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진정에 따른 일상 회복과 저금리 자금 조달, 엔저(엔화가치 약세)로 인한 해외자금 유입 등이 일본의 공시지가를 15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렸다. 하지만 해외에서 일부 은행이 경영위기를 겪는 등 금융리스크가 생겨 해외 투자 세력이 신중해지고 있는 것과 세계 경기·해외 부동산의 둔화 등이 일본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최근 ‘2023년 1월 1일 기준 공시지가’를 발표했다. 주택지와 상업지 등을 합친 전체 용지의 전국 평균 땅값이 작년에 비해 1.6% 올랐다. 0.6% 올랐던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상승 폭으로는 2008년(1.7%) 이후 15년 만에 최대이다.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1.2%)과 2020년(1.4%)도 뛰어넘는 상승률이다.
상승률을 용도별로 보면 상업지가 1.8%로 주택지(1.4%)보다 높았다. 상업지의 상승세는 사무실과 점포 등이 모여 있는 도심부가 주도했다. 3대 도시권의 상업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도쿄권 3%, 오사카권 2.3%, 나고야권 3.4%, 등으로 나타나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이들 3대 도시권 전체의 상업지 상승률은 2.9%로 전년(0.7%)보다 높았다.
주택지의 상승은 도시의 맨션(아파트)값과 교통이 편리한 외곽 지역 등의 오름세가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권과 나고야권의 주택지 공시지가는 각각 2.1%, 2.3% 오르며 전국 평균(1.4%)을 넘었고 오사카권의 상승률은 1.2%였다. 대형 재개발이나 교통 기반시설 개발 등의 이슈가 있는 4개 시(삿포로·센다이·히로시마·후쿠오카)의 전체 용지 공시지가는 8.5% 상승했다. 하지만 인구 감소 등이 나타나고 있는 지역에서는 공시지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4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상업지 공시지가가 떨어진 곳은 23개, 주택지 공시지가 내려간 곳은 22개였다.
올해 일본 공시지가가 상승한 주요 이유로는 코로나19 진정에 따른 일상의 회복이 꼽힌다. 특히 경제사회 활동이 정상화되어가면서 도시의 상업지 상승을 이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교토나 아사쿠사 등 관광지의 상업지 상승도 눈에 띄는데, 코로나19 입국 규제 완화 등에 따라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저금리 자금 조달이 지적된다. 작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해온 데 비해, 일본은행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금융 완화를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저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안정돼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진단했다. 이와 함께 금융 완화 정책 등으로 유발된 엔저로 해외자금이 일본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것도 공시지가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CBRE에 따르면 작년 해외투자가의 일본 부동산 투자액은 1조3500억엔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하지만 해외자금 유입에 변화의 조짐이 관측돼 일본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리스크가 커진 것과 각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둔화 등이 해외 투자 세력의 심리를 냉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UFJ은행이 올해 1월 해외 투자 세력의 ‘일본 부동산 투자 의욕’을 조사한 결과 ‘강하다, 어느 정도 강하다’의 비율이 48%로 1년 전보다 33%포인트 줄었다. 이 수치가 5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미쓰이스미토모트러스트 기초연구소 관계자는 “해외 시장의 악화가 일본 부동산 시장의 가격에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유럽 투자가를 중심으로 분모효과가 부동산 투자의 제약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모효과는 운용자산 전체에서 특정 자산의 비율이 과도할 경우, 해당 분야의 투자를 자제하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비율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닛케이는 해외 세력의 일본 부동산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로 수장이 바뀐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변화 가능성을 지적했다. 경기 활성화와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10여 년간 대규모 금융 완화를 지속하며 저금리 정책과 아베노믹스를 지탱해온 구로하 하루히코 전 총재의 임기는 4월 8일 종료됐고 일요일이었던 4월 9일부터 우에다 가즈오 신임 총재의 임기가 시작됐다.
우에다 총재는 현재의 일본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 완화의 부작용도 인정하는 자세를 보여 시장과 일본 언론들은 어느 시점에서 금융 완화 정책을 검증하고 수정에 나설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4월 10일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인 ‘마이너스 단기금리’ 정책과 관련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현재 강력한 금융 완화의 베이스가 되고 있는 정책”이라며 “부작용도 있지만, 기조적인 인플레율이 2%(임금 인상 등을 동반한 안정적인 2%)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는 계속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 완화의 또 다른 축인 장기금리조작(YCC)에 대해서도 “현재의 경제, 물가, 금융 정세 등을 감안하면 (장기금리조작을) 계속하는 것이 적당하다”라고 덧붙였다. 우에다 총재는 또 금융기관의 경영 영향을 감안한 금리 인상에 대한 질문에 “현재의 일본에서는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과 일본 언론에서는 우에다 총재가 ‘부작용’을 인정했던 부분에도 주목하며 적당한 시점이 되면 금융 완화 정책을 검증하고 수정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