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공히 국내 뮤지컬 시장은 최고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몇몇 흥행배우의 티켓파워에 의해 좌우되던 시절을 지나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은 작품은 아이돌 스타(?)의 등장 여부와 관계없이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관객들이 들어차고 있다. 시장이 점차 성숙해지고 마니아층이 두꺼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전성시대를 맞은 뮤지컬은 고전부터 창작극까지 매년 150편의 작품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유치하지만 피할 수 없는 궁금증 하나. 국내에 선보인 최고의 뮤지컬은 무엇일까? 기자가 만난 상당수 전문가나 공연전문 기자들은 지난해 초연됐을 뿐인 <레베카>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1938년 출간된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 <레베카>는 지난해 초연 당시부터 음악, 무대미술, 배우 3박자가 어우러져 단번에 클래식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초연의 완벽함이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올해 9월 다시 <레베카>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2년차 징크스’가 걱정이 된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지난해 한국 초연 당시 이미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 5개 부문을 휩쓴 까닭이다. 무대를 직접 보고나니 걱정은 어느새 환호로 바뀌어갔다.
배우들이 성장했고 무대 위 맨덜리 저택은 더 웅장하고 아름답게 바뀌었다. 특히 높은 난이도로 악명 높은 뮤지컬 넘버를 완벽하게 소화한 이제는 대한민국 뮤지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까지 성장한 배우 옥주현의 존재감은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 된 듯하다. 저음과 고음 여러 음색을 통해 ‘레베카’를 열창할 때는 이어지는 박수갈채로 극의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전 부인 레베카의 의문스러운 죽음 이후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영국 상류층 신사 ‘막심’과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며 맨덜리 저택을 지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 그리고 사랑하는 막심을 지키기 위해 댄버스 부인과 맞서는 ‘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극도의 긴장감은 천재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음악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특히 이 작품의 높은 완성도가 반가운 또 하나의 이유. 한국의 <레베카>는 음악과 대본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한국의 제작팀이 새롭게 창작해 국내 뮤지컬 제작능력의 성장을 목격할 수 있다. 무대의 완성도로 치면 기존 라이선스 뮤지컬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뮤지컬 <레베카>는 오는 11월 9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