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大위기] Part Ⅲ IT 혁신 | ➋ 더욱 주목받는 글로벌 스타트업, 자동화·바이오·딜리버리·엔터테인먼트 주목
이상덕 기자
입력 : 2020.03.30 18:23:39
수정 : 2020.03.30 18:32:3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글로벌 대유행인 ‘팬데믹(Pandemic)’ 단계로 접어들면서 산업이 멈춰 서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재택근무로 돌입하면서 신규 영업 확대가 어려워지고 있고, 서플라이 체인 붕괴로 완제품 업체들마저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증시 붕괴와 유가 하락으로 석유 화학과 철강 산업의 업황은 곤두박질치는 양상이다.
코로나19는 문화도 바꾸고 있다. 직접 만나지 않고 업무를 해결하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확산되면서 인류가 수천 년간 사용한 악수 인사법마저, 팔꿈치 치기인 일명 엘보 범프(Elbow bump)로 바뀌는 양상이다.
이러한 위축에 초기 기업인 스타트업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매경럭스멘이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플랫폼인 크런치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에서도 양극화는 뚜렷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2020년 2월 1일부터 3월 15일까지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투자를 살펴보니 총 1927개 스타트업이 395억1370만달러(약 48조1276억원)를 투자 유치했다. 1등부터 100등까지 줄을 세웠을 때 꼭 가운데 등수인 중위투자 유치액은 500만달러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844개 스타트업이 406억1481만달러(약 49조4688억)를 유치했는데, 중위 투자 유치액은 193만3845달러였다. 총 투자유치액은 소폭 하락한 데 반해 투자를 받은 기업수는 47.5%나 급락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실제로 시드 투자 비중은 43.4%에서 33.0%로 하락했다. 그만큼 막 창업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를 받기 힘들어진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도 했다. 특히 노동 비용을 절감하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자동화(Automation) 스타트업, 건강을 책임지는 바이오·헬스케어(Bio·Healthcare) 스타트업, 자택에서도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엔터테인먼트 (Contents·Entertainment) 스타트업,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딜리버리(Delivery) 스타트업들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2월 이후에도 통 큰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스토랑 자동화 플랫폼을 제공하는 토스트
▶당 주문 시간 단축부터 타워크레인 업무 개선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매장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토스트(Toast)는 올해 2월에 4억달러(약 4872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번 라운드에는 베시머벤처파트너스, 티피지, 그린옥스캐피탈,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등이 참여했다.
토스트는 노동이 많이 필요한 레스토랑을 자동화해주는 스타트업이다. 크리스 콤파라토 토스트 대표는 “2019년에만 수만 개의 새로운 레스토랑이 토스트 커뮤니티에 가입했고 그 결과 수익이 109% 급증했다”며 “레스토랑 산업계의 플랫폼 리더로서 이번에 투자한 자금을 더 큰 영향력 확대에 쓸 수 있어 흥분된다”고 말했다.
토스트는 POS 시스템(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뿐 아니라 주방 디스플레이 등을 일괄 공급하고 있다. 토스트 플렉스는 주문을 받으면 즉각 주방에서 조리할 메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고, 토스트 탭은 근거리 통신(NFC)을 활용해 애플페이 등 비접촉식 지불 시스템을 구현한다. 또 종전 POS보다 3배 빠른 시스템을 제공한다. 토스트 허브는 무선으로 이 모든 것을 연결하도록 지원한다. 최적화된 주문·지불 워크플로를 통해 대기자 수를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레스토랑 수익을 올려준다는 설명이다. 거래 건당 주문 시간을 통상 5초 절약해주는데, 이를 월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24시간이 절약된다는 것이 토스트의 설명이다.
공사 현장 줄걸이 작업자(rigger)들의 업무를 자동화해주는 스타트업 로보리거
호주 서부에 본사를 둔 로보리거(Roborigger)는 2월에 시리즈A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로보리거는 공사현장의 타워 크레인의 적재 과정을 자동화하는 스타트업이다. 일반적인 공사 현장에서는 타워 크레인이 무거운 빔이나 물체를 내려 둘 때면, 현장 직원들이 달려가 수평을 맞추고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일명 줄걸이 작업자인 리거(Rigger)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람에 흔들리는 크레인 줄 때문에 제대로 위치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로보리거는 드론 등의 자동 제어 기술을 도입해 줄걸이 작업자들의 역할을 자동화했다. 보통 타워 크레인이 물건을 내리면 줄걸이 작업자들이 5분 이상 매달려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로보리거는 이를 자동화해 10초 이내로 단축시켰다. 호주에서는 줄걸이 작업 때문에 연간 6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는데 로보리거를 활용할 경우 이러한 염려도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블랙버드벤처스는 로보리거에 500만달러(약 61억원)를 투자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자동 애플리케이션 제작 툴을 개발하는 언쿼크(Unqork)도 5100만달러(약 621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골드만삭스 등이 투자를 주도해 주목을 받았다. 2017년 설립된 언쿼크는 글로벌 금융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그룹, 존 핸콕생명, 리버티 뮤추얼그룹, HSBC홀딩스플렉, 퍼시픽라이프보험 등이 주요 고객사다. 글로벌 금융 기업들이 언쿼크를 선호하는 까닭은 ‘코드’를 몰라도 소프트웨어를 쉽게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그만큼 각 기업들이 맞춤형 프로그램을 손쉽게 자체 제작할 수 있는 셈이다. 게리 호버만 언쿼크 창업자겸 최고경영자는 “혁신적인 기업들은 이제 완전히 코드가 없는 시각 도구를 활용해 가장 정교하고 생산성 있는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만들어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전 코딩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것보다 100배 이상 빠른 속도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언쿼크의 설명이다. 현재 고객사들은 언쿼크의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청구 통지서, 계약서 등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활용 중이다.
▶AI로 감염병 진단하고 후보물질 발굴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각광을 받는 업종이다. 미국 스타트업인 카리우스(Karius)는 혈액 내 미생물 정보를 디지털화해 인식하고, 이를 통해 질병을 식별할 수 있게 해주는 액체 검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올해 2월 1억6500만달러(약 2009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 완료했다. 이번 투자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1(Softbank Vision Fund21)이 주도했다. 또 종전 투자자인 코슬라 벤처스, 라이트스피드 벤처파트너스가 참여했고 HBM 헬스케어투자, 제너럴 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가 새로 합류했다.
카리우스가 주목받는 것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진단에 대한 수요가 크게 급증한 데 있다. 종전에는 현미경으로 조직을 염색해 관찰하는 방식, 항체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 배양해서 미생물이 자라는지 확인하는 방식 등을 통해 감염여부를 진단했다. 하지만 카리우스에서 내놓은 카리우스 테스트는 미생물 무세포 DNA(microbial cell free DNA, mcfDNA)를 활용한다. 인체 내에 감염된 미생물에서 나온 캡슐화되지 않은 DNA를 미생물 무세포 DNA라고 부르는데, 카리우스는 차세대 유전체(Next-Generation Sequencing, NGS) 분석을 통해 감염과 관련된 1000가지 이상 병원체를 식별할 수 있다. 종전 검사법이 132개의 감염원을 분석하는 데 3.5일이 걸렸다면 169개 감염원을 2.5일이면 분석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시반 베르코비치 카리우스 최고기술책임자는 “인류는 전염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카리우스는 공공 데이터베이스에서 지속적으로 고품질의 게놈 데이터를 가져와 보다 많은 전염병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카리우스는 30만 개 이상의 병원균에 대한 정보를 보유한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머신러닝하고 있다.
의료 데이터 플랫폼인 미국의 이노베사(Innovaccer)도 올 들어 7000만달러(약 852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의료기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프로세스를 자동화해준다. 각종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있는 의료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과 환자 이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의사 환자 간 원격으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제공한다. 현재 이노베사는 프로그램 2만5000개를 공급했으며 380만 개에 달하는 환자 기록을 관리하고 있다.
완독형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토리텔
코로나19로 인해 실력을 주목 받은 스타트업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AI 기반 바이오 인포매틱스 스타트업인 베네볼렌트 AI(Benevolent AI)가 대표적이다.
베네볼렌트 AI는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물질을 찾아냈다고 밝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후보물질, 유전체, 약 사용량, 약물 부작용 등 각종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문헌 탐색 시간을 줄여주고 임상시험 실패 위험을 낮춰준다. 이번 실험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저스틴 스테빙 교수팀과 함께 진행했는데, 두 기관은 지금까지 승인된 의약품을 빅데이터 AI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폐 세포 감염력을 줄일 수 있는 의약품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엔도사이토시스(Endocytosis) 현상에 주목했다. 세포가 세포 밖에 있는 단백질이나 분자를 안으로 삼키는 형상을 엔도사이토시스라고 부르는데 인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결합해 침입을 도와주는 세포 구조인 ‘수용체’를 인간의 폐·신장·혈관 세포의 표면 단백질인 ACE2일 것으로 추정한 뒤 엔도사이토시스의 조절제 중 하나인 AAK1을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AI로 물질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억제제 378개를 찾아낼 수 있었으며 다시 이 가운데 27개는 의학적으로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6개는 높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고 마지막으로 부작용이 없는 물질인 류마티스관절염 약 성분인 바리시티닙을 찾아냈다.
이밖에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이라는 스타트업은 AI를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사 프로테아제(단백질 분해효소제)를 표적으로 하는 분자 구조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제약 업체들이 테스트할 수 있도록 분자 100개를 선정하고 이를 공개한 것. 약물분자가 효과를 내려면 타깃으로 삼은 한 가지 수용체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독특한 모양과 전하를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이를 AI로 찾은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로블록스
▶무료함을 덜어주는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소비자들이 자택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에 잇따라 성공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스토리텔(Storytel)이 대표적이다. 2월에 9659만달러(약 1176억원)를 유치해 주목을 받았다. 스토리텔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완독형’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25개 이상 언어로 된 34만 종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데, 케이트 윈슬렛, 오프라 윈프리, 리즈 위더스푼 등 스타들이 직접 읽어주기도 한다. 상당수 오디오북 업체들이 책을 요약해서 읽어주는 발췌독 방식인데, 스토리텔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완독형을 고집하고 있다. 스토리텔의 오디오북 이용률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20% 정도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처음 모바일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인 스토리텔은 현재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9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도 1억5000만달러(약 1827억원) 규모의 시리즈G라운드에 성공했다. 이번 라운드에는 알토스벤처스, 메리테크 캐피탈,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텐센트 홀딩스 등이 참여했다. 로블록스가 주목을 받는 까닭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게임을 만들 수 있어서다. 상당수 이용자가 10대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에서는 12세 이하 어린이 절반 이상이 로블록스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린이 사이에서 워낙 인기가 높다보니 글로벌 사용자만 1억7500만 명에 달할 정도다. 단순히 게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만들고 서로 공유해가며 플레이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오디오북·게임뿐 아니라 음식 배달 시장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인도는 스위기(Swiggy)와 조마토(Zomato)가 시장을 80% 분점하고 있는데, 스위기가 남아공의 대기업 내스퍼스로부터 1억1300만달러(약 1376억원)를 유치해 시장 확장에 나섰다.
인도의 대표적인 배달 스타트업 스위기
스위기는 현재 인도 520개 도시에서 16만 개 이상의 식당과 파트너를 맺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위기의 밸류에이션을 36억달러(약 4조3848억원)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에 스위기에 통 큰 투자를 단행한 내스퍼스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를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의 최대주주(지분율 22%)로 유명하다.
올해 1월 인도 현지에 진출한 우버가 음식배달 사업체인 ‘우버 이츠(Uber Eats)’를 조마토에 매각하자, 경쟁사인 스위기가 내스퍼스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인도 내 배달 시장 경쟁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탄력을 받고 있는 배달 시장은 코로나19에도 오히려 확장되는 양상이다. 특히 아마존은 배달 플랫폼 ‘프라임 나우(Prime Now)’를 토대로 인도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기는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보다 공격적인 확장을 거듭할 예정이다. 스리하르샤 마제티 스위기 대표는 “파트너들과 손을 잡고 새로운 사업에 계속 투자를 하면서 성장의 길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