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지 않는 소비, 부진한 수출, 위기의 부동산 시장…. 중국 경제가 겹악재를 만나면서 총체적 위기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최대 위기”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6.4%에서 4.8%로 내렸다. 일본 미즈호증권은 5.5%에서 5%로,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4.9%에서 4.5%로 중국 경제 성장 전망치를 낮췄다.
이에 중국도 깜짝 금리 인하를 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나섰지만, 보다 직접적이고 강력한 소비 지원책이 나오지 않는 한 중국 정부가 제시한 ‘5% 안팎’ 성장률 목표치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8월 14일 단기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2.65%에서 2.5%로,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는 1.9%에서 1.8%로 각각 내렸다. 이에 따라 시장에는 총 6050억위안(약 111조원)의 유동성이 공급될 전망이지만 글로벌 시장은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경고음을 보낸 셈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 모델은 내수의 부동산 개발 산업과 인프라 투자, 수출 등 ‘3대 축’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 산업의 경우 2년째 침체가 지속되는 것은 물론, 최근 대형 업체들의 연쇄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 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 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미·중 갈등과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으로 침체된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 경제의 부동산 비중은 한국·일본(약 20%)보다 높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부채 위기는 6400조원이 넘는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과 직결된다. 부동산 부실이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침체는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를 불러와 인프라 투자 여력을 고갈시켰다. 수출은 7월 들어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민간 소비에 희망을 걸었는데, 이마저도 힘을 잃어가는 것이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경제지표를 보면, 소매판매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5%에 그쳤다. 이는 시장 추정치(4.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자, 6월(3.1%)에 이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친 것이다. 여기에 고용·소득의 선행 지표인 산업생산도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나는 데 그쳤고, 1~7월 누적 고정자산 투자 역시 부동산 부문 투자 감소 영향으로 최근 발표된 중국의 주요 경제 지표는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8월 8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7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5% 줄었다. 감소 폭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1∼2월(-17.2%) 이후 41개월 만의 최저치다. 7월 수입 역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4% 감소했다.
6월 중국의 16∼24세 청년실업률은 21.3%로 관련 통계 작성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 소비, 수출, 고용 등이 모두 부진함에 따라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중국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상하이 봉쇄 등에 따른 기저 효과에도 전년 동기 대비 6.3%에 그치며 시장 전망치(7.1%)에 크게 못 미쳤다. 중국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소비자물가가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물가는 하락하는데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8월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월별 CPI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 2월(-0.2%)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CPI와 함께 대표적 물가관리 지표로 CPI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4.4%로 집계돼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중국 CPI와 PPI 상승률이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7월의 물가 상승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항후 (물가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2021년 초 CPI 하락이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이었던 것과 달리 최근 물가 하락은 수요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 같은 장기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더 심각하다”면서 “중국이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올해 중국 상황이 1980년대 부동산 거품이 터진 후 일본과 비슷하다”며 중국이 ‘일본식 불황’을 겪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장은 여전히 더 강력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추가로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당시 중국 GDP의 13%에 달하는 4조위안 규모의 슈퍼 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물가와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부채가 국가 경제를 위협할 정도로 커지는 등 혹독한 부작용을 겪은 바 있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중국 주식을 팔아치우는 ‘셀 차이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반론도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2023년 중국 GDP 성장률이 5%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5% 증가분은 한국 전에 GDP의 51%에 달하는 규모”라며 “서방에서는 5%대로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이야기하지만 중국이 5% 성장률을 2년 달성하면 한국만 한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가 하나씩 생겨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성장률을 상대적 개념으로 봐야지 절대적 개념으로 보면 안된다는 설명이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