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ompany] 글로벌 플레이어 미래에셋증권 先운용사 後증권사… 단계별 해외공략 통했다.
입력 : 2012.05.04 13:23:30
수정 : 2012.05.25 09:20:46
‘국내시장은 좁다. 글로벌 플레이어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1990년대 초 미국 뉴욕, 홍콩 등의 진출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은 2000년대 중·후반 국내 주식시장의 성장과 함께 정부의 ‘대한민국 아시아 금융허브 만들기’ 정책들을 등에 업고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이후에는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해외시장 진출 대열에 가세했다. 금감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국내 19개 증권사가 14개국에 진출하여 93개의 해외점포를 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권사들 진출은 했는데…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은 치열한 경쟁으로 포화상태를 맞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 창출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수료 수입 감소와 글로벌 증권사들의 국내 IB시장 진출로 국내시장의 파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전까지 ‘선택’으로 인식되던 해외 진출이 ‘생존’의 문제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증권사 입장에서 해외 진출은 신흥시장 선점과 선진시장 진출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창출창구로 인식돼왔다. 외국인 수급에 큰 영향을 받는 국내시장에 비해 선진 해외주식시장은 보다 리스크가 적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진출지역을 살펴보면 중국과 홍콩에 각각 22개사와 15개사가 포진해 있는 외에 일본(10개), 베트남(10개), 싱가포르(5개) 등 아시아지역 비중이 전체의 77.4%(93개 중 72개)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11개), 영국(7개) 등의 서구시장과 인도네시아(4개), 브라질(2개) 등 신흥시장에 진출해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새 시장 개척을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떠난 국내 증권사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2009년 증권회사 해외점포 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아픔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며 단기적으로 이익 실현을 거뒀으나, 2010년 상반기 손실로 반전됐다. 2011년까지 손실상태는 지속돼 2011년 4월부터 9월까지 4330만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600만 달러가 증가한 수치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 증시 부침현상이 심해졌고, 증권사들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해외시장 진출에 나선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증권사들의 해외실적 부진이 단순한 글로벌 경기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사 관계자는 “해외시장에 진출한 모든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IB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을 지녔는지는 의문”이라며 “대부분이 현지 우수인력 수급에 애를 먹고 있었고 창의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 웃고 삼성 울었다
브라질 호샤베라 타워.
실적 부진은 몇몇 증권사의 해외법인 청산 혹은 축소로 이어졌다. 작년 2월 KB투자증권은 해외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던 홍콩법인을 수익모델 부재를 이유로 전격 철수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현재 영국 런던법인의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글로벌 인지도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 사업을 벌이던 삼성증권 역시 올 2월 운영 중인 해외법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던 홍콩법인의 위탁매매업무를 잠정중단하고 인력 규모도 절반이하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2009년 164억원, 2010년 440억원, 2011년 상반기에 28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2011년 상반기 실적은 국내 증권사 해외점포 중 ‘꼴찌’를 기록해 증권업계 시가총액 넘버원 자리를 다투는 삼성증권으로서는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반면 대우증권은 홍콩법인에서 300만 달러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삼성증권 홍콩법인과 대비를 이뤘고,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브라질 상파울루법인과 미국 뉴욕법인에서 각각 90만달러와 60만달러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 브라질과 미국법인의 경우 비교적 최근에 설립(미국 2008년 8월, 브라질 2010년 8월)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점과 국내 증권사 해외점포 실적상위 TOP 5에 2개 법인이나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그간 지속적으로 해외시장 발굴에 힘써온 성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적 향배를 가른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사업다각화 여부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연구원은 작년 말 리포트를 통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경우 자체적인 해외 진출 전략에 더해 미래에셋자산운용, 산업은행이라는 막강한 금융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의 해외 진출은 선(先)운용, 후(後)증권이라는 전략을 통해 운용사가 먼저 진출하여 브랜드를 확립한 지역에 증권사가 후속적으로 진출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0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브라질법인 설립에 이어 2010년 미래에셋증권이 브라질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현지의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주식운용 노하우는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 3월 27일 국내운용사 최초로 중국 본토에서 합작회사 인가를 받은 것이 단적인 예다. 미래에셋증권이 현지에 진출한 자산운용사의 투자 노하우를 바탕으로 증권사의 IB와 연계한 융합상품을 통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례로 미래에셋맵스(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는 브라질 상파울루 중심업무지구인 베히니(Berrini)지역에 위치한 호샤베라 타워(Rochavera Corporate Tower)를 5600억원에 인수했다. 뒤이어 미래에셋증권은 이 빌딩에 투자해 월배당수익과 매각차익을 노리는 ‘미래에셋맵스 프런티어 브라질 월급식 부동산투자신탁’ 펀드를 출시했다.
운용·증권사 연계 시너지 높여
뉴욕 타임스퀘어 타워.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호샤베라 타워는 현재 LG전자, 유니레버, SAP브라질 등 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했으며, 100% 완료된 상태”라고 전했다. 브라질 현지에서 오랫동안 부동산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온 경험을 지닌 운용사와 증권사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한 좋은 예다.
몇몇 증권사들 역시 계열사인 운용사와 진출하는 사례는 있었다. 그렇지만 대부분 ‘각자의 트랙’에 몰두해 시너지를 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 대부분이 국내에서의 모습과 별로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다”며 “증권사는 IB와 브로커리지에 치중하기 일쑤였고, 운용사 역시 본연의 업무인 펀드 운용에 급급해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던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어 설명했다.
지난 10년 간 이머징마켓 투자로 좋은 트랙레코드(Track Record)를 쌓아 온 미래에셋증권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성장시장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2015년경에는 이머징 국가에서 1인당 GDP 2만달러 이상 되는 중산층이 약 8억5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전체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해외사업에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터키, 남아공, 인도네시아 등 새롭게 성장하는 국가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공업국가라는 기존의 이머징 개념을 새롭게 뜨고 있는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확대해 볼 필요가 있다”며 “여러 신흥 성장국가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래에셋은 이머징마켓 전문가로서 자신감있게 해외 사업을 추진하되, 단기적인 결실에 만족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사업에 투자를 계속함으로써 성공사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