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인 A·B·C 노선이 올 들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우선 GTX 중 최초로 A노선 수서~동탄 구간의 개통일이 3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개통 예정일을 공표한 만큼 개통식은 그 전에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양주시 덕정역에서 수원역으로 이어지는 C노선(86.46㎞)은 지난 1월 25일 착공했다. 지난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도봉 구간 지하화 문제가 해결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수도권을 동서로 관통하는 B노선도 오는 3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GTX 1기인 A·B·C 노선의 연장안도 추진되고 있다. A노선은 동탄~평택 지제의 구간(20.9㎞), B노선은 마석~춘천 구간(55.7㎞), C노선은 덕정~동두천 구간(9.6㎞)과 수원~아산 구간(59.9㎞)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공식 선언한 2기 GTX 노선 중 D노선은 김포 장기와 인천국제공항에서 각각 출발해 분기점인 부천 대장에서 만나고, 가산·강남·삼성·잠실 등 주요 업무지구를 지나 하남 교산~팔당과 강원 원주까지 ‘Y자’ 형태로 이어진다. E노선은 인천공항부터 대장을 거쳐 연신내와 광운대를 지나 덕소까지 동서로 뻗은 노선이다. 전체를 1단계로 추진한다. F노선은 ‘O’자 모양 순환 노선이다. 의정부와 고양 대곡, 김포공항, 부천종합운동장, 수원, 교산, 왕숙2 등을 지난다. 교산~왕숙2 구간만 우선 추진하고 나머지는 사업성 검토를 거쳐 추진한다. 정부는 내년도 5차 국가철도망계획(2026~2035년) 수립 때 이러한 2기 GTX 전 노선을 모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단계 구간은 2035년 개통, 예타는 윤 대통령 임기 내 추진이 목표”라고 전했다. 정부는 이처럼 1, 2기 6개 노선이 구축되고 GTX 교통망이 수도권에서 충청·강원도로 확대되면 하루 평균 183만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계획에 일각에선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1기 GTX 노선의 착공이 모두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장 노선이나 새로운 노선의 발표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B·C 노선을 모두 개통한 후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먼저 완성된 노선이라도 운영해본 후 추가 노선을 정하는 게 사업성과 재원 조달 계획 반영에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GTX는 개통 후 혜택이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GTX 노선이 연장되고 수를 더할수록 수도권 인구 집중이 높아지고 지방 소멸 위기가 대두될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정부는 GTX A노선을 강원도, B노선을 춘천까지 확대하고, 지방에도 GTX급 광역급행철도(x-TX)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우선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가칭 CTX)를 GTX급 광역급행철도 노선으로 확대해 선도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TK신공항 철도(대구~구미~신공항~의성)에도 GTX 급행철도 차량을 투입해 예타를 신청하고 민간투자 유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부·울·경, 호남권 등에서 추진 가능한 신규 노선은 지자체와 민간의 제안을 받아 5차 철도망계획에 반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전국 GTX 시대’ ‘철도·도로 지하화’ ‘신도시 광역교통 개선’ 등 3대 교통혁신 전략의 관건은 예산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총 사업비 규모가 약 134조원에 달한다. 사업별로 GTX가 38조6000억원, 철도·도로 지하화 65조2000억원, 지방 광역·도시철도에 18조4000억원, 신도시 교통 개선에 11조4000억원이 소요된다. 정부는 재원 조달을 위해 국비 30조원, 지방비 13조6000억원, 공공기관 재원 5조6000억원을 투입하고 신도시 조성원가에서 9조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사업비 절반이 넘는 75조2000억원은 민간 재원으로 조성한다. 특히 GTX 2기 노선과 지방의 광역급행철도 사업은 민간 투자 유치를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사업성 검토가 우선”이란 반응이다. 특히 지방 광역급행철도 사업은 물론 서울을 제외하고 경기도 순환선으로 조성되는 F노선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재 추산한 예산만으로 사업 마무리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GTX 1기 사업 예산은 당초 13조638억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17조원으로 늘었다. 민간 투자 유치의 핵심은 기존 철도 지하화로 발생하는 철로 상부 구간과 역사 부지 등을 민간 사업자와 함께 개발해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하겠다는 것. 하지만 수십조원 규모의 사업비를 개발 이익으로 충당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GTX 요금의 현실성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GTX가 예정대로 개통되더라도 요금이 비싸면 이용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다. GTX는 지하철이 아니다. 평균 시속이 100㎞를 넘는 준고속철도급 열차다. 당연히 일반 도시철도보다는 높은 요금이 책정될 전망이다. 민자 철도는 민간이 사업비를 50% 이상 투자하고 운영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 유동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업계에선 GTX A노선 수서~동탄 구간 요금을 4450원(기본요금 3200원, 거리요금 250원, 10㎞ 이상 5㎞당 250원) 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같은 구간을 운행하는 광역버스 요금(3000원 이상)보다 비싸고 SRT 요금(7400원)보다는 싸다. 직장인 입장에선 하루 1만원 내외의 교통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나 인구 감소 추세, 금리 방향 등을 보면 민간 재원 확보가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GTX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공사비 인상과 고금리 등 관련 비용이 모두 오르고 있어 민간 기업 입장에선 좀 더 면밀히 사업성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간 투자가 원활하지 않으면 결국 국가 재정 투입 사업으로의 추진이 불가피하다.
지난 1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민생토론회에서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은 “국가철도망계획과 GTX 신설은 민간 재원이 얼마나 들어오느냐에 따라 (사업 진행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결국 사업성 높은 사업지에만 수주전 경쟁이 높아질 것”이라며 “가치가 덜한 구간은 첫 삽 뜨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2호 (2024년 3월) 기사입니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