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시된 베트남의 인구주택총조사의 최종본이 올 2분기 나올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 공식 결과가 발표됐지만 최종본에는 세부내용이 더 상세하게 담겨져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구변화 추이는 사회의 변화상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특히 베트남처럼 신흥 투자처로 떠오르는 국가의 경우 반드시 챙겨봐야 할 지표다. 베트남의 인구조사는 10년마다 실시된다.
코트라 호찌민 무역관은 이에 맞춰 최근 지난해 공식 발표된 인구 조사 결과를 포함해 베트남의 인구 구성 및 소득 수준에 대한 분석 자료를 냈다. 무역관에 따르면 베트남 전체 인구(지난해 4월 기준)는 10년 만에 1040만 명이 증가한 9620만 명(2019년 4월 기준)으로 나타났다. 2009년 대비 10.7%가 증가한 수치다. 베트남 당국은 국가 전체 인구의 1억 명 돌파시점을 2025년 전후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아세안에서 인구 1억 명이 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2곳뿐이다.
호찌민 무역관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베트남의 인구 성장률은 연평균 1.14%로, 다음 3~4년 사이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2025년 베트남 인구 1억 명 도달 전망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늘어난 베트남 인구의 상당수는 호찌민과 하노이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내 63개 시·성(province) 중 약 18%의 인구가 호찌민과 하노이에 분포돼 있다. 이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은 호찌민으로 전체 인구의 9.3%인 약 900만 명이 살고 있다. 하노이에는 805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 두 도시의 고밀화는 베트남 내에서 최대수준이다. 특히 호찌민과 하노이의 인구 밀집도는 베트남 평균 대비 각각 15배, 8배에 이른다. 연령별 인구구조는 젊은 국가답게 중위연령이 32.5세로 추산(2020년 기준)된다고 무역관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자회사인 BMI 리서치의 자료를 인용해 밝혔다. 또 미성년자인 만 19세 이하의 인구도 같은 기간 약 29.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20~39세에 속하는 인구도 32.5% 수준에 달할 수 있다고 무역관은 덧붙였다.
베트남 내 전체 가구 수는 2687만 가구로, 평균 구성원 수는 3.5명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은 박닌성, 빈증성, 타이응웬성 등의 순이다. 무역관은 “이곳들은 제조·가공 산업이 지역 경제를 이끌며, 공장 및 이와 관련된 노동자의 기숙사가 밀집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소득수준과 관련해서는 현지 통계청 등의 자료를 보면 베트남의 1인당 연평균 GDP는 약 3000달러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졸자 월별 평균 소득은 베트남 1인당 평균치(약 240달러)보다 높은 930만동(약 400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무역관은 한 가지 재미있는 분석을 내놨다. 현지의 소비 여력은 이 같은 소득수준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관 측은 “1인당 GDP 약 3000달러는 평균값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정부기관조차 공식 집계되지 않는 현지 지하경제가 GDP의 30%에 해당하는 규모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현금을 선호하는 베트남인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들의 지출 여력은 1인당 GDP를 훌쩍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마트가 베트남 호찌민시 떤빈에 오픈한 중소기업 상품 전용관 내 ‘K히트 플라자’에서 현지 고객이 한국 중소업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실제 소득수준이 베트남 평균을 훌쩍 넘어서는 하노이나 호찌민에서는 이 같은 기류를 여실히 엿볼 수 있다. 일례로 이들 도시들에는 반려동물과 관련한 경제 활동, 즉 펫코노미 산업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산업은 소득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의 국가나 도시들에서 나타나는 선진국형 산업이다. 무역관에 따르면 호찌민의 1인당 평균 소득은 2018년에 이미 6000달러를 넘어섰고, 2020년에는 667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노이의 경우 지난해 1인당 평균 소득도 5150달러를 기록했다. 관광도시로 유명한 다낭도 같은 기간 4000달러가 넘는 1인당 소득을 기록했다.
무역관은 “1억에 가까운 인구 및 현지 소비자들의 성장한 경제력 덕분에 베트남에서는 노동 시장의 강점이 우선적으로 부각됐던 과거와 다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베트남 내 소매유통 시장 투자가 꾸준히 확대되는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무역관은 “앞서 언급한 드러나지 않는 막대한 지하경제 규모까지 고려하면 베트남 시장의 특성은 저임금 노동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면서 “베트남은 소비 시장은 차근히 성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설명은 베트남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현지 소비자들의 경제활동 패턴이 달라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현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이 전국 단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 점은 유의해야 될 대목이다. 이는 베트남을 소비 시장으로 보고 사업 기회를 잡으려는 이가 있다면 현 시점에서는 뚜렷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역관은 “소비 규모와 관련한 베트남의 잠재성은 분명히 있지만 아직 성숙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섣부른 접근보다는 긴 안목으로 인내를 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해 실시된 인구조사는 베트남으로서는 최초로 자료 수집 단계에 IT 기술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은 대면 인터뷰 등 전통적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었다. 새 조사 방식은 베트남의 현지 행정 체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