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콜 경제] 팬데믹 거치며 ‘플랫폼’ 승자독식 논란, 공정한 룰 지키는 분권형 ‘프로토콜’ 부상
김병수 기자
입력 : 2021.07.28 15:29:54
수정 : 2021.07.28 15:30:32
바야흐로 플랫폼 경제 시대다. 식사하고 생필품을 사고 선물을 보내고 콘텐츠를 보는 대부분의 일상이 플랫폼에서 이뤄진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언택트로 플랫폼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전에 미국의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와 중국의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은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페이스북·카카오톡·우버·배달의민족·쿠팡·에어비앤비 등은 플랫폼 경제 기반 없이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 플랫폼 기업은 제품을 직접 생산해 공급하지는 않는다. 플랫폼을 제공하고 거래 당사자들이 플랫폼을 이용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다. 문제는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이를 활용해 얻어진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가 견고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배달·숙박 등 플랫폼과 소상공인 간의 수수료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적정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에 불씨를 댕긴 것은 국내 시장점유율 60%대인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4월 배달의민족은 주문 건당 일정 수수료를 받는 새 요금체계를 발표했다가 소상공인의 반발과 정치권의 비판 등으로 결국 철회한 바 있다.
글로벌 플랫폼 공룡인 구글의 ‘30% 앱통행세’ 논란 역시 수수료 갑질로 플랫폼의 민낯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공정위가 쿠팡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포착하고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쿠팡은 자체브랜드(PB) 상품이 다른 납품업체 상품보다 우선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리즘을 ‘자사우대’ 방식으로 바꿔 검색 화면 상단에 PB 상품을 올리고 다른 상품은 하단으로 내렸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업체에 ‘갑질’ 행위를 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기업 97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0~15%’라는 응답이 35.4%로 가장 높았다. ‘20% 이상’이라는 응답은 17%에 달했고, ‘15~20%’라는 응답은 12.1%였다. 응답자 10명 중 4명 이상은 온라인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용하지 않으면 영업 지속이 어렵다(44.3%)”고 답변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플랫폼의 독과점과 그에 수반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독과점 관행을 막겠다며 경쟁 촉진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 놓여있다.
▶“모든 플랫폼 시장 참여자들에게 보상 돌아가야” 주장
플랫폼 경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그 대안으로 ‘프로토콜(규약) 경제’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프로토콜 경제’란 시장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일정한 규칙(프로토콜)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경제를 말한다. 예를 들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경우 창업자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가게 사장들이나 배달원들의 소득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프로토콜 경제에선 성장에 기여한 사장(소상공인)·배달원에게도 합당한 경제적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우버가 드라이버에게 연봉의 15%까지 주식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꼽힌다.
기술적으로는 블록체인을 통해 탈중앙화·탈독점화가 가능하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플랫폼과 소상공인, 플랫폼 노동자 간 갈등 등 당면한 과제를 프로토콜 경제로 풀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프로토콜 경제가 단순한 구호에 머무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우버처럼 주식을 나눠주는 보상만 해도 법적 제도적 제약이 따른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관련 기술, 제도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늬만 선의로 포장한 어설픈 정책을 도입하면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세심한 정책 설계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