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다.’
신체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게 없지만 특히 눈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래서 눈은 다른 수술이나 치료에 비해 더욱 깐깐하게 따지게 되고 그에 따른 속설도 많다. 특히 인터넷 사용이 늘고 정보가 많아지면서 의사보다는 인터넷이나 주변 소문을 맹신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오해가 적지 않다. 눈과 관련된 오해는 생활과 밀접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평소 정확한 정보를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안경을 벗고 생활하면 눈이 더 좋아진다?NO 평소 눈이 나빠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들은 가끔 안경을 벗고 생활하면 눈이 더 좋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안경을 벗고 쓰는 데 따른 근시량의 변화는 없다.
다만 벗은 상태에 적응하면 눈이 더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뿐이다. 반대로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이 안경을 벗고 생활하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속설도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눈이 나쁜데 너무 안 보이는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시감각이 떨어지고 눈의 피로도가 높아져 좋지 않다.
2 어린이들은 안구건조증이 생기지 않는다?NO 안구건조증은 성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노안이 찾아오면 더욱 심해지는 질환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안구건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린이들도 안심할 수 없다. 바로 스마트폰 사용의 증가 탓이다. 특히 3~4세의 어린이들은 부모님이 공공장소에서 어린이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장시간 스마트폰을 보면 어린이들도 안구건조증이 발생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평소 생활에서 관리가 어렵고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표현을 잘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신경을 써서 관리해야 한다.
3선글라스는 색이 진해야 자외선 차단이 잘된다?NO 강한 자외선은 우리 눈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외출할 때는 선글라스 착용을 권한다. 선글라스를 선택할 때도 요령이 있다. 흔히 색이 진하면 무조건 자외선 차단이 잘된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색이 짙은 선글라스는 동공이 확장돼 오히려 자외선 유입량이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색이 너무 진하지 않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구입할 때는 UVA, UVB 모두 99% 이상 차단하고 가시광선도 70% 정도 막을 수 있는지 꼼꼼히 체크 후 착용해야 한다.
4눈이 피곤할 때는 냉찜질을 하면 좋다?NO 여성들은 아침에 눈이 부었을 때 얼린 숟가락으로 눈을 찜질하는 경우가 많다. 부은 눈을 가라앉히고 피곤함도 없애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눈에는 냉찜질보다는 온찜질을 하는 것이 더 좋다. 냉찜질은 눈 주위 혈류를 방해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냉찜질은 눈에 좋지 않다.
라섹 수술 후에 통증을 없애기 위해 일시적으로 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평소에 습관적으로 하는 것은 이롭지 않다. 대신 온찜질을 하면서 눈 주위 튀어나온 뼈를 마사지 해주면 눈 주위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눈 근육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5노안이 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NO 모든 사람이 노화를 막을 수 없듯이 노안도 노화의 증상 중 하나이기 때문에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증상의 정도나 시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노안을 완전히 막았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노안은 대부분 40대 중반부터 시작되며, 30대 후반~40대 초반에 나타나는 사람도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평소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거나 스마트폰, 독서처럼 근거리 작업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가까이 보는 습관 때문에 노안을 앞당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노안이 오면 먼저 문자 메시지나 신문과 같은 근거리를 볼 때 불편함을 느끼거나, 먼 곳과 가까운 곳을 교대로 볼 때 초점 전환이 늦어진다.
6라식수술을 하면 노안이 빨리 찾아온다?NO 결론부터 말하자면 라식과 노안은 관련이 없다. 중년 이후 라식 수술을 받아 먼 곳이 잘 보이면, 가까운 곳이 잘 보이지 않는 노안 증세가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시력교정 여부와는 무관하다. 라식 수술은 레이저로 각막을 깎아 눈의 굴절력을 변화시키는 수술이다. 반면 노안은 각막보다 안쪽에 위치한 수정체가 딱딱해지면서 탄력을 잃어 조절 기능에 노화가 오는 질환이다.
따라서 라식수술을 한다고 노안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소 생활습관이 노안을 앞당길 수 있다. 특히 현대인들은 스마트폰, 컴퓨터 사용으로 가까이서 장시간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근거리를 보는 것은 눈을 더 피로하게 하고 노안을 재촉할 수 있다. 비문증, 백내장 등과 같은 안질환도 라식, 라섹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 아니며 대부분 노안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7 렌즈를 오래 착용하면 각막이 얇아져 수술이 불가능하다?NO 시력교정술을 고려하는 사람 중에는 장기간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해 온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렌즈를 오래 착용하면 안구건조증이 생기거나 각막이 얇아져 시력교정술이 불가능하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라식, 라섹은 각막을 깎아내 굴절 이상을 교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각막 두께에 따라 수술 가능 여부와 수술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술을 앞둔 사람들은 자신의 각막 두께에 민감해지는데 흔히 렌즈를 장기간 착용하면 각막이 눌려 두께가 얇아져 수술이 어렵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각막 두께는 선천적인 것으로 후천적인 영향으로 두께가 변화하지는 않는다. 다만 렌즈를 오래 착용하면 관리 소홀로 각막에 상처가 생기거나 결막염과 같은 안질환이 생길 수 있다.
8 정상 안압 때 녹내장 걱정은 필요 없다?NO 녹내장은 안압이 상승하면서 시신경이 눌려 손상돼 시야 장애, 실명까지 이어지는 질환으로 안압이 높으면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 등 동양인에게는 정상 안압인데 녹내장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인종에 따라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녹내장은 소리 없는 시력도둑이라고 불릴 만큼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으며 자각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말기까지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평소 조기 진단을 통해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9녹내장, 황반변성은 무조건 실명한다?NO 녹내장, 황반변성은 3대 실명질환 중 하나로 초기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실명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큰 질환이다. 하지만 이 질환이 발병했다고 무조건 실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녹내장, 황반변성은 초기에 자각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말기까지 방치하기 쉬워 실명까지 갈 수도 있지만 발병만 하면 무조건 실명하는 것은 아니다. 정기검진을 통해 초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녹내장은 안압, 시신경 손상 정도, 나이 등을 고려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데 먼저 안압하강제를 사용해 안압을 낮추는 요법을 쓰고 경우에 따라 레이저 치료법을 진행한다. 황반변성 중 건성은 시력에 영향을 많이 주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가 없지만 습성은 시력보존을 위해 지속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10 ‘핀홀 안경’을 착용하면 시력 교정이 가능하다?NO 작은 구멍이 뚫린 핀홀 안경을 끼면 구멍 사이로 이미지를 볼 때 선명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효능은 눈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역할이지만 최근에는 이미 나빠진 시력을 회복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나빠진 시력을 안경으로 교정하기는 어렵다. 눈의 피로를 풀어 시력이 더 나빠지는 현상은 막을 수 있지만 이것도 핀홀 안경만 맹신하기는 어렵다. 평소 루테인, 비타민 등과 같은 영양소를 꾸준히 섭취하고 근거리 작업을 줄이는 등 생활습관을 통해 눈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시력이 너무 안 좋아 안경, 렌즈가 불편하다면 정밀 검사 후 시력교정술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 원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9호(2014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