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나 타는 장난감 아니에요?”
모터스포츠분야의 문외한이거나 멀찌감치서 처음 카트의 겉모습만 접한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조소란다. 그러나 F1스포츠팬이나 카트레이싱 마니아들 앞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잘못 꺼냈다가는 눈물 쏙 빼도록 따가운 핀잔에 소양까지 의심 받을 수도 있다.
‘꼬마포뮬러’라 불리는 소형 경주차인 레이싱카트는 F1 입성을 위한 필수과정이다. 세계적인 프로 드라이버들은 대부분 10세 전후에 카트 레이싱을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F1 전설’ 슈마허 역시 4세 때 카트로 모토스포츠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크기나 모양만 놓고 보면 이유 없는 오해는 아니다. F1 레이싱카들과 프레임은 비슷하지만 길이는 180cm가량에 높이는 60cm가 채 되지 않아 그럴듯하게 꾸민 범퍼카 정도로 볼보일수도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성인남자 한 명이 꽉 차게 앉을 수 있는 안장 옆에 모터가 자리해 있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패드가 자리한 앞쪽 프레임까지는 서킷바닥이 훤히 드러나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굳이 헬멧 등 안전장비를 갖춰야 할까? 라는 의구심도 머릿속에 스쳐갔다.
F1레이서 된 듯 질주본능 폭발
선입견은 레이싱카트의 시동을 걸자마자 깨진다. 온몸을 진동시키는 커다란 엔진소리에 주눅부터 든다. 액셀페달을 천천히 밟자 일반 자동차에서 좀처럼 느껴보기 힘든 순간가속도에 몸 전체가 뒤로 쏠린다. 잠실 코리아 카트 박충환 팀장은 “카트의 순발력은 타보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힘들다”며 “F1포뮬러에 비해 최고속도는 떨어지지만 무게가 가볍고 차체가 더 낮아 훨씬 다이내믹하다”고 설명했다.
트랙을 한두 바퀴 돌아보면 서서히 페달감과 다소 퍽퍽한 핸들조작에 익숙해져 속도를 낼 수 있다. 속도가 빨라지며 곡선면을 지날 때 핸들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드리프트되는 쾌감 역시 일품이다. 한강변을 걷던 사람들이 관객을 자청하자 흡사 F1레이서가 된 듯 으쓱해진다.
레이싱카트의 최고속도는 120~160km로 체감속도는 200km를 훌쩍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초보자가 처음부터 레이싱카트를 운전할 수는 없다. 카트는 크게 레저카트(체험형 최고시속 30km), 스포츠카트(최고시속 60km), 레이싱카트(스프린트 최고시속 160km), 슈퍼카트(최고시속 200km 이상)로 나뉜다. 가끔 휴일에 취미로 아이들과 즐기기에는 레저카트로 충분하다. 아이들의 경우 대략 초등학교 5학년 이상으로 자신의 몸을 충분히 가누고 페달 조작으로 가능한 신체조건을 가져야 탑승가능하며, 그렇지 않다면 어른과 함께 타는 2인용 카트를 선택해야 한다.
1회 카트운전시간은 엔진과열 등을 피하기 위해 대체적으로 10분으로 제한하고 있다. 비용은 서울시내 유일한 잠실카트장을 기준으로 하면 1인용 1만7000원, 2인용 2만2000원이며 스포츠카트의 경우에는 3만5000원이다.
짧은 시간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지 않은 편이나 타본 사람만 아는 카트의 매력에 빠진 마니아들은 정기적으로 서킷을 찾게 된다는 것이 박 팀장의 설명이다. 카트의 매력은 무엇보다 다이내믹한 스피드를 즐기면서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낮은 차제와 특수프레임을 통해 스핀현상은 있을 수 있지만 F1과 다르게 전복현상은 레이싱 경기에도 드물다. 레저카트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다이내믹한 스피드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스포츠카트 단계로 넘어간다. 스포츠카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카트를 대여해 즐기는 경우보다 직접 카트를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 브랜드, 신체구조, 스타일에 맞게 프레임과 엔진 그리고 타이어 등을 조립하는 스포츠카트는 적게는 수백만 원부터 시작해 억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스포츠카트를 구매할 경우 서킷을 보유하지 않는 이상 전문카트장에 보관을 많이 하는데 정기적인 정비를 포함한 보관비용은 한 달에 10만원 안팎이다. 박 팀장은 “몇몇 스포츠카트 동호회들은 정기적으로 서킷을 빌려 자체적으로 대회를 여는 경우도 있고 전문레이서가 되기 위해 연습을 하기도 한다”며 “요즘은 삼성, 현대 등 일반 회사들이 워크숍 장소로 찾아 체험형 카트로 토너먼트 미니게임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카트레이싱은 이제 막 걸음마
레이싱카트는 단계로 넘어가면 이제 세미프로의 세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 레이싱카트가 도입된 것은 1991년으로,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저변으로 치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F1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카트레이싱도 점차 인지도를 쌓아가며 장난감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
카트대회는 주로 주행거리가 짧은 스프린트 레이스의 경우 보통 4분의 1마일(400m)~1마일(1600m) 정도의 트랙에서 치러지는데 긴 내구 레이스는 피트스톱 없이 30분 혹은 45분 이내로 진행하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도 한국자동차경주협회에서 인정받은 공인 주최자가 몇몇 대회를 열고 있다.
상금은 대회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500만원 정도로 카트레이싱 저변이 확대되어 가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2시간 정도 교육을 받으면 레이스용 카트를 타볼 수 있지만 제대로 이론, 핸들링, 브레이킹, 코너 공략법 등의 레이싱 기술을 익히려면 최소 4주일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과정을 마치면 교육을 시행한 업체 대표의 추천을 받아 한국자동차경주협회 라이선스를 취득해 선수로 활동할 수 있다.
협회 라이선스를 취득해 경기에 참가하려면 개인 레이스용 카트가 필요하다. 쓸 만한 레이싱용 카트는 800만원대부터 시작하고 상위 랭커가 타는 카트는 2억원을 넘기도 한다. 개인 소유의 카트가 있으면 체험장별로 책정된 소정의 서킷이용 비용만 내고 탈 수 있다.
슈퍼카트는 시속 200km를 훌쩍 넘는 F1포뮬러의 전신격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는 아주 소량 소유한 경우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탈 수 있는 서킷은 없고 전시용 정도로 활용되고 있다.
카트 어떻게 만들어 지나
1955년 캘리포니아의 자동차 엔지니어였던 아트 잉겔스가 버려진 쇠파이프와 잔디깎기용 엔진을 사용하여 제작한 것이 기원이다. 지속적인 개량과 기술개발을 거쳐 오늘날의 규격에 이르렀는데 여러 클래스가 있지만 대표적인 클래스는 길이 182cm 이하, 너비 140cm 이하, 공냉식 2행정 100cc 이하의 엔진이 기본이다. 프레임은 강철과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으며 대개의 경우 몸체는 없으나 레이싱용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합성수지로 된 커버를 씌운 제품이 많다. 단순한 구조지만 최고 속도는 160km에 육박하는 속도감은 몇 배에 달한다. 스티어링 휠은 유격이 전혀 없어 엄격한 컨트롤이 요구되며 모든 조작부가 민감하여 여기에 익숙해지면 포뮬러가 타더라도 위화감이 없다. 현재 F1드라이버의 7할 가까이가 카트 경험자로 되어 있고, 슈마허는 아직도 취미로 카트를 탈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