 복합적인 이벤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스페이스X에 직접 투자할 방법이 없어 테슬라를 대리 투자처로 여겼는데,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 단기적으로 투자자금이 테슬라에서 스페이스X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일론 머스크 입장에선 여러 상장사를 동시에 경영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는데, 이것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테슬라에 분명한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테슬라가 간접 보유한 스페이스X의 지분가치가 시장에서 정식으로 평가받으며 자산가치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 통신망은 테슬라의 로보택시와 자율주행 시스템을 완성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으로 확보된 막대한 자금이 위성 기술에 투입될수록 테슬라의 모빌리티 생태계는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상장 소식이 시장을 달구는 가운데 올 하반기 미국 증시에는 인공지능(AI)과 핀테크 등 각 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메가 IPO’ 후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곳은 단연 챗GPT의 개발사 오픈AI다. 샘 올트먼 CEO가 이끄는 오픈AI는 현재 약 5000억 달러(680조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으며 올 4분기 상장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생성형 AI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모델 훈련 비용과 추론 비용으로 인해 2026년 한 해에만 약 140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이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현재 투자자들은 오픈AI가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언제쯤 증명해낼지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픈AI의 강력한 대항마인 앤트로픽또한 올 하반기, 늦어도 10월경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오픈AI 출신의 다리오 아모데이가 설립한 앤트로픽은 ‘안전한 AI’를 기치로 내걸고 클로드(Claude) 모델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시리즈 G투자 이후 기업가치가 3800억 달러 까지 치솟았으며, 구글과 아마존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다만 CEO와 CFO 간의 상장 시점에 대한 내부 견해차와 모델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대규모 자금 조달 필요성은 상장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데이터 분석 및 AI 플랫폼 전문 기업인 데이터브릭스는 알리 고드시 CEO의 지휘 아래 약 1340억 달러의 몸값으로 하반기 상장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진다. 이들은 데이터 웨어하우스와 데이터 레이크의 장점을 결합한 레이크하우스 아키텍처를 통해 기업용 데이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견고한 매출 성장세와 달리 상장 직후 기존 주주들의 물량 출회 가능성과 클라우드 거인들과의 직접적인 경쟁 심화가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할 포인트로 꼽힌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네오뱅크 치임이 눈길을 끈다. 기업 가치는 약 300억~4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며,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하는 등 핀테크 기업 중 드물게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췄다.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은 데이브 림프 CEO 체제 아래 스페이스X의 독주를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당초 하반기 상장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당장 시급한 IPO 계획은 없다며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스페이스X 상장 이후 시장의 우주 섹터 온기가 확산될 경우, 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와 자금 확보를 위해 상장 시계가 빨라질 수 있다. 기업가치는 10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나 주력 로켓인 ‘뉴 글렌’의 발사 지연과 경쟁사 대비 낮은 수익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홍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