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생활 | 한미FTA 재협상 되면 수출·소비생활 변화 미국산 쇠고기·GMO 식탁에 더 오를 수도
윤재오·박지훈 기자
입력 : 2017.03.03 16:01:14
트럼프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 정부가 가장 걱정하는 문제 중 하나가 한미FTA 재협상이다. 트럼프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유세를 하면서 디트로이트에서 오바마행정부의 한미FTA 체결을 강력히 비난했다. 트럼프가 이미 지난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를 선언할 정도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한미FTA 재협상 거론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FTA가 재협상될 경우 한국 수출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자동차·철강 등 주력산업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전화통화를 통해 한미 안보동맹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지만 ‘방위비 분담금 확대’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방위비 분담금 확대는 단순히 금액적인 부담 증가뿐 아니라 코리아리스크로 번질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가 나빠질 수도 있다.
TPP 탈퇴서명한 트럼프
▶한미FTA 재협상, 광우병 악몽 재연 우려
한미FTA 재협상은 우리 식탁에 미국산 소고기를 더 많이 올라오게 만들 수 있다. 광우병을 염려해 미국산 소고기를 사지 않더라도 식당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산 소고기를 접하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미국산 고급 소고기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 개방 대상에서 빠진 농축산물은 쌀뿐이다. 나머지 농축수산물은 순차적으로 관세장벽을 낮춰야 하는데 이 경우 미국 정부가 소고기 수입 규제 완화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산 소고기 관세는 FTA 발효 15년째인 2026년 완전히 철폐되는데 이 시점을 앞당기면 미국은 더 많은 소고기를 한국에 판매할 수 있다. 아울러 광우병과 관련된 소고기 연령제한 해제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정부는 지난 2008년 4월 광우병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한 모든 연령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허용했다가 촛불의 반대에 부딪히자 그해 6월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30개월령 이상 된 소고기 수입을 보류했다. 다만 이 조치는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만 유지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한미FTA 재협상이 진행되면 트럼프행정부가 반드시 소고기 연령제한 해제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 연령제한이 해제될 경우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될 수 있고, 이는 또다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확대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우농가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우도축 물량이 지난해 상반기 36만 마리에서 하반기 37만 마리로 1.8% 증가했는데 한우고기 도매가격은 1만9082원에서 1만5726원으로 17.6% 폭락했다. 지난달 설명절에도 불구하고 한우 도매가격은 1만5602원으로 더 떨어졌다. 한우는 이처럼 고전하고 있지만 수입소고기 물량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소고기 수입물량은 2014년 28만 톤에서 2015년 29만 톤으로 5.6%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36만6000톤으로 24% 급증했다. 특히 호주산 소고기가 수입 상한선에 걸리면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미국산 소고기 산지가격이 2015년 1월 1kg당 3.27달러에서 지난해 2.66달러로 15.4% 급락했다.
미국정부가 비관세장벽 해제를 요청하며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규제완화를 요청할 경우 GMO가 우리식탁에 더 많이 올라올 수도 있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3월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무역장벽이 미국산 농축산물 수출확대를 가로막고 있다”며 한국의 농업생명공학 규제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새로운 GMO를 한국에 수출하려면 최대 5개 기관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잔류농약 허용 오차를 폭넓게 인정해 달라는 입장을 한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관련조치도 관심이다,
TPP 탈퇴서명한 트럼프
▶분담금확대 논란 금융시장 리스크 높일 수도
트럼프는 핵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핵을 가진 북한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게 트럼프의 입장이며 이와 관련해 김정은과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오바마행정부나 그 이전 정부보다 더 강경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비판적으로 볼 경우 한반도의 긴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전부터 한국정부의 방위비분담금 확대를 요구해 왔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에는 한국에 대한 안보동맹이 여전하다는 점을 과시했지만, 경제적 요구는 이와는 별도로 진행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연간 1조원이 넘는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고 군부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분담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놓고 한미 간 갈등이 불거질 경우, 주한미군 철수로까지 이어지진 않겠지만 한반도에 긴장감을 조성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김정남 피살사건 등으로 한반도에 불안감이 증대될 수 있는 상황에서 다른 악재가 터진다면 금융시장에서 코리아리스크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