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Tavern38이란 미국식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태번(Tavern)이라면 영국의 펍(Pup)처럼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으면서 음식도 괜찮은 미국식 레스토랑이 아닌가. 뉴욕특파원 시절 집 근처 태번에서 맛나는 음식들을 접했던 기억이 떠올라 얼른 연락을 했다. 미국 음식에는 아무래도 미국 와인이 좋을 것 같아 워싱턴 주의 유명 와이너리인 샤또 생 미쉘의 와인 두 병을 들고 찾아갔다.
Tavern38의 고병욱 오너 셰프는 스모키한 허브 아로마가 풍기는 ‘인디언 웰스 카비네 쇼비뇽’에 허브를 곁들여 구워낸 고등어 요리를 매칭했고, 산도가 높고 풍미가 뛰어난 ‘콜 솔라레’엔 역시 묵직하고 진한 맛을 내는 소스를 곁들인 치킨 요리가 잘 맞을 것이라고 했다. 먼저 샤또 생 미쉘 인디언 웰스 카비네 쇼비뇽을 땄다. 잘 익은 과일에 살짝 향신료를 곁들인 듯 신선하면서도 부드러운 아로마를 풍겼다. 한 모금 입에 머금으니 농익은 과일의 풍미 뒤로 살짝 구운 듯 고소한 너트향이 담긴 와인이 매끄럽고 우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먼저 이 와인에 매칭한 기름진 고등어구이가 나왔다. 어! 그런데 고등어 맛이 전혀 튀지 않았다. 수비즈 기법으로 저온 조리 후 껍질을 바삭하게 구워냈다는 고등어 요리는 물 좋은 놈을 써서인지 비린내가 조금도 나지 않았다. 소스로 버무린 양파 위에 얹어냈는데 부드럽고 구수한 고등어 살이 소스로 버무린 양파와 어우러져 잘 만든 야채샐러드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양파나 고등어 어느 한 쪽도 도드라지지 않고 멋지게 조화를 이뤘다. 여기에 살짝 스모키하면서도 풍부한 과일 향이 물씬 풍기는 향긋한 와인을 한 모금 마시니 입안이 아주 개운해져 다음 음식을 기다리게 했다.
다음 요리는 ‘로즈마리 브라인에 재운 뒤 로스팅해 풍미가 좋은 닭요리’. 고병욱 셰프는 “치킨을 레몬, 꿀, 소금, 로즈마리, 허브 등으로 만든 브라인 액체에 재웠다 구워내는데 닭고기 속살까지 브라인 액체가 스며들어 오븐에 로스팅을 해도 속살까지 촉촉하고 아주 부드럽다”며 “병아리콩과 카레, 베이컨 등으로 만든 요리를 베이스로 해서 닭고기를 얹어내는데 닭고기 뼈를 토마토 등 야채와 18시간 동안 조려 닭 맛과 야채 소스 맛이 농축된 치킨 소스 때문에 묵직하고 진한 맛을 내는 요리”라고 설명했다. 새 음식에 맞춰 다음 와인을 땄다. 샤또 생 미쉘이 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와 합작해 만들었다는 콜 솔라레에선 산도가 느껴지는 신선한 과일향 뒤로 삼나무와 바닐라 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로스팅 치킨을 한 조각 잘라 입에 넣었다. 브라인 소스에 숙성시켜서인지 닭고기 살은 부드럽고 촉촉했고 향신료 향까지 배어나와 다른 닭고기와는 전혀 다른 맛으로 다가왔다. 그 밑에 깐 병아리콩 조림은 닭 국물과 카레, 베이컨이 조화를 이뤄 적절히 짭짤한 게 부드러운 된장으로 조리한 듯한 느낌까지 주었다. 닭고기 요리지만 입안에 복합적이면서 묵직한 풍미를 남겼다. 기분 좋게 와인을 한 잔 마셨다. 역시 산도가 높아서인지 신선했다. 게다가 부드럽게 잘 녹아들었지만 그래도 강인함이 남은 타닌이 입안 곳곳을 부드럽게 자극하며 개운하게 씻어줬다. 그 뒤로 목 안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른 풍부한 과일과 향신료 향이 길게 여운을 남겼다. 두툼한 스테이크는 없었지만 배는 기분 좋게 차올랐고 감미로운 와인의 향에 젖은 듯 분위기도 서서히 달아올랐다.
Tavern38은
대법원에서 서울고로 가는 명달로 옆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요리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을 만큼 아담하며 편안한 분위기라서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과 함께 가기에 적당할 듯. Tavern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스테이크는 기본이고 닭이나 해산물 요리, 파스타 등 다양한 음식과 와인, 양주 등을 즐길 수 있다. 명절 당일 빼고는 거의 연중무휴로 영업을 하며 점심은 12시부터 오후 3시, 저녁은 오후 5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다. 자리가 다 찰 때가 많으므로 예약은 필수다. (02)522-3738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