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빙하기 내 자산 불리는 필살기] PartⅠ 금융 안전자산 ➊ 달러·금 | “당분간 쌓아두자”… 가격 강세 이어질 듯
신찬옥 기자
입력 : 2022.03.04 10:55:10
수정 : 2022.03.04 10:58:33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내외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주식, 가상화폐는 힘을 잃고 금,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투자가 쏠리는 모양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당 원화값은 1050~1200원 밴드에서 움직였다. 그만큼 1200원은 중요한 포인트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1200원이 무너진 것은 다섯 번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 2016년 중국경착륙 위기, 2019년 미중 무역분쟁,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 충격까지다.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73차례 언급하며 금리 인상을 시사한 상황이어서 강달러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1200원을 터치했다는 것을 ‘확률상 고점’ 증거로 보기도 한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1200원을 넘을 때마다 점진적으로 달러 비중을 축소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박현식 하나은행 투자전략유닛 팀장은 “달러 투자의 전제는 환율 상승이다. 달러에 투자하는 시점의 원달러 환율보다 20원 이상 올라야 의미 있는 환차익을 볼 수 있다”면서 “일시적으로나 극단적 사건이 발생한다면 모를까 1200원 선을 유지하다가 떨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에 베팅할 시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달러 투자 추천 1순위는 ‘미국 주식’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달러 재테크 1순위는 ‘미국 주식’이었다. 미국 주식이나 펀드 보유자라면 기다리라는 조언이 많았다. 최근 주가 급락으로 파랗게 질려 잠 못 이루는 ‘서학개미’가 많지만, 성장성 있는 기업에 투자했다면 당분간 묻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종목 선정이 어렵다면 미국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ETF를 고려할 만하다. 블룸버그와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에 따르면 연초 이후 2월 중순까지 뱅가드 S&P500 ETF에는 약 22조3000억원이 유입됐다. 이 밖에 ‘아이셰어 코어 S&P500(약 10조6000억원)’, ‘뱅가드 밸류(약 8조9000억원)’, ‘뱅가드 토털 스톡 마켓(약 6조2000억원)’ 등에도 자금이 몰렸다.
주식형 펀드 같은 경우 달러 가치보다는 주가 자체가 변수이고, 미국 주식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환차익보다는 주가 상승이 펀드 수익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다. 박 팀장은 “1년 이상 묻어둘 수 있는 돈이라면 미국 주식형 펀드와 중국·아시아 펀드를 추천한다. 1년 미만이라면 안정적이어서 단기로 굴리기 좋은 EMP 펀드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는 수수료가 저렴하고 ‘초분산투자’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포트폴리오 자산의 50% 이상을 여러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채권, 실물자산, 리츠 등에 분산투자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월 17일 기준 국내 EMP 펀드는 47개다. 전체 설정액은 1조922억원, 전체 순자산은 1조4303억원이다. 물론 EMP 펀드라도 자산운용사, 상품별로 전략이 달라 수익률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혁신기업의 성장성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글로벌 혁신 테마나 성장주도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글로벌 EMP 펀드를 담아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실수요자는 분할환전… 달러예금·RP 활용
기존에 예금이나 현물 등으로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면 1200원을 넘을 때마다 분할매도 기회로 삼을 때다. 현재로서는 달러예금·채권 매력도 크지 않다. 여전히 미국 기준금리는 제로 수준이지만 한국 기준금리는 1.25%다. 현재 달러 표시 채권 수익률은 원화 채권에 비해 약 1% 낮다는 이야기다. 미국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이 금리 차는 줄어들겠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투자할 만한 매력 포인트는 별로 없다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다만 실수요자라면 달러값 조정을 기다리기보다 3~5번 정도로 나눠 ‘분할환전’하는 것이 좋다. 소액 분산투자로 접근한다면, 언제든 달러 적립투자를 시작하기 좋은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렇게 확보한 달러를 3개월 이상 보유할 수 있다면 달러예금이나 달러환매조건부채권(RP)에 넣어놓자. 달러예금이란 고객이 은행에 요구불예금이나 정기 예금·적금 형태로 맡긴 달러화를 말한다. 달러화는 물론 원화로도 인출할 수 있다. 이자율은 연 0.1% 수준으로 낮지만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고 환차익에 대한 세금이 따로 부과되지 않아 달러당 원화값이 내리기만 하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달러예금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미국 달러예금 잔액은 594억31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503억6000만달러 대비 90억달러가량 늘었다. 달러RP는 증권사가 보유한 달러표시 채권을 샀다가 일정 기간 이후에 약정 가격으로 다시 증권사에 파는 상품이다. 연 0.3% 내외 금리에 원화로 환전할 때 수수료가 은행의 10분의 1 정도여서 유리하다. 다만 약정 기간 중간에 환전을 원하면 해지 수수료가 발생하니 주의해야 한다.
▶최근 3개월 수익률 7.3%… 반짝반짝 빛나는 금
금은 전통적인 환율 헤지(방어) 수단이다. 지난해 12월 2일 이후 금의 수익률은 7.3%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2일 g당 6만6847원이었던 국내 금값은 지난 2월 15일 기준 7만1735원으로 최근 1년 새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기간 국제 금 시세는 5.2% 올랐다. 국내 수익률이 더 좋은 것은 환율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애널리스트는 “금은 보통 환율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투자한다. 그러나 최근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금 수익률이 국제 금 시세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값 변동이 없어도 원화 약세 상황 속에서는 국내 금값이 오른다는 얘기다. 미국 연준이 부르짖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헤지 수단으로도 금은 귀하신 몸이다. 국내에서도 고액 자산가들은 금 투자를 늘렸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금통장(골드뱅킹)의 경우 작년 1월 6327억원이었던 잔고가 올 들어 7000억원을 넘어섰다. 1년 새 11% 불어난 것이다.
금 투자 방법은 금 실물 거래,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 거래, 시중은행 금 통장, 금 신탁 상품, 금 펀드 등 다양하다. 다만 세금과 수수료 부담이 큰 편이다. 골드바를 실물 거래할 경우 부가가치세 10%를 내야 하고, 구입처에서도 수수료 명목으로 5%를 추가로 뗀다. 은행을 통해 투자하는 금통장과 금신탁은 소액 투자 목적으로 적합하나 1% 거래수수료와 매매차익에 15.4%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최근에는 KRX 금시장을 통해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파는 방법이 인기다. 증권사에서 금 현물 계좌를 개설해 시장 가격에 따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1g 단위로 투자가 가능하고 장내 거래만 할 때에는 수수료가 0.3%(증권사 온라인 수수료) 수준으로 저렴하다.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모두 면제된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잘 모르고 투자하면 낭패 보는 달러보험
달러자산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외화보험(달러보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은 물론 보험금·해약환급금 등이 모두 미국 달러로 이루어지는 상품이다. 매달 달러로 보험료를 내면서 자산을 모아갈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추가 수익과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변액종신보험을 원화가 아닌 달러로 들면 매달 일정 금액의 보험료를 달러로 내고, 사망보험금도 달러로 받는다. 원화로 환전해 수령할 수도 있다. 달러 연금보험은 장기적으로 자녀 유학이나 이민 등 달러자산이 필요한 고객들이 자금 마련에 활용한다.
장기간 유지해야 혜택을 볼 수 있는 변액종신이나 변액연금상품이 많다. 보험료는 몇 백달러로 고정되어 있고 환율은 계속 변동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면 그만큼 보험료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내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의 원화 가치도 하락하므로 보험금이 줄어들 수 있다. 이 같은 성격을 모르고 가입한 소비자들은 불완전판매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상품 구조만 보고 환테크를 목적으로 가입한 고객들도 많다. 그러나 달러보험을 환테크 수단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보험상품 본연의 성격처럼 장기로 가져가면서 사망을 보장받고, 은행상품보다 높은 금리와 세제혜택을 누리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물론 금리가 높다고 해도 초기에 사업비를 많이 떼기 때문에 중도해지 시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최근 몇 달간 달러보험 판매에 소극적이었던 생명보험사들은 올해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지난해 말 달러보험 규제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등 달러보험 대표 기업들이 약관을 개정하고 해지환급금 적용이율을 낮추는 등 리뉴얼한 상품을 선보였다. 이 밖에 AIA생명, ABL생명, 삼성생명, 신한라이프, KB생명, DGB생명 등도 달러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화보험 신계약 건수는 2017년 5000여 건에서 2020년 10만5000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판매금액은 3046억원에서 1조4256억원으로 4배 넘게 늘었다.
▶중장기 변수는 중국… 유로·위안화 투자는
올해 환율의 중장기적 변수는 중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오는 10월 3연임 확정을 앞두고 있어 중국 경제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이 중산층에 대한 사회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아지면 중국에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원화값이 다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년 이하로 유로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피델리티 등에서는 유로화로 투자하는 역외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 기조와 관련해 중국 소비재와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전기차 같은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다. 다만 최근 중국 증시 특성상 불확실성이 크므로 중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여러 종목을 편입한 펀드나 ETF를 골라서 투자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