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통 살려 모빌리티 기업 도약 홍성관 디앤에이(DNA)모터스 대표 “첫 125cc 스쿠터와 전기오토바이로 승부”
안재형 기자
입력 : 2022.03.10 10:48:55
수정 : 2022.03.11 10:54:01
올해로 창립 44주년을 맞은 ‘디앤에이(DNA)모터스’는 국내 오토바이 시장을 선도하는 최대 이륜차 제조업체다. 1978년 대림자동차로 시작해 2018년 대림오토바이로 사명을 변경했고, 지난해 디앤에이(DNA)모터스로 이름을 바꾸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대림오토바이와 합병했던 바이크 렌털 전문 서비스 기업 AJ바이크도 ‘에이렌탈앤서비스(A Rental and Service)’로 이름을 바꾸고 신발 끈을 고쳐 맸다. 디앤에이모터스의 D와 A는 그러니까 대림오토바이와 에이렌탈앤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DNA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결단과 비전은 실적으로 증명됐다.
매년 쪼그라들고 있던 국내 이륜차 시장에서 디앤에이모터스는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흑자를 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서울 마곡동에 자리한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홍성관 대표이사(CEO)는 명함 앞뒤에 CEO라 인쇄된 디앤에이모터스와 에이렌탈앤서비스의 사업을 소개하며 “40여 년 갈고 닦은 대림오토바이의 네트워크와 에이렌탈앤서비스의 렌털 사업 노하우가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는 3월에 출시될 첫 125cc 럭셔리 스쿠터 UHR125와 하반기 출시 예정인 전기오토바이 ED1(프로젝트명), 여기에 구매자가 아닌 사용자를 위한 렌털 서비스가 더해져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전기이륜차 BSS(Battery Swap Station·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사업을 설명할 땐 눈빛이 반짝였다.
홍성관 대표가 UHR125를 소개하며 카메라 앞에 섰다. 디앤에이모터스의 새로운 프리미엄 스쿠터 모델 UHR125는 최고출력 12마력, 최대토크 12Nm의 성능을 보유한 125cc 오토바이다. 8ℓ 연료통을 가득 채우면 400㎞ 이상 달릴 수 있다.
이륜차 시장도 점차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이동 중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경남 창원 공장에 매달 내려간다고 들었습니다.
▷월급쟁이 관심은 늘 회사일이죠.(웃음) 예전엔 창원과 서울에서 격주로 근무했는데, 지금은 한 달에 한 주 정도 내려가 있고 일이 있으면 늘 오가고 있습니다. 올 안에 공장을 이전할 계획이라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피는 중입니다.
▶최근 업계의 이슈 중 하나는 디앤에이모터스의 첫 125cc 스쿠터 ‘UHR125’인데요.
▷3월에 출시할 예정인데, 저도 기대가 큽니다. 125cc 기종이 오토바이 전체 시장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저희는 이 기종이 없었거든요.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배달 시장이에요. 라이더분들이 주로 타는 기종이죠. 2018년부터 중국의 하우즈와 OEM 계약을 맺고 공동개발을 진행했어요. 현재 라이더분들을 대상으로 일부 차량을 시험운행하고 있는데 꽤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우즈와 OEM 계약을 맺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내연기관 오토바이 기준으로 연간 200만 대를 판매하는 중국 내 1위 업체예요. 오너가 글로벌 스탠더드 이상의 기준을 갖고 있어서 품질에 대해 꼼꼼히 챙깁니다. 특히 우리 시장의 환경이나 기준을 개발 시점에 반영해 완성했어요. 현재 국내 125cc 시장은 일본 기업인 혼다와 야마하가 약 90%를 점유하고 있는데, 시험 주행에서 일본 제품에 못지않거나 훨씬 좋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올 연말 즈음에는 새로운 전기오토바이도 나올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설계부터 제조까지 국내에서 모든 과정을 진행한 순수 국산 제품입니다. 올 연말쯤 출시를 예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고성능 상업용 전기오토바이죠. 전기오토바이는 배달이나 물류 쪽에선 성능이나 배터리 용량 면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었거든요.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이번엔 다를 겁니다.
▶쉽게 말해 배달용 전기오토바이로도 쓸 수 있다는 말인데, 어느 정도 고성능인가요.
▷초창기 전기오토바이는 경형(3㎾)이 많았어요. 배터리나 모터 모두 그랬지요. 현재 저희가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전기 제품이 5㎾ 정도 됩니다. 연말에 나올 제품은 7㎾급이에요. 배터리도 저렴한 중국산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국산 제품이 사용됩니다. 국내 B2B업체 중 가장 기준이 까다로운 곳이 우정사업본부예요. 집배원분들이 타는 오토바이의 성능이 상당히 높거든요. 운전자 몸무게가 75㎏이라면 뒤에 실을 짐 무게는 80㎏, 등판 각도는 30°까지 올라야 하는 등등의 세세한 기준이 있어요.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제품이 아마도 국내에서 상업용으로는 처음으로 이런 기준에 적합한 모델일 겁니다.
▶개발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재 배송 시장은 내연기관 오토바이가 약 99%를 차지하고 있어요. 아직은 전기오토바이 성능이 미치지 못하고 있지요. 하지만 오토바이도 점차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고성능 제품에 대한 준비는 지난해부터 진행했어요. 전기오토바이를 개발하기 위한 시설은 사실 창원 공장에 이미 마련돼 있는데, 10억원가량 투자해 업그레이드했고 자체 모델 개발에 약 3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125cc 신제품과 새 전기오토바이, 이 두 가지가 현재 최대 관심사예요. 매일 진척 상황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배달 시장이 이끈 오토바이 성장세, 렌털로 승부
▶올해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가 되겠군요.
▷그렇게 돼야죠.(웃음) 국내 오토바이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10만 대 내외 규모였어요. 2007년 무렵 대림오토바이의 판매량이 약 30만 대였습니다. 그만큼 시장이 정체된 거죠. 그러다 2017년에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며 물류 배송 시장이 열렸고, 팬데믹으로 음식 배달 시장이 폭발하면서 오토바이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전기오토바이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또 다른 시장이 열리게 된 거죠. 이제 실력으로 그 시장을 넓혀야 합니다.
▶오토바이 제조와 판매만으로는 시장 선점이 부족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배달을 주업으로 하는 분들, 그러니까 직업 라이더분들은 주로 125cc 오토바이를 타는데, 말씀드린 것처럼 대부분 수입 차이다보니 가격이 400만원 이상이에요. 여기에 보험료가 1000만원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고율이 높다는 거죠. 보험료가 싸다고 해도 600만~700만원이니 목돈을 내기가 어려워요. 여기에 하루 평균 100~150㎞를 타는 분들이 많으니 잔고장이나 수리가 필요한 부분이 많습니다. 누가 관리해주면 얼마나 편하겠어요. 그래서 오토바이 렌털 시장도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명함 뒤쪽에 에이렌탈앤서비스가 바로 그 일을 하는 회사죠.
▶디앤에이모터스는 제조와 판매를, 에이렌탈앤서비스는 렌털 서비스를 담당한다?
▷배달 관련 시장이 늘고, 전기오토바이 수요도 늘다보니 기존 내연기관 오토바이에서 전기로 갈아타는 분들의 수요도 생겼습니다. 그런 모든 이유로 10만 대 내외이던 국내 시장이 지난해 14만6000대로 쑥 커졌어요. 물론 두 회사의 결합은 충분한 시너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규모가 달라지더군요. 현재 전국에 등록된 오토바이가 약 240만 대 정도 됩니다. 잘 만들어서 잘 파는 회사가 아니라 잘 만든 제품을 고객이 타는 동안 불편함 없이 서비스하는 회사가 된다면 10만 대 신차 시장이 아니라 200만 대 이상의 기존 고객이 모두 타깃이 되는 셈이죠. 저희 제품을 구매한 분들이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는 모든 분들이 저희 타깃이자 고객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디앤에이모터스의 오토바이를 사거나 렌털하면 관리할 걱정은 없는 거네요.
▷에이렌탈앤서비스에선 디앤에이모터스 제품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하면 일본이나 대만 제품도 공급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디앤에이모터스는 렌털 관련 고객 확보나 서비스 체계가 없었고 에이렌탈앤서비스는 전국 서비스망이나 영업망이 없었는데 두 회사가 결합하며 필요충분조건이 딱 맞은 셈이죠. 디앤에이모터스는 전국에 500개 이상의 판매와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요. 물론 저희 제품을 렌털하면 더없이 좋겠지요. 그런 면에서 125cc 기종을 출시하는 올해부터 확 달라진 실적 상승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2019년부터 합을 맞추고 있는데요. 매출 면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2019년 9월부터이니 실질적으론 지난해부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양 사 기준으로 2020년 대비 약 30% 성장했습니다. 디앤에이모터스는 2020년에 매출 약 710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820억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에이렌털앤서비스는 2020년에 270억원에서 지난해 500억원이 넘었어요. 합하면 2020년에 1000억원 규모였던 회사가 지난해 1300억원이 됐고, 올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기오토바이의 또 다른 승부수는 BSS
▶BSS(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사업도 기대되는 분야인데요.
▷전기오토바이의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충전이에요. 배터리 성능이 점점 좋아지곤 있지만 배달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짧게는 2시간 반, 길게는 4시간이나 걸리는 충전 시간이 걸림돌입니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며 시장 확대를 유도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활성화가 쉽지 않은 것이죠. BSS는 저희가 3년 전부터 준비한 사업입니다. 전기오토바이 안장을 열면 각각 무게가 10㎏인 두 개의 배터리가 들어있는데, 주행하다 배터리가 다되면 공중전화 부스처럼 생긴 BSS에 들러서 충전된 배터리로 바꿔 끼우면 됩니다. 연말에 출시될 고성능 오토바이에도 이런 형식이 적용될 겁니다.
▶대만에선 이미 일상화된 서비스라고 하던데요.
▷대만의 고고로(GOGORO)라는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해변가에 약 2000기 이상의 스테이션이 깔려 있어요. 전기오토바이 보급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죠. 지난해 정부에서 전기오토바이 배터리 교환형 실증 사업을 두 번 진행했는데 두 번 모두 저희가 낙찰받아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 81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쿠팡 MFC에선 아예 내부에 스테이션을 설치해놓고 있어요. BSS가 활성화되면 내연기관에서 전기오토바이로의 이동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겁니다. 올 상반기에는 200기 이상을 더 설치할 계획입니다.
▶디앤에이모터스의 궁극적인 목표라면.
▷앞서 말씀드린 서비스에 중고 시장까지 책임지는 사업을 갖추려고 합니다. 오토바이는 중고 시장은 있지만 아직 주먹구구식이거든요. 시스템화해서 체계화해야죠. 전기오토바이는 폐배터리 문제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폐배터리 활용과 관련한 스타트업과 이미 제휴를 맺고 활용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오토바이에 쓰던 배터리를 자전거나 손전등에 활용할 수 있거든요. 원 소스 멀티 서비스 회사라고 해야 할까요.
He is
1969년생.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AJ M, AJ렌터카, AJ네트웍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디앤에이모터스와 에이렌탈앤서비스 CEO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