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가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용하면서 ‘게으른 부자들의 살 빼는 약’으로 불리던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 주사제 ‘위고비’가 그 주인공이다. 심혈관을 비롯한 각종 대사 질환과 난치병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술·담배는 물론 마약 사용에 대한 욕구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만병통치약’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는 과거 오젬픽이라는 이름으로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활용되다 비만에 효과가 있는 것이 추가 확인돼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비만 치료제로 승인됐다. 미국 내에서는 위고비 품귀 사태가 벌어지면서 같은 성분으로 이뤄졌지만 더 적은 용량인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을 대신 처방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위고비의 인기로 비만이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도 속속 신약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위고비와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알약 형태의 신약을 개발했고, 일라이릴리는 위고비보다 감량 효과가 더 크다는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더욱이 비만 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만 치료제 시장 역시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유행병’으로 진단하면서 2020년 약 9억 8880만 명에 달하던 전세계 비만 인구가 2035년 19억 1400만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밴티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6억달러(약 15조4900억원)에서 2030년 390억달러(약 52조8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제약업계는 관련 시장이 같은 기간 1000억달러(약 133조5300억원) 규모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혁신적인 비만 치료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사회가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일부 비만 환자는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비만을 ‘의지력 부족’으로 치부하지 않고 약물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한다면 비만 환자들에 대한 편견 역시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치료제의 남용이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비만 치료제의 높은 가격은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국 보건 전문 비영리기관 카이저패밀리재단(KFF)에 따르면 8월 기준 미국에서 위고비 한달 처방 가격은 1349달러(약 180만원)다. 1년 동안 위고비를 처방받을 경우 2160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미국 보험회사는 비만 치료제를 ‘허영심 마약(vanity drugs)’이라고 칭하며 보험 적용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작용 우려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특히 성장기인 10대가 약물을 사용할 경우 정상적인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와 단백질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에도 향후 비만 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말한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