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뒤덮은 코로나19 사태] Part Ⅰ ➋ 한국 경제 영향은 |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장기화 땐 L자형 장기 침체 불가피
김병수 기자
입력 : 2020.02.26 10:01:40
수정 : 2020.03.02 13:45:45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처방이 필요하다. 국민안전과 민생경제 두 영역 모두에서 선제적인 대응과 특단의 대응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서 내놓은 모두발언이다. 문 대통령의 말 그대로 코로나19가 주는 경제적 타격이 ‘비상’에 준하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변수가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최대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남한 전체 인구보다 많은 인구 6000만 명의 후베이성 경제가 완전히 마비 상태인 가운데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소비에서부터 생산에 이르는 경제 전반에 큰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이 6.0%가량의 경제성장률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봤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부분 기관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8일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국 6% 성장 물 건너가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5.2%로 내다봤고, UBS와 무디스는 각각 5.4%와 5.3%를 제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할지, 중국 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 등을 현재로서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전망 또한 유동적인 짐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경제의 영향력은 과거 사스와는 비교하기 힘들다. 전 세계 무역 규모에 대한 중국의 비중은 2003년 5.7%에 머물렀으나, 2018년엔 11.7%로 2.2배 증가했다.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을 3.3%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 역시 현재로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일시적인 충격”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V자형 외에 L자형 회복 가능성에 대한 분석도 점차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총 수출액(6049억달러) 중 대중 수출 비중이 26.8%(1621억달러)에 달해 중국의 글로벌 무역 비중에 비해 2.3배 높다. 미중 무역분쟁의 홍역을 치렀던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6424억달러) 중 대중국 수출이 25.1%(1362억달러)를 차지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코로나19 사태의 주요국 경제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국의 전체 중간재 수출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6.5%(751억8750만달러)로 미국(10.7%)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산업별로는 중국산 1차 금속 중간재 수입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10.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자부품과 화학 중간재 수출에서 한국의 비중은 각각 8.5%·7.5%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섬유·의복, 기계, 자동차·운송 분야 비중도 전체 수출 국가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KIEP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중국산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현지진출 기업과 수입기업에 부정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 의존도 높아 타격도 심각
이처럼 우리나라의 대중 의존도가 거의 절대적인 수준이다 보니 이번 코로나19에 의한 경제타격도 우리나라가 특히 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가 최근 시나리오별 경제적 충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국 내 생산이 빠르게 정상화할 경우 1분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이 중국의 경우 0.5~1.0%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보다 큰 0.8~1.0%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내 생산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경우에는 중국 성장률이 -1.0~-1.5%, 우리나라 성장률이 -1.1~-1.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으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은 우리나라가 더 크게 휘청거릴 것이란 분석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동향전망실장은 “사스 때보다 중국 경제에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서비스나 운송 등 내수산업을 넘어 제조업에까지 영향이 확대되면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에 모두 타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고려하면 수출 채널로만 중국으로부터 오는 충격이 과거 사스 때의 5배 이상”이라며 이번에도 회복은 되겠지만 단기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당장 1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0.3%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대비 0.8~1.7%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연구기관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의 국내 감염이 확산할 경우 1분기 성장률이 1년 전보다 0.6~0.7% 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봉쇄 조치가 4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수출 및 관광 부문에 대한 충격이 더 커지고 이 경우 1분기 GDP 성장률은 -2.0%까지 내려간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중국 장쑤성 쓰훙현의 한 전자부품 공장에서 10일 긴 춘절 연휴를 마치고 복귀한 노동자들이 생산작업을 재개하고 있다.
▶‘구조조정 기회 삼아야’ 의견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간 성장률도 하향 전망이 대세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를 포함한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로 내리고 있다. 다만 노무라증권은 “전염병이 일단 통제되면 2분기 GDP 성장률은 2.2%로 브이(V)자형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올해 연간 GDP 성장률을 지난해(2%)보다 약간 낮은 1.8%로 전망했다.
정부 역시 반도체 업황 회복 전망에다 지난해 말 산업활동 지표를 근거로 경기 개선흐름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하방리스크로 부각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따라 올해 성장률 2%가 어려울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장기적으로 침체하는 경제인데, 위기를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또 재정을 풀어 대응할 것으로 보이는데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혁신과 노동유연화 등 지속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