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 매거진은 최근 <춤추듯 경쾌하게 출근한다(Tap dancing to Work)>라는 책을 냈다. 현대 헤지펀드의 창시라 일컬어지는 알프레드 존스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버핏에 관한 가장 최근의 책으로 버핏을 아주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워런 버핏의 전기나 투자 스타일을 소개한 책이 적지 않은데 그를 소개하는 책이 또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버핏이 인기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 배경엔 누구도 따라가기 어려운 경이적인 수익률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버핏은 어떻게 그런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을까. 버핏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자.
“나는 15%의 피셔와 85%의 벤자민 그레이엄으로 되었다. 투자의 기본 아이디어는 주식을 기업으로 보는 것이고, 시장의 변동을 유리한 기회로 삼는 것이며, 안전 확보를 위한 마진(Margin of Safety ; 상황이 변해도 손실 가능성이 극히 적을 만큼 주가가 싼 것을 의미)을 찾는 것이다. 이것이 벤자민 그레이엄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이다. 지금부터 100년이 지나도 이러한 가르침은 투자의 초석으로 남을 것이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버핏이 콜롬비아대 대학원에서 수학할 때 은사이다.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라는 책을 저술해 가치투자의 개척자로 추앙받고 있다. 필 피셔는 <보통 주식과 비상한 수익(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이란 책을 쓴 전문 투자자로 성장주 투자(Growth Investing)의 개념을 세운 선구자다.
그레이엄은 안전 마진 확보를 위한 본질가치 산출 공식을 개발해 가치투자의 이론적 토대를 다졌다. 피셔는 성장주에 조기 투자해 장기 보유함으로써 엄청난 수익을 얻은 것으로 유명한데 모토롤라가 조그만 라디오 회사였던 1955년에 투자해 2004년 사망할 때까지 보유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이론이나 투자방식은 버핏을 만나 꽃을 피웠다.
재미있는 것은 빌 게이츠와 친한 버핏이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한 회사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오히려 굴뚝주나 보험을 비롯한 금융주에 투자해 거대한 부를 일궜다. 그가 한국 투자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버핏은 굴뚝주를 좋아한다
버핏의 성과를 이해하려면 그의 투자 방식과 그가 투자한 종목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의 투자방식은 크게 (1)상장 주식 투자를 비롯해 (2)주요 기업 직접 소유, (3)특정 회사에 대한 헤지펀드식 투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일반 투자자들이 벤치마킹할 것은 그가 투자한 상장사나 직접 소유하고 있는 기업일 것이다. 버핏이 투자한 업종을 참고로 장기투자 대상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버핏이 투자한 상장회사 포트폴리오에는 코카콜라와 웰스파고은행, IBM,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프록터&갬블, 월마트, US뱅코프, 다이렉TV, 코노코필립스, 크래프트푸드 등이 들어 있다.
케첩회사 하인즈 인수에서 나타났듯이 버핏은 코카콜라와 프록터&갬블 크래프트푸드 등 식료품이나 소비재 회사를 들고 있다. 그런 회사를 좋아한다는 얘기다. 웰스파고은행이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US뱅코프 등이 속한 금융업종도 그가 선호하는 분야다. IBM은 전통의 컴퓨터 및 IT서비스 회사이며, 다이렉TV는 통신서비스, 코노코필립스는 정유회사다.
이밖에 GE나 존슨&존슨, 나이키, 아웃백, 네슬러, 디아지오 등 잘 알려진 회사를 비롯해 중국의 전기자동차 회사인 BYD나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 재보험 회사인 뮤니히리, 아시아의 굴뚝주인 포스코나 페트로차이나 등도 포트폴리오에 넣었다.
버핏은 특히 배당률 높은 주식을 장기 보유해 복리효과를 극대화했다. 지난해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5.1%, 또 다른 제약회사인 사노피는 3.6%를 배당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코노코필립스는 4.6%의 배당수익률을 내줬고 미디어 회사인 뉴스코프는 구독자가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4.1%의 배당을 했다.
버핏은 이들 종목들을 대부분 초기에 사들여 장기간 보유함으로써 기업성장에 따른 이익까지 누렸다. 한마디로 꿩 먹고 알 먹는 투자를 한 셈이다. 외환위기 직후 3만원 전후에서 움직인 삼성전자 주식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얼마나 큰 이익이 났을지 생각해보면 버핏의 투자 스타일이 이해가 갈 것이다.
알짜 회사는 아예 인수한다
재미있는 것은 진짜 이익이 잘 나는 회사들은 아예 직접 소유해 영원히 보유한다는 점이다. 보험회사나 철도·유틸리티·에너지·금융회사들이 대표적이다.
보험사로는 미국 자동차보험의 4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가이코를 비롯해 제너럴리, 웨스코파이낸셜, 어플라이드 언더라이트 등 8사나 된다. 미국 최대 철도회사인 벌링턴노턴산타페와 에너지 회사인 미드 아메리칸 에너지나 노턴 내춰럴 가스, 노턴 파워그리드 홀딩스 등도 소유하고 있다. 다수의 소재 및 건설회사도 계열로 두었는데 애크미 브릭이나 벤자민 무어, 클레이톤 홈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섬유회사에서 출발해서인지 섬유 업종에도 다수 투자했다. 페크하이머 브라더스를 비롯해 푸르트오브더룸, 가란 어린이 의류, HH. 브라운슈 그룹, 저스틴 브랜드 등도 100% 자회사이다.
가구회사인 네브래스카 퍼니춰, 조단스 퍼니춰, 식음료 회사인 데일리퀸, 씨스 캔디스, 물류회사인 엑스트라와 맥레인, 명품회사인 벤 브리지 주얼리, 보르쉐인 파인 주얼리, 헬츠버그 다이아몬드 등도 계열사다. 자본재 회사인 CTB나 할인권 등을 발행하는 블루칩 스탬프 등도 있다. 버핏은 특히 언론사 투자에 관심이 많아 버팔로 뉴스, 비즈니스 와이어, 오마하월드와이드 등을 100% 소유하고 있고 워싱턴 포스트 지분도 일부 갖고 있다.
종합할 때 버핏은 보험을 비롯해 철도나 유틸리티 에너지와 금융업종은 물론이고 의류나 가구 식음료 등 소비재나 럭셔리, 소재, 물류, 비즈니스 서비스, 언론 등 전통 업종에 투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버핏의 마지막 투자 기법은 위기에 처한 기업에 자금을 투입해 살려주고 엄청난 성과를 얻는 것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골드만삭스와 GE 등에 145억달러를 지원했는데 골드만삭스에서만 35억달러를 벌어들였다.
버핏은 금융위기로 곤경에 처한 BOA 주식도 싸게 사들였다. 서브프리임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07년엔 870만주를 사들여 단숨에 지분을 910만주로 늘린 데 이어 2011년엔 BOA가 대규모 적자를 내자 50억달러를 긴급 투입해 구원하기도 했다. 여유자금을 활용한 이 같은 투자로 버핏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높은 수익을 내왔다.
버핏도 빚 얻어 투자한다
이런 투자를 하기 위해 세계 최대 부자인 버핏도 돈을 빌린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월 11일 대규모 채권을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3년 만기 3억달러, 5년 만기 8억달러, 10년 만기 5억달러, 10년 만기 10억달러 등의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 그런데 조달금리가 아주 낮다. 버핏이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이처럼 저렴하게 빌린 자금을 적절하게 사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2011년 말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채총계는 총자산의 56%에 달한다.
특히 가이코나 제너럴리 등 계열 보험사는 버핏이 자금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지렛대 구실을 하고 있다. AAA의 신용등급으로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데다 보험회사의 유동성까지 갖추고 있어 버핏이 마음껏 자금을 활용하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