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고미술 경매시장의 열기가 후끈하다. 근대 동양화와 고서화, 도자기 등 좋은 작품에 대한 컬렉터들의 수요가 높아져 수작들을 중심으로 경합이 이어지기도 한다. 고미술 부분의 낙찰률도 이슈다. 2012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다 지난 3월 진행된 서울옥션의 제135회 미술품 경매에서 낙찰률 88%, 낙찰총액 17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활기를 되찾은 미술시장의 분위기도 고미술 분야의 높은 낙찰률을 이끌어낸 원동력 중 하나. 지난 경매에선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등 조선시대 대표 화가들의 작품들이 오랜만에 대거 출품되며 관심을 끌었고, 컬렉터들의 수준 높은 안목이 더해져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
가장 경합이 높았던 작품은 단원 김홍도의 <노매함춘>. 시작가 4300만원부터 100만원씩 호가가 올랐고 현장과 전화 응찰이 계속된 끝에 시작가의 4배가 넘는 1억9500만원에 낙찰됐다. 매화가지가 꺾여 있는 모습을 대담한 필치로 그려낸 <노매함춘>은 ‘단구’라는 단원의 호를 확인할 수 있어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아직은 저평가된 고미술품
경매 전문가들은 “최근 고미술품이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은 현대미술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말한다. 사실 2007년 미술시장이 훌쩍 성장했을 때도 고미술 품목의 가격은 큰 변동이 없었다. 서울옥션의 지난 경매에서도 김환기, 이우환, 장욱진 등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과 비교하면 가격차이가 확연했다. 미술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미술시장 취향의 서구화’와 ‘미술시장에서 고미술의 낮은 비중’을 꼽는다. 이 때문에 시장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고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중국미술과 비교해도 상당히 저평가됐다는 게 미술계의 중론이다. 1996년 뉴욕 크리스티에서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철화백자운룡문항아리>가 약 70억원(당시 환율·841만달러)에 낙찰됐을 때만 해도 중국 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세계 경매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일례로 2012년 6월 중국 근현대 미술계의 거장 리커란(李可染)의 1964년 작품 <만산홍편(萬山紅遍)>이 중국 폴리 경매에서 2억9300만위안(약 543억원, 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당시 중국의 작고 작가 작품 경매 사상 최고가이자 리커란 개인 역대 작품 중에서도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전통적인 중국 수묵 대신 붉은색 물감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중국 마오쩌둥의 시 <심원춘 창사>에서 영감을 받은 리커란의 대표작이다. 이처럼 중국의 자국 미술에 대한 자부심은 중국 미술을 세계 시장의 중심으로 부각시켰다. 리커란 외에도 산유, 자우키 등 중국 근대 미술계의 거장들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고미술 품목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초보 컬렉터들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장르다. 하지만 구매할 때는 오랜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 다른 미술품처럼 발품 팔아 정보를 얻어야 하고 고미술 상인이나 경매회사 전문가의 조언은 필수다. 무엇보다 구매할 작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작품의 보존 상태와 수리여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구매 후 작품 보관과 관리도 전문가의 시각이 필요하다.
고미술품 가운데 도자기, 고서화, 서예, 근대 동양화 등은 품목별로 살펴야 하는 특징들이 있다. 한국화의 경우 먼저 6대가로 꼽히는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심향 박승무, 심산 노수현, 의재 허백련, 이당 김은호의 작품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이들은 전통 한국화를 계승하는 근대의 한국화의 대가들이다. 전성기 시절 작품과 특정 계절을 그린 산수화의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청전 이상범의 경우 추경산수를 선호하는 컬렉터가 많아 가격이 높은 편이고, 소정 변관식은 금강산 그림이 인기가 많다. 두 작가 모두 60세 이후에 전성기를 맞아 이 시기 작품의 가격이 높은 편이다.
도자기는 많이 보고 경험해야 안목이 생긴다. 고려청자, 조선백자, 분청사기 등 종류가 많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대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 시대에 따른 제조 기술 변화도 이해해야 한다.
지역의 특징이나 역사 등 복합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전해지는 수량에 따라 시장의 규모가 형성되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희소가치도 잘 따져봐야 한다. 가격은 대체적으로 고려청자, 조선백자, 분청사기 순으로 높은 편이다. 또한 도자기 자체가 역사의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도자기 한 점에는 각 시대의 역사와 문화, 생활이 깃들어 있다. 이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은 우리 문화를 보존하는 일과도 같다. 깨지거나 흠이 있으면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수백 년의 세월을 담고 있는 도자기는 금전적 가치 외에도 역사와 문화 등 다양한 가치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조선백자의 경우 그 수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흠이 있더라도 귀중한 문화유산이 될 수도 있다.
고서화는 제작된 지 오랜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보존 상태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작품의 전시 이력이나 소장 경로 등 출처를 파악해 진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신력 있는 갤러리나 경매회사를 통해 전문가와 상담 후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상이나 불화 등 불교미술품은 조계종이 1999년에 발간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수록돼 있는지 살펴보고, 혹시 도난 된 작품은 아닌지 점검해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