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런던의 도심 한복판. 출근길의 신문사 부고 전문기자 댄의 시선은 도로 맞은편 인파속 아름다운 한 여성을 향한다. 스트립 댄서인 앨리스 역시 댄을 응시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다 택시에 치여 쓰러진다. 얼떨결에 앨리스의 보호자가 된 댄과 앨리스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녀는… 누구라도 무장해제시켰다.”
달달함을 잔뜩 머금은 연극 <클로저>의 도입부는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 나탈리 포트먼 등 쟁쟁한 별들이 열연해 아련한 사랑이야기로 관객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던 영화 <클로저 2004>가 오버랩된다. 그러나 로맨틱한 분위기는 도입부로 끝이다. 앨리스의 삶을 바탕으로 소설가로 데뷔한 댄은 책에 사용할 사진을 찍다가 사진작가 안나에게 반하고 그를 유혹한다. 그렇게 꼬여가기 시작하는 댄, 앨리스, 안나, 안나의 남편 래리의 치정(癡情)의 실타래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슬픈 사랑이야기를 그렸지만 연극에서는 현실적인 사랑과 엇갈림으로 인한 아픔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추민주 연출자의 말처럼 극은 운명적인 첫 만남 이후 달콤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의 모습은 생략하고 있다.
처절하도록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해 빠른 템포로 특정 장면을 적나라하게 파고드는 기법을 택했다.
일상성을 지닌 캐릭터들은 꿈꿔오던 사랑과 현실적인 사랑의 괴리감에 아파하고 질투하고 분노한다. 내재적 혼란을 겪은 주인공들이 담담하고 싸늘하게 뱉어내는 욕설 섞인 대사들이 천박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현재 사랑이 진실입니까’라는 날선 질문을 던지는 연극 <클로저>는 패트릭 마버의 희곡이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깊이가 담겨있다. 2013년 12월 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