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뒤덮은 코로나19 사태] Part Ⅲ 코로나바이러스만 세계에 위협인가? | 지구온난화·화산폭발·지진… ‘블랙스완’ 산재
문수인 기자
입력 : 2020.02.26 11:26:04
수정 : 2020.03.02 13:45:45
연초 신종 바이러스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지구촌이 공포에 질리면서 또다시 인류는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파괴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다행스럽긴 하지만 예기치 못한 질병은 인류의 생존에 큰 위협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인류를 위협하는 요소들은 비단 바이러스뿐만이 아니다. 인류가 지구촌의 주류 생물체가 된 이후 끊임없이 생존을 위협하는 것들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사라지고 있는 북극해
신종 바이러스
인류 역사는 바이러스와의 사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 중세시대를 휩쓸었던 흑사병을 비롯해, 장티푸스, 에볼라바이러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잊을 만하면 새로운 질병들이 등장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흑사병은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페스트균이 옮겨져 발생하는 급성 감염병이다. 14세기 유럽에 창궐에 당시 인구 3분의 1인 2400만 명이 사망할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가져왔다. 원래 흑사병은 미얀마 지방의 풍토병이었는데, 몽골제국의 유럽 정벌 과정에서 전파됐다. 흑사병은 당시 유럽 사회의 봉건귀족 중심의 지배구조를 바꿀 정도로 인류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천연두는 16세기에 창궐했다. 중남미 아스텍 제국과 잉카제국의 멸망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제국을 침공했던 스페인 병사들의 몸에 붙어 있던 천연두가 원주민 사회에 퍼지면서 이 신종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없던 원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천연두는 1980년에서야 완전히 인류가 제압할 수 있었지만 흑사병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흑사병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이 발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20세기 들어서는 스페인독감을 빼놓을 수 없다. 1918년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 10억 명을 감염시켰다. 당시 우리나라에도 이 독감에 740만 명이 감염되고 14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은 감기에 걸린 듯하다 폐렴으로 발전해 죽어가는데, 특이한 점은 사망 직전 보라색 피부를 띠었다는 점이다.
21세기에는 사스, 메르스 등이 창궐했다. 사스는 2002년에, 메르스는 2012년에 각각 발생해 전 지구적으로 창궐했다. 이 두 질병은 이번에 발병한 코로나19와 비슷한 호흡기 관련 질병이다. 감염되면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코로나19에 비해 더 치명적이었다. 메르스 치사율은 30%, 사스 치사율은 10% 정도다.
21세기에 등장한 지카바이러스도 빼놓을 수 없다. 호흡기 관련 바이러스 질병과는 차원이 다른 인류의 대를 끊어 버릴 수도 있는 위협적인 신종 질병이다. 지카바이러스는 소두증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임산부가 바이러스에 물리면 정상적인 아이를 낳지 못할 확률이 크다. 성 접촉에 의해서도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서 인류란 종족의 영속성에 위협을 끼치는 질병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해마다 반복되는 이상 기후의 주범으로 꼽히는 지구온난화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1972년 로마클럽에서 처음 등장한 지구온난화란 용어는 1990년대 이후 크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 이슈에 주목한 정치인, 환경운동가 등이 그 심각성을 알리기 시작했고, 전 세계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등을 줄이려는 여러 방안들을 강구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홍수, 가뭄, 폭설 등의 이상 기후 현상은 더 심해지고 파장은 커지고 있다.
일례로 약 6개월 동안 진행된 호주 산불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난 2월 13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산불이 공식 종료됐다고 밝혔는데, 불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었다. 이 기간 동안 540만 헥타르가 불에 탔고 2500여 채의 가옥이 소실됐으며 33명이 사망했다. 코알라 등 야생동물도 10억 마리 이상 죽었다. 이처럼 유례없는 장기간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바로 지구온난화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건조한 지역이 늘었고,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버렸다는 것이다.
지구도 계속 더워지고 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올 1월 기온은 1880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더웠다. 세계기상기구도 지난해 지구가 역대 두 번째로 가장 더웠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남극, 북극, 그린란드 등의 빙하가 녹는 속도도 점점 빨라져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최근 5년(2014년 5월~2019년 5월) 동안 연평균 5㎜로, 1993년 이후 연평균 상승률 3.2㎜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되면 지구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해안지대 도시들이 물에 잠길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미국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지난해 2050년이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3억 명이 침수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베트남 남부는 거의 모든 지역이 물에 잠기고, 태국도 인구의 10%가 침수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연구들은 전체의 1%만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협이 현실화되고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인류는 크게 경각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대형 사건들이 발생했을 때만 긴장했다가 쉽게 식어버린다. 20년 가까이 지구온난화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가 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해법을 찾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물론 이 과정에는 각국의 이해관계 충돌도 한몫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의 노력을 강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미국이 탈퇴 선언을 한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지구온난화도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면 바이러스가 이에 맞게 생존하는 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겨울은 유독 따뜻했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모습을 연출한 이미지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데일리메일’
행성 충돌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것 중 의외의 복병 중 하나가 바로 지구 밖에서 오는 위협이다. 바로 영화 소재로도 종종 쓰이는 행성 충돌이다. 타계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브 호킹 박사는 “소행성 충돌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고 이미 경고한 바 있다. 한때 지구의 지배자였던 공룡이 멸종된 원인으로 행성 충돌이 거의 정설로 굳어져 있는데, 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때 파괴력이 얼마나 되는지 엿볼 수 있다. 소행성 충돌이 위협적인 것은 과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예상치도 못하는 ‘딥임팩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이 같은 일이 일어날 뻔했다. 약 130m 크기의 소행성(아스테로이드 2019 OK)이 8만8000㎞의 속도로 지구 곁(7만3000㎞)을 지나갔는데, 이 행성의 존재는 불과 몇 시간 전에야 알려졌다. 소행성이 지구를 지나칠 당시 둘 사이의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의 약 5분의 1에 해당됐다. 충돌이 실제 일어났다면 원자폭탄 30배의 충격이 가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후폭풍도 상당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실제 일어난 경우도 있다.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직경 20m 크기의 소행성이 대기 중에서 폭발해 주민 1500여 명이 다친 것이 최근 사례다. 이 행성은 지난해 아스테로이드보다 훨씬 작았고 직접 지구와 충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를 내 충격을 줬다. 러시아 대기권에서 폭발한 이 소행성도 인류는 피해를 당하기 전에는 발견해내지 못했다. 현재까지 인류가 발견한 소행성은 1만3000~1만6000개 정도로 파악되는데, 미항공우주국(NASA)이 운영 중인 ‘네오와이즈(NEOWISE, Near-Earth Object 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에 따르면 직경 100m 이상의 소행성 중 지구와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소행성은 1500~4700개에 이른다. 현재 관련 연구기관들은 이들의 움직임을 계속 파악하며 지구 충돌에 대비하고 있지만 정확한 시기와 지점을 예측하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언제든 예상치 못한 행성의 돌발 지구 근접 출현은 상존해 있다. 러시아 대기 상공에서 폭발한 운석의 지름이 20m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큰 행성들의 지구 충돌이 현실화됐을 경우 피해는 가늠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소행성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해도 뾰족한 방어책이 없다는 점이다.
인류는 2004년 이후 행성방어회의를 매년 개최하며 지구충돌 궤도에 있는 ‘지구근접 천체(NEO)’에 대처하는 모의훈련을 진행하고 있지만 부족한 측면이 적지 않다. 행성 방어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구에 충돌할 행성을 막아내는 것인데, 해법을 아직 도출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핵폭탄을 실은 우주선을 이용해 지구로 향해 달려오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방법을 현재 연구하고 있다. 소행성 충돌이 일어날 경우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206개국 가운데 17번째로 피해를 입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초 폭발한 필리핀 마욘 화산
화산 폭발
인류 역사에서 화산 폭발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것이 고대 로마제국에서 가장 번성했던 도시였던 폼페이의 몰락이다. 지금도 발굴되는 유적을 보면 폼페이란 도시는 손쓸 새도 없이 순식간에 화산 폭발로 분출된 용암과 화산재에 그대로 묻혀버렸다. 말 화석이 온전한 모양으로 묻혀있는가 하면, 여러 인간 화석들도 발굴됐다. 고고학적으로는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파악할 수 있는 고귀한 유물들이지만, 당시 비극적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고대 도시를 일거에 삼켜버린 화산 폭발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형이다. 예측 기술의 발달로 폼페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지만 그래도 화산 폭발은 위협적이다.
연초 필리핀에서는 43년 만에 수도 마닐라에서 65㎞가량 떨어진 화산이 폭발해 인근 지역 주민 3만여 명이 대피했고, 마닐라 공항의 운항이 전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추가 폭발이 일어날 징후가 감지되고 있어 지역 내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도 화산이 폭발했다.
이 같은 최근 지구촌 화산폭발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70% 이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8월 일본에서 화산이 분화했고, 대만에서는 지진이 일어났다. 같은 달 칠레 중서부에서는 6.8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또 5월에는 인도네시아의 아궁 화산이 폭발했다. 이 화산은 2017년에도 폭발해 화산재가 8000m 상공까지 치솟은 바 있다. 2018년에는 과테말라에서 화산이 폭발해 약 9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화산 안전지대가 아니다. 바로 활화산으로 분류되는 백두산에서 심상치 않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상황을 살펴보면 산사태가 일어나는가 하면 나무들이 이유 없이 말라죽고 진도 7 이상의 지진도 인근에서 발생했는데, 이런 현상들을 학자들은 지진의 전조현상으로 보고 있다.
백두산의 폭발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 ‘발해 멸망설’이다. 지난 2000년 동안 지구상에서 일어난 가장 큰 화산 분화로 서기 946년에 일어난 백두산 화산 폭발을 꼽는데, 이를 발해의 갑작스런 멸망과 연계시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다. 발해의 멸망은 926년으로 백두산 대분화와 다소 시차가 있지만, 대분화 이전 전조 증상으로 인한 피해로 발해가 멸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두산은 1903년 마지막으로 분화했다.
만일 현 시점에서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발해 멸망 못지않은 피해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에 닥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화산재로 인해 항공이 마비되고, 이상 저온 현상이 나타나 농작물이 초토화될 수 있다. 여기에 지진까지 더해진다면 한반도는 아수라장이 될 확률이 높다. 특히 발해 멸망설과도 연계되는 대분화가 일어난다면 지구 전체의 환경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