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서도 새해 3월 대선이 치러진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미 승자는 정해져 있는 분위기다.
12월 초 러시아 여론조사센터 브치옴(VTsIOM)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78.5%에 달한다. 단기간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장기화되고 있는 전쟁 탓에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민심은 별로 좋지 않지만, 여론조사의 추이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왕따’가 됐지만, 러시아 국내적으로는 푸틴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세론은 러시아 내 야권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대선 후보를 내긴 하겠지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하기 보다는 관심이 커지는 선거 국면을 활용해 푸틴에 대한 반대 여론을 결집하겠다는 뜻이 더 강하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부터 대통령이나 총리로서 러시아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2030년까지 권력을 유지하게 된다. 다만 푸틴에게도 쉽게 끝내지 못하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은 약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를 만회하려는 행보로 대선을 시작하고 있다. 푸틴은 대선 출마 의사를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참가한 군인들과의 만남에서 처음으로 밝혔다. 또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인 크림, 세바스토폴,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지에서 투표를 진행하려 한다.
푸틴이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몇 %의 지지율’로 승리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푸틴의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러시아 내부에서 장기화되는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화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도 2024년에 대선이 예정돼 있지만, 전쟁 와중에 대선을 치르는 것이 맞느냐의 문제를 놓고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투표가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저항 시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투표가 아예 치러지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이 물거품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 러시아 대선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 우크라이나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푸틴이 재집권을 하게 되면 우크라이나로서는 점점 더 힘든 국면을 맞닥뜨릴 수 있는 셈이다. 국제사회의 지원도 점점 약해지고 있어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절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실제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과 나토의 지원이 없다면 2024년 여름쯤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유럽도 새해에 중요한 선거가 진행된다. 2024년 6월 유럽의회는 선거를 치른다. 2020년 1월 단행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다.
유럽에서 최근 수년간 극우 정당이 빠르게 세력을 키워온 상황에서 이들이 유럽의회를 얼마나 장악하게 될지가 핵심 사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기후변화 목표 조정 등도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국제 정세에 크게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밀려드는 이민, 난민 문제에 대처하라는 유권자의 압박이 강해지는 가운데 이미 지난 11월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는 강경 반(反)이민 정책을 내건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중도우파 성향의 집권당을 누르고 압승한 바 있다. 이들의 공통 분모는 반유럽통합·반이민·반이슬람 등이다. 이들은 EU의 유럽 통합 노력에 반대하며 민족 정체성과 국가 주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우의 약진은 2022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집권을 필두로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유럽 각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등 산업계 눈길은 유럽의회 의원 선거에 쏠린다. 난민 유입 반대 등으로 유럽에서 극우 정당이 부상할 경우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더욱 강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유럽의회 선거 이전인 4월과 5월에 영국에서는 총선과 지방선거가 있는데,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고 있다. 실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과 비교해 야당인 노동당의 지지율이 20%포인트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브렉시트 이후 가중되고 있는 경제적 고통과 정치적 혼란에 지친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이 움직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병수·문수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