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베스트셀링카 순위에는 어떤 차가 이름을 올렸을까. <매경LUXMEN>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의뢰해 올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을 중심으로 베스트셀링카를 집계했다. 특히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성남 분당구, 부산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인천 연수구(송도), 울산 동구 등 대한민국 부촌(富村) 6개 지역의 베스트셀링카를 따로 집계했다. <매경LUXMEN>에서만 공개하는 대한민국 부자들의 자동차 선호도다.
우선 종합순위에선 현대차의 ‘그랜저’(8만2760대)와 BMW의 ‘5시리즈’(1만5599대)가 수위에 올랐다. 국산차는 기아의 ‘카니발’(5만2529대), ‘쏘렌토’(4만8224대), ‘스포티지’(4만8112대)가 그 뒤를 이었다. 수입차는 벤츠의 ‘E클래스’(1만2029대)와 ‘S클래스’(6997대), 아우디의 ‘A6’(5770대), 렉서스 ‘ES’(5622대)가 순위에 올랐다. 국산차 부문에선 1위와 2위의 차이가 확연하다. 그랜저와 카니발의 판매대수 차이가 3만대 이상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7세대 신형 ‘디 올 뉴 그랜저’의 인기가 반영된 수치다. 업계에선 그랜저의 인기를 놓고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현 추세라면 올 한 해 판매량이 최대 12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만약 달성한다면 단일모델 사상 최다 판매 기록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기대를 훌쩍 넘어섰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 승용차는 총 19만8407대. 그중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4만2519대나 팔렸다. 5대 중 1대가 그랜저였던 셈이다. 지난 8월에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 기아의 쏘렌토도 신차효과가 예상된다. SUV부문 베스트셀링카 수위는 이미 예약한 상황. 비슷한 시기에 현대차가 완전변경모델 ‘디 올 뉴 싼타페’를 내놨지만 올 상반기 판매량에서 이미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산차 순위에서 10위권 내에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만 이름을 올린 건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지난해 8월 KG그룹에 인수된 후 올 초 쏘렌토를 추월할 만큼 인기가 높았던 KG모빌리티 ‘토레스’의 판매량이 급감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업계에선 “지난해 6월 출시된 후 1년이 지난 시점이라 신차 효과가 희미해졌고, 준중형 SUV군에서 스포티지나 투싼의 인지도가 꾸준해 판매량이 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토레스는 여전히 KG모빌리티의 실적을 좌우하는 주력 모델이다. 지난 9월엔 토레스의 플랫폼을 활용한 순수전기차 모델 ‘토레스 EVX’도 출시됐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벤츠의 ‘E클래스’와 BMW의 ‘5시리즈’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웅을 겨루는 경쟁차종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선 매년 베스트셀링카 수위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올해는 5시리즈가 앞서나갔다. 2위를 차지한 E클래스보다 3570대(~8월 기준)나 더 팔렸다. 사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벤츠와 BMW가 양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판매량 수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한다. 결과만 놓고 보면 7년 연속 수입차 1위를 기록한 벤츠가 판정승한 상황. 하지만 올해는 BMW의 궁심이 만만치 않다. 올 8월까진 일단 BMW(5만347대)가 벤츠(4만7382대)를 앞서고 있다. 업계에선 “이대로 굳히기에 들어가려면 5시리즈의 신차효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BMW는 지난 9월 초 8세대 ‘뉴 5시리즈’를 출시했다. 6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변경모델이다. 신무기를 앞세워 8년 만에 1위 탈환에 나서는 모양새다. 뉴 5시리즈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출시한 것도 다분히 전략적인 선택이다. 물론 벤츠도 마냥 손 놓고 기다리진 않는다. 올 4월에 11세대 완전변경모델 ‘더 뉴 E클래스’를 공개했다. 하지만 출시 시기가 아쉽다. 국내 시장엔 올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고가 아파트가 가장 많은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에선 현대차의 ‘그랜저’와 벤츠의 ‘E클래스’가 각각 수위에 올랐다. 국산차 부문에선 제네시스의 ‘G80’ ‘GV70’ ‘GV80’이 각각 2, 3, 5위에 오르며 높은 선호도를 증명했다. 실제로 강남3구에서 팔린 국산차(9416대) 3대 중 하나는 제네시스(3155대)였다. 강남3구는 서울시 전체 등록차량 중 수입차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지역이다. 올해 수입차 부문은 벤츠가 크게 앞서나갔다. 10위까지 순위에 ‘E클래스’ ‘GLC’ ‘S클래스’ ‘C클래스’ ‘GLE’가 각각 1, 5, 6, 8, 10위에 오르며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그럼 각 구별 선호도는 어떨까. 우선 국산차는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모두 그랜저가 1위에 올랐다. 수입차는 서초구와 강남구는 E클래스. 송파구는 단 3대 차이로 5시리즈가 1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만한 브랜드는 렉서스다. 수입차 종합 순위에서도 ‘ES’(5622대)가 5위에 오른 렉서스는 강남3구에서도 E클래스, 5시리즈, 카이엔에 이어 ES를 4위에 올렸다. 렉서스는 올 8월까지 총 9129대가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12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수입차 딜러사의 한 임원은 “지난해와 비교해 신차 출시가 줄을 잇는 토요타의 행보가 판매량을 이끌고 있다”며 “여기에 하이브리드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뒷받침되며 렉서스가 좋은 선택지가 됐다”고 분석했다.
자타공인 강남생활권이라 불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베스트셀링카 순위는 강남3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산차 부문은 ‘그랜저’가 1위에 올랐지만 ‘G80’ ‘GV70’ ‘GV80’ 등 제네시스 차량이 각각 2, 3, 9위에 오르며 강남3구와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수입차 순위에선 렉서스의 ‘ES’가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5시리즈’ ‘E클래스’, 테슬라의 ‘모델Y’가 좇고있다.
전용 슈퍼 차저와 테슬라 서비스센터가 몰려 있어 6개 지역 부촌 중 대구 수성구와 함께 테슬라가 순위에 올랐다. 분당구 수입차 딜러사 관계자는 “분당과 판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기업들이 포진해 있어 법인차량도 하이엔드급 차량이 많다”며 “특히 고액 연봉자가 많아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다양한 모델이 판매되는 개성 강한 지역”이라고 전했다.
마천루가 떠오르는 부산 해운대구는 전국 부촌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지역이다. 바다와 맞닿은 천혜의 조망권에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기가 어느 지역보다 높다. 여기에 부산지역 최고의 학군도 자리했다. 신흥 부촌에서 전통적인 부촌으로 이미지가 바뀐 이유다.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 상업지구에 특히 수입차 매장이 많은데, 마린시티는 수입차 전시장이라 불릴 만큼 고가의 차량이 출몰하는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타 지역에선 좀처럼 보이지 않던 하이엔드 모델이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포르쉐 ‘카이엔’(539대)과 ‘911’(219대), ‘파나메라’(185대)가 각각 1위와 4위, 6위에 올랐고 순수 전기차 ‘타이칸’도 215대나 팔리며 5위에 올랐다. 국산차 부문은 중에는 ‘그랜저’(496대)가 1위에 올랐다.
외국인 투자 기업이 많은 송도국제도시는 인천광역시에서 가장 아파트 시세가 높은 지역이다. 지난해 큰 폭의 조정 이후 최근 기지개를 켜며 다시금 가격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인천의 강남이라 불리는 이유다. 송도를 품은 인천광역시 연수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 BMW다. 10위에 미니 컨트리맨이 이름을 올렸지만 이 브랜드 또한 BMW그룹의 일원이다.
특히 5시리즈에 대한 선호도가 도드라진다. 전국 부촌 6개 지역의 5시리즈 판매량은 3531대. 이 중 2055대가 연수구에서 팔렸다. 가히 압도적인 수치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BMW가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연수구에서 바로 지척”이라며 “드라이빙센터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AS가 편해 판매량이 높은 건 당연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대구지하철 2호선과 동대구역환승센터 등 대구지역 교통 요지인 수성구는 대형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다. 올 들어 대구 지역의 아파트 미분양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수성구만은 예외다. 일부 지역은 오히려 계약률이 오르며 부동산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이 지역의 베스트셀링카는 ‘그랜저’와 ‘5시리즈’가 차지했다. 수입차 부문은 BMW의 선호도가 월등했다. ‘5시리즈’를 비롯해 ‘6시리즈’ ‘X4’ ‘7시리즈’ ‘3시리즈’ ‘X6’가 각각 1, 4, 6, 7, 8, 9위에 올랐다. 특히 6시리즈와 7시리즈, X6 등 대형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국민연금 1인당 평균 수급액이 가장 많은 지역은 어디일까. 최근 공개된 국민연금공단의 ‘시군구별 1인당 월지급액 평균’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5월 기준 국민연금(노령·장애·유족연금 포함) 평균 수급액이 가장 많은 곳은 울산 동구였다. 1인당 월 88만4532원으로 전국 평균 56만3679원보다 약 32만원(57%)이나 더 많다. HD현대중공업이 자리해 고소득 근로자가 많은 이 지역은 국민연금 수급액 통계에서 오랫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위는 현대자동차가 있는 울산 북구(81만9960원)다. 울산 남구(6위·72만9342원)와 중구(9위·69만2377원)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으니 부촌 중 하나라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어쩌면 이미 예상 가능한 대목인데,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그랜저’(299대)와 ‘투싼’(259대)이었다.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가 싹쓸이했다. 반면 수입차 부문은 순위를 집계하기 무색할 만큼 판매량이 적었다. 1위에 오른 ‘5시리즈’가 고작 22대, 이외의 순위는 양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국산차 선호도가 높았다.
[안재형 기자 · 자료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