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2021년 중국 경제 낙관론 솔솔 中 사회과학원 “7.8% 성장 전망”
김대기 기자
입력 : 2021.01.04 15:23:16
수정 : 2021.01.04 16:05:00
2020년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충격에도 V자형 회복 곡선을 그리며 시련 속 희망을 보여줬다. 2020년 초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빠르게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1~2월 중국의 생산, 소비, 투자, 수출입 등 사실상 모든 경제 활동이 일시에 마비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6.8%로 주저앉으며 분기별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국의 강력한 전염병 통제 조치와 함께 1000조원이 넘는 고강도 경기부양책이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면서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0년 2분기와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각각 3.2%, 4.9%를 기록했다. 아직 4분기 성장률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4분기와 2020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5.9%, 2%로 전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소비·투자·수출이 동반 회복세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소매판매는 3조9514억위안(약 659조76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지난 1~2월 -20.5%로 추락한 이후 줄곧 개선되는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1월 중국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11·11 쇼핑 축제가 열린 가운데 온라인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온라인 경제 매체 시나차이징에 따르면 2020년 1~11월 중국의 온라인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어난 10조5374억위안을 기록했다. 인프라스트럭처 시설 투자를 포함한 고정자산투자도 연중 최고치를 찍으며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생산 및 고용지표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11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7.0% 늘어났으며 11월 기준 도시 실업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한 5.2%를 기록했다. 11월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1% 급증한 2680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별 수출 증가율은 2018년 2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소비를 비롯한 주요 경제 지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중국 내수 시장이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지난 11월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알리바바그룹의 ‘11·11(쌍십일) 쇼핑 축제’ 거래액이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 83조원대로 뛰었다.
이제 중국 안팎의 이목은 2021년 새해 중국 경제의 향방에 쏠려있다. 중국 내부에선 중국 경제가 올해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 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2월 15일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2021년 경제청서 : 중국 경제 정세 분석 및 예측 보고서’를 발표하며 낙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리쉐쑹 중국사회과학원 공업경제연구소 부소장은 “2021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7.8%에 이를 전망”이라며 “특히 소매판매 증가율이 4~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소비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사회과학원은 2021년 중국 경제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으로 ▲주요 경제 지표의 양호한 흐름 ▲산업 공급망의 안정 ▲탈(脫)빈곤 정책의 효과 발현 ▲안정적인 고용 추세 ▲전통·신흥 산업 간 전환 가속 ▲개혁개방 박차 등을 꼽았다.
다만 사회과학원은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2021년엔 소비 확대를 더욱 꾀하고 질적으로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 촉진’과 ‘질적 발전’을 강조한 사회과학원의 제언은 중국 지도부가 지난 12월 중앙정치국 회의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비친 ‘2021년 거시경제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2021년 거시 경제 운용과 관련해 중국 지도부는 ‘안정 속 발전(온중구진·穩中求進)’ 기조를 유지하면서 ‘질적 성장’을 꾀하기 위해 ‘쌍순환(雙循環·이중 순환)’ 전략과 ‘수요 측면 개혁’을 추진할 구상을 갖고 있다. 중국 당국은 매년 1년 단위의 경제 운용 계획을 세우지만 각 단기 계획은 5개년 계획 등과 같은 중장기 전략과 맞물려있다. 그래서 거시적인 장기 계획의 틀과 함께 2021년 경제 운용 전략을 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중국 지도부는 지난 11월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 ‘경제사회발전 14차 5개년 계획(2021~2025)’과 ‘장기 발전 계획(2035)’을 승인하고, 계획을 이끌 전략으로 ‘쌍순환’을 채택했다. 쌍순환은 내수 위주의 자립경제에 집중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조성하는 한편 대외 경제도 함께 발전시킨다는 경제 전략이다. 즉 쌍순환은 소비를 통한 내수 진작이라는 ‘국내 순환’과 중국 경제와 세계 시장을 연결하는 ‘국제 순환’을 융합시켜 놓은 개념이다.
우선 2025년까지 적용될 14차 5개년 계획은 ‘국내 순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삼두마차(소비·투자·수출) 가운데 소비 촉진을 통한 내수 잠재력을 키워 자립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소비는 중국 경제성장 기여율이 60%에 이를 정도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2035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발전 계획은 ‘기술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중국 지도부가 집중 투자 대상으로 삼은 것은 첨단기술과 첨단 제조업 분야다.
쌍순환 전략은 중국 지도부가 꺼내든 ‘수요 측면 개혁’과도 자연스레 연결된다. 수요 측면 개혁은 지난 12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처음 언급됐다. 중국은 2015년부터 ‘공급 측면 개혁’을 통해 과잉생산 해소와 부채 축소에 나섰는데 이제는 수요 측면 개혁에 돌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수요 측면 개혁의 핵심은 총수요를 구성하는 경제 변수 가운데 ‘소비’를 우선 촉진시켜 ‘내수 확대’를 꾀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소비를 중심으로 총수요의 나머지 변수인 투자와 순수출도 자극해 키우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중국 지도부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수요가 공급을 견인하고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균형을 이뤄내 국민경제의 효율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지도부가 ‘질적 발전’을 위해 신경 쓰고 있는 또 다른 부문은 중국 경제를 둘러싼 위험 요소를 제어하는 일이다. 중국 당국은 특히 플랫폼 기업의 인터넷 금융과 부동산 과열 문제를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고, ‘반독점 정책’ 등을 꺼내들며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2020년 연말 국유기업의 잇따른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발생하고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르자 중국 당국은 ‘금융 리스크 방지’에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0월 “결단코 ‘대수만관(大水漫灌·물을 대량으로 쏟아붓는다)’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동성 긴축 신호를 내비친 바 있다.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해 지금 당장 본격적인 긴축 행보를 걷지는 않겠지만 유동성 공급 강도를 조절하는 출구 전략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참고보는 인민은행의 신호에 대해 “통화정책 기조가 ‘온건중립’으로 회귀한 것”이라며 “유동성 과잉문제와 부실대출 부작용을 제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바이든 미 행정부 시대를 맞아 미중 관계가 트럼프 정권 때와 비교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혹시 모를 돌발 변수에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