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낮 서울 종로3가에 위치한 귀금속 상가는 간간이 분주하다. 매장 한 곳은 중국인 관광객들과 흥정하느라 소리가 높고, 다른 한 곳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유행가 가사 흥얼대며 망중한이다. 나름 인테리어가 세련된 매장에 들러 직원에게 다이아몬드 시세를 물으니 대뜸 “어디에 쓰시려고 하느냐”며 “예산이 얼마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예산 대신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고 싶다”고 답하니 매장 뒤 금고에서 주섬주섬 다이아몬드를 챙겨 나온다.
“이게 요즘 잘나가는 1캐럿 다이아몬드 나석입니다. 우선 다이아몬드를 고르시고 링 디자인을 선택한 후 링 소재를 말씀해주시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세팅해드립니다.”
“다이아몬드는 재테크가 가능하다던데 1캐럿이면 괜찮은 겁니까?”
“지금 들고 계신 다이아몬드는 1.03캐럿에 F칼러, SI2에 엑설런트 컷인데 그 정도면 최상급이죠. 매장마다 갖고 있는 재고가 없어서 산다는 분이 나오면 바로 빠지는 상품입니다.”
“그래서, 사면 오른다는 겁니까?”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면 오르겠죠. 수요가 많은 다이아몬드가 가격도 유지되고 환금성도 높습니다. 그렇다고 등폭이 큰 건 아니에요. 굵기가 좀 더 크면 몰라도.”
“그럼 1캐럿은 투자가치가 없는 거네요.”
“환금성이 높고 비과세라는 게 포인트죠. 좀 더 알이 굵고 희귀성이 더해지면 재테크가 가능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다이아몬드는 금고에 보관하고 있는 골드바와는 다르죠. 언제든 착용하고 과시할 수 있으니까요. 들고 계신 다이아몬드는 원래 620만원인데 600만원까지 해드리죠. 화이트골드로 링을 하시면 35만원, 플래티넘으로 하시면 45만원 추가됩니다.”
상가를 나와 곱씹어보니 최근 관심이 높다는 ‘다이아테크’가 그저 그런 뜬구름은 아닐까 생각이 복잡해진다. 다시금 뜬구름 잡는 마음으로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김기숙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연구원이 똑 떨어지게 말한다.
“지난해엔 상승폭이 컸어요. 다이아몬드는 중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등락폭이 크지 않네요. 국내 시세는 수입량이 적어지거나 국내 수요가 늘게 되면 변동하는데 대체적으로 결혼 시즌 전엔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고 지나면 조금 안정됩니다. 상반기에 훌쩍 오른 건 국내 웨딩시장 수요 때문이고요. 이제 가을 시즌이 돌아오니 9월부터 다시 영향이 있을 듯합니다.”
실제로 지난 봄 결혼시즌에 캐럿 다이아몬드의 소매가격이 100만원 가까이 급등했다. 귀금속 업계에 따르면 3월 중순에 GIA 인증 다이아몬드의 국제시세표인 ‘라파포트(RAPAPORT) 다이아몬드 리포트’상의 1캐럿 다이아몬드 나석이 200달러 이상, 우리 돈으로 약 25만원이나 올랐고 소매가는 100만원 가까이 급등했다. 앞서 종로 귀금속 상가 직원이 권한 다이아몬드와 투명도면에서 약간 차이가 있지만 1.03캐럿 F컬러, SI1 등급에 엑설런트 컷, 18K 화이트골드로 세팅된 반지의 당시 소매가격은 830만~940만원 선에 거래됐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다이아몬드의 감정서에 수없이 등장하는 우신보석감정원의 오세웅 과장은 “금과 비교해도 다이아몬드가 환금성이 높다”고 말한다.
“라파포트 시세가 중심이 돼 유통가격이 형성되는데 같은 1캐럿이라도 최하 등급과 최상 등급이 1000만원 이상 차이나기도 합니다. 재테크 개념으로 다가서면 중량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아무래도 가격 상승폭은 캐럿이 크죠. 은행에 예금할 때 액수가 크면 이자가 더 많이 붙잖아요. 다이아몬드도 국내외 시세가 오를 때 캐럿의 상승폭이 더 큽니다. 참고로 국내 다이아몬드 시장에선 F컬러, SI급, 베리굿 컷 이상 등급에 유통이 수월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다이아몬드로 어느 정도 재테크가 가능한 걸까. 채종한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답했다.
“다이아몬드뿐 아니라 귀금속의 경우 투자가치로서 관심과 중요성이 심심치 않게 논의되고 있는데요. 일반제품의 상품적 가치가 아닌 경제적 측면에서의 투자가치로는 높은 품질과 높은 등급을 지닌 큰 보석일수록 그 가치가 높다고 하겠습니다. 다이아몬드의 경우 10년간 3배 이상 가격이 상승했는데, 0.5캐럿이 11.6% 상오른 데 반해 5캐럿은 156.0%나 뛰었습니다. 사이즈가 클수록 투자이익도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A Diamond is Forever
탄소로 이뤄진 다이아몬드. 다듬지 않으면 보잘 것 없는 돌덩어리일 뿐이지만 어떻게 깎고 다듬어 연마하느냐에 따라 보석으로 태어나 가치가 매겨진다. 전문가의 손을 거쳐 비율에 맞게 커팅해 광을 내는 단계를 거치면 감정사들의 세심한 감정이 기다리고 있다. 팔고 사는 유통과정에선 감정서에 어떤 등급을 받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그런데 감정서의 종류가 한두 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미국의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가 대표적인 보석감정원. 이외에 유럽의 EGL, IGI, 각 나라별로 수십 개의 감정원이 있다. 국내에도 우신, 미조, 현대 등 수많은 감정원에서 다이아몬드 등급을 결정하고 있다. 당연히 각 감정원마다 등급별 기준이 다르다. 감정서가 없는 다이아몬드도 심심치 않게 거래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 발행되는 GIA 다이아몬드와 국내에서 통용되는 우신 다이아몬드의 가격에 차이가 있다. 왜 그럴까. 한 보석전문가는 “감정료와 소비자 선호도, 인지도의 차이가 반영된 것”이라며 “또 한 가지 GIA는 국내에 감정원이 없으니 다이아몬드가 수입돼야 하는데 국내에 들어올 때 가격이 200만원이 넘으면 특소세 20%가 붙는다”고 덧붙였다.
각 감정원이 다이아몬드를 감정할 땐 4C가 중심이 된다. 컷(Cut) 무게(Carat Weight) 컬러(Color) 투명도(Clarity)가 그것이다. 여기서 잠깐, 그럼 4C는 누가 어떻게 정한 기준일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금으로부터 125년 전인 1888년에 창립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가공업체 드비어스(De Beers)가 1939년 세계 최초로 4C 개념을 제안했다.
우선 ‘컷(Cut)’은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형태로 커팅된다. 브릴리언트 컷, 페어 컷, 오벌 컷, 에메랄드 컷, 프린세스 컷, 쿠션 컷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무게(Carat Weight)’를 나타내는 1캐럿은 0.2g, 과거에 캐럽(Carob) 나무 씨앗으로 보석의 무게를 측정한 데서 유래됐다. 1온스는 142캐럿, 전문가들은 1캐럿을 100포인트라고 부른다. 높은 캐럿의 다이아몬드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캐럿이 높아질수록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다이아몬드의 ‘컬러(Color)’는 화이트 톤으로 투명할수록 가치가 높다. 함유된 질소의 양에 따라 옐로, 브라운 등의 색상을 띠게 되고 D, E, F~Z 등급으로 나뉜다. 이외에 비비드한 컬러를 띠는 것은 D to Z 등급은 표시하지 않고 팬시 컬러로 분류한다. 같은 조건에서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는 핑크와 레드-블루-그린-오렌지-브라운-옐로의 순으로 등급이 정해지지만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 자체가 희귀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다.
또한 내포물이 없을수록 ‘투명도(Clarity)’의 등급이 높아진다. FL(Flawless), IF(Internally Flawless), VVS1, VVS2, VS1, VS2, SI1, SI2, I 1, I2, I3 이렇게 11등급으로 나뉜다.
드비어스는 현재 4C에 Fire, Life, Brilliance 개념을 결합해 다이아몬드를 선별하고 있다. ‘Fire’는 빛의 반사에 의해 발생하는 레인보 효과, ‘Life’는 눈앞에서 다이아몬드를 움직였을 때 나타나는 광채, ‘Brilliance’는 다이아몬드가 정지해 있는 상태에서 반사되는 백색광의 밝기를 가리킨다.
금보다 다이아몬드
이른바 ‘2013년 부자’들의 관심사는 더 이상 ‘Make Money’가 아니다. 강남지역의 한 PB(Private Banker)는 “갖고 있는 자산을 불리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덜 내고 줄일 수 있을까를 물어오는 고객이 훨씬 많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경향은 색이 더 짙어졌다. 우선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엄격해졌다. 올 초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춰졌고,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원천징수와 별개로 다른 소득과 합산해 6~38%의 누진세율을 적용,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4대 보험료가 오르는 건 물론이요 자칫 세무조사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차명계좌 증여 추정 시기와 방식도 바뀌었다. 기존 세법에선 차명계좌 명의자가 돈을 인출했을 때를 증여로 봤다. 그런데 이제는 차명계좌를 보유한 시점부터 증여로 본다. 당연히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비상이 걸렸다. 강남지역의 한 보석상은 “증여나 상속 때문에 다이아몬드를 찾는 분들은 늘 꾸준하다”고 귀띔했다. 나름 국세청 레이더를 피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부자들이 증여나 상속으로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건 이미 오래전의 일. 증여세가 붙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분명 반대의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PB는 “간혹 귀금속을 묻는 고객이 있는데 가격변동을 예측하기 힘들어 증여수단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며 “소장가치로서 다이아몬드를 선호하거나 관심이 있어도 전체 자산 중 소규모 투자를 고려하는 고객들만 관심을 갖는다”고 답했다.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은 2008년 경기불황으로 원석(천연 그대로의 광물)과 나석(커팅된 상태) 모두 이듬해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점차 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세계 원석 다이아몬드 시장은 150억달러로 전년대비 20.0% 상승했고, 세계 나석 다이아몬드 시장도 전년대비 40.3% 상승한 24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다이아몬드의 국제시세 사이트 라파포트(RAPAPORT)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 10년간 금과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등 원자재의 투자이익이 나스닥이나 다우존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아몬드의 경우 크기에 따라 이익이 달랐다. 투자이익이 가장 많은 중량은 5캐럿으로 10년간 156.0% 상승했고, 3캐럿은 123.8%, 1캐럿은 52.7%, 0.5캐럿은 11.6% 상승했다.
그렇다면 국내 다이아몬드 시장은 어떨까.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에서 집계한 KDPI(Korea Diamond Price Index·감정서가 발급된 나석 다이아몬드의 도매시세, 2013년 1월 기준)를 살펴보면 올 2분기 다이아몬드 시세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감정원의 감정서가 발급된 다이아몬드 시세는 4~6월까지 3개월 동안 1.6% 증가했고, 해외 감정원의 감정서가 발급된 다이아몬드는 4.7% 증가했다.
크기별로 보면 0.3캐럿의 국내 다이아몬드 가격은 지난 3개월간 1.5% 상승했고, 해외 다이아몬드는 5.2% 상승했다. 0.5캐럿은 국내 다이아몬드 가격이 4월에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5월부터 점차 하락세를 보였다. 1캐럿은 국내 다이아몬드의 경우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해외 다이아몬드는 매월 약 1%씩 상승하고 있다.
희귀성+희소성=유색보석
2011년 말, 홍콩 크리스티 옥션 하우스에서 진행된 주얼리 옥션의 시선은 반 클리프 아펠의 카슈미르산 16.65캐럿 블루 사파이어에 집중됐다. ‘람세스 반지’라 불린 이 유색보석은 당시 한화로 26억원에 낙찰됐다.
반 클리프 아펠 측은 “4년 만에 2배가 넘는 가격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같은 시기에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연인 리처드 버튼에게 선물받은 푸에르타 루비&다이아몬드 반지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에 낙찰됐다.
다이아몬드가 입문이라면 사파이어나 루비, 에메랄드, 터키석 등 유색보석은 다음 단계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보석전문가들은 “삶이 보다 여유로워졌을 때 눈에 들어오는 보석”이라고 말한다. 다이아몬드 중에서도 핑크다이아몬드는 지난해 홍콩 부유층들이 노리고 또 노렸던 투자품목 중 하나. 희귀한 유색보석의 경우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고 중 최고라 불리는 카슈미르 사파이어는 1975년 이후 고갈돼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 찾는 이는 많은데 공급이 안되니 희귀성에 희소성까지 더해져 그 어떤 유색보석보다 고가다.
국내 주얼리 시장에서 예물과 비예물을 포함한 유색보석 시장의 규모는 약 1291억원대로 추정된다. 전체 주얼리 시장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갤럽과 월곡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유색보석 소비자 시장조사’를 살펴보면 1년 동안 국내 소비자가 가장 많이 선택한 유색보석은 루비(35.8%)였다. 사파이어(26.4%), 자수정(12.6%), 에메랄드(8.2%)가 뒤를 잇고 있다. 또한 유색보석 주얼리의 평균 구입금액은 65만4000원으로 다이아몬드 주얼리(199만9000원)와 진주 주얼리(72만5000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드비어스, “하반기 다이아몬드 수요 2% 증가”
지난 7월 26일 실적 발표에 나선 드비어스가 미국의 수요 개선에 힘입어 올 하반기 글로벌 정제 다이아몬드 수요가 2% 넘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필리프 멜리에 드비어스 CEO는 “특히 미국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 시장도 양호한 양상을 보여 글로벌 수요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전망하며 “인도와 일본은 지속적인 환율 변동성 때문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비어스는 올 상반기에만 1430만 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생산한 드비어스는 생산량이 7.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고 올 한 해 생산량은 지난해 생산량인 2790만 캐럿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회계연도 상반기 중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 판매액은 33억달러, 다이아몬드 원석 판매량은 30억달러를 기록했다.
결혼 예물 올해의 트렌드는?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들의 최근 예물 경향은 루비, 에메랄드, 진주 등 풀세트 대신 다이아몬드 링 하나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평상시에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을 선택하는 신부들이 늘고 있다. 주얼리 브랜드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 반지나 목걸이 선택 시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뿐만 아니라 팬시 컷, 예를 들어 쿠션, 페어 셰이프, 오벌 등 모서리가 둥글게 커팅된 다이아몬드가 유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 측면에서 드비어스는 “컬러와 품질이 최상급이거나 3캐럿 이상인 다이아몬드가 가치있다”며 “큰 캐럿에 D컬러나 투명도가 IF급이라면 희귀한 수준의 다이아몬드다. 희귀한 다이아몬드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 3년 동안 매년 가격이 20% 올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