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뒤덮은 코로나19 사태] Part Ⅰ ➊ 코로나19, 사스·메르스 때와 비교해보니 | 중국發 경제충격 광범위… 단기 회복 난망
박지훈 기자
입력 : 2020.02.26 09:53:54
수정 : 2020.03.02 13:45:45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인천국제공항 검역소에서 발열감지기를 통과하는 모습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며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경제에 미친 파장이 오버랩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확산 정도와 파급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감염병이 국내 경제에 미친 파급은 상당했다.
2003년 사스 사태 2분기 중국 GDP 성장률을 단기적으로 약화(1분기 전년 동기비 11.1% 성장→ 2분기 9.1%)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해 4~5월 중국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도 일시적으로 위축되었다. 다른 부수적인 요인도 작용했지만 한국의 GDP 역시 2003년 1·2분기에 분기평균 전분기비 0.4% 역성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국내거주자의 해외소비지출과 비거주자의 국내소비지출도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한국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2015년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비 0.2% 성장으로 위축되었고, 비거주자의 국내소비지출(관광객 입국)이 급감한 바 있다.
▶내·외부 부수적 경제충격요인 가려내야
2003년 사스 사태 당시 주가가 급락하며 시장참여자들의 트라우마로 남은 바 있다. 당시 사스로 인해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약 9개월 동안 중국과 동남아 등 29개국에서 8000명이 감염되었다. 사망자는 총 700여 명으로 치사율은 9.6%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던 중국 성장률은 한 자릿수대로 둔화되었고 홍콩 성장률은 0%대로 하락했다. 한국 성장률도 전년 대비 7.7%에서 사스 사태 직후인 2003년 2분기에는 전년 대비 2.3%로 주저앉았다. 특히 여행·소매·유통·운송(항공)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다만 당시의 경제부진이 사스의 영향만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이후 미국 경기 침체와 2001년 9·11테러 사태로 경기와 심리가 부진한 상황에서 사스가 발생함에 따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또한 2003년 1분기에는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고 중동지역에서 미국과 이라크 간 물리적 충돌이 한 달 동안 있었다. 이로 인해 당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경기 부담이 더욱 커졌다. 국내 상황 역시 여의치 않았다. 2001~2002년 카드 버블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황에 이로 인해 내수가 심각하게 위축되면서 사스 사태가 겹쳐 나타났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제2의 사스 사태를 걱정하는 시각이 있지만 당시에는 이라크 전쟁과 그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한국 카드 버블 후유증 등 다른 요인들도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며 “사스 이후에 발생한 질병들이 경기나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뚜렷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경제와 주식시장은 약세를 이어갔지만 이라크 전쟁이 한 달이 채 안돼 끝나면서 2003년 4월부터 글로벌 주식시장의 흐름과 함께 빠르게 회복했다. 2003년 여름을 지나면서 사스 감염자 수 증가추세가 꺾이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은 상승을 이어가기도 했다.
사스 이후 발병한 감염병을 살펴보면 2009~2010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돼지독감)와 2014~2016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MERS)가 대표적이다. 각각 감염자와 사망자 수 , 그리고 분포 지역은 질병마다 천차만별이다.
이 중 메르스의 경우 사우디와 한국 경제에 특히 큰 영향을 미쳤다. 다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사스에 비해 크지 않았다. 당시 2015년 5~7월까지 3개월 동안 코스피는 4.9% 하락했지만 2015년 8월은 위안화 위기로 급락세를 이어갔다. 그 이전인 신종인플루엔자는 미국, 유럽, 한국 등 꽤 넓은 지역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신종 인플루엔자 사태 당시에는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맞물려 있던 시기다. 이상재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과거에 나타난 질병의 영향은 단기적으로 급격히 나타나지만 심각한 전염 현상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6개월~1년 이상 장기화되지는 않으며, 부정적 영향도 일부 지역에 국한되었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압도적으로 커진 중국의 경제규모
“파급효과 장기화 불가피할 것”
코로나19의 치사율이 과거 2003년 사스(9.6%), 2015년 메르스(34.5%) 등과 비교해 낮지만 빠른 확산 추세를 고려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003년과는 크게 달라진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으로 부정적인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여행·소매유통·항공·엔터테인먼트(영화·공연 등) 업종들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며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홍콩, 태국, 대만, 일본, 한국 등의 관광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든 상태다. 중국 시진핑 주식의 방한 소식과 한한령(限韓令) 해제 기대, 경기 모멘텀의 반등 등으로 높아졌던 국내 경기 개선 기대도 코로나19 사태로 악화 우려가 높아졌다. 코로나19의 추가 확산 및 바이러스 변이 여부가 관건이나 폐렴의 확산이 진정되지 않는 한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