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FOMC 이후에도 미국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서학개미들의 계좌에도 풍성한 한가위를 예고하고 있다. 기술주 고평가 논란에도 미국 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하는 시장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올 한해 서학개미들의 매수 패턴을 살펴보면 하락이 깊어질수록 손길은 더 과감해졌다. 1년 동안 반복된 패턴이다. 거래 기간별로 살펴보면 공통 코어와 시점별 테마성 매수가 교차하는 궤적이 드러난다. 코어는 SPY·QQQ·VOO 같은 지수 ETF와 테슬라·엔비디아·팔란티어 같은 주도주다. 이외에 시점별 테마성 거래는 SOXL·TSLA 2배·TQQQ 같은 레버리지, 때로는 SOXS·SQQQ 같은 인버스, 그리고 상황별 이슈 종목이다. 요컨대 지수로 버티고, 테마로 달리는 이 중 엔진이 한 해의 심리를 이끌었다.
최근 9월 FOMC 1주일 전후 상위랭커에 오른 종목은 대형 지수 ETF였다. 1위 SPY, 4위 VOO, 5위 QQQ가 나란히 자리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구간에서 변동성 관리 수단으로 지수에 실린 자금이 먼저 움직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리스크를 감당하는 투자자도 상당수였다. 2위 테슬라, 3위 TSLA 2배, 6위 엔비디아가 즉시 뒤따른다. 지수로 바닥을 깔아두고 주도주와 레버리지로 상방을 증폭하는 배치다.
이벤트 드리븐 종목도 빠르게 부상했다. 7위 오라클은 오픈AI와의 대형계약이 체결되며 단기 모멘텀에 민감한 매수의 표적이 됐다. 8위 SOXL, 13위 2배 이더리움(ETHU), 12위 오픈도어 등은 ‘타이밍 베팅’의 대표 증거다. 9위에 포착된 2배 타깃형 개별주 레버리지 ETF 레버리지의 스펙트럼이 메가캡을 넘어 개별 테마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불확실성 앞에서 지수로 주머니를 두껍게 하고, 방향성이 생기는 순간 주도주·레버리지로 파고드는 전술이다.
최근 한 달 상위는 단기 이벤트의 소음을 걸러낸다. 1위 SPY, 2위 SOXL, 3위 엔비디아, 4위 테슬라, 5위 TSLA 2배가 톱5를 형성했다. 6위 QQQ, 7위 팔란티어, 8위 VOO가 뒤를 잇는다. 한 달 표는 ‘확인’의 시간이다. 실적·가이던스·수급 신호가 몇 차례 겹치며 방향성에 대한 신뢰가 자란 흔적이다. 상위 10위에서 지수·주도주·레버리지가 안정적으로 공존하는 것은 레버리지가 단발성 흥분이 아니라 계획된 도구로 장착했음을 보여준다.
중 하단의 구성을 보면 분산 본능도 살아 있다. 12위 그라나이트셰어즈 2배 NVDA(NVDL)는 AI 대장주에 대한 매수도 지속되고 있었다. 다만 13위 SOXS는 반도체 지수 3배 인버스 종목으로 2위를 차지한 SOXL과 반대 베팅을 의미한다. 11위 유나이티드헬스, 14위에 오른 서클 인터넷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서학개미들의 포트폴리오에 그대로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최근 1개월 상승장에서는 서학개미들은 단일 서사에만 의존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코어는 유지되었지만, 위성 선별 레버리지의 매수가 눈에 띄는 기간이었다.
상반기의 기술주 급락은 최근 6개월 매수 종목에 생생하게 반영되어 있다. 1위 SOXL, 2위 테슬라, 3위 TSLA 2배, 4위 SPY, 5위 엔비디아가 전면을 채우는 가운데 6위 팔란티어가 뒤를 받친다. 여기까지는 친숙한 서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7위 SOXS, 8위 TQQQ, 13위 SQQQ가 함께 상위권에 오른 대목이 핵심이다. 하락 초입의 방어, 저점 근접 구간의 공격, 반등 국면의 추종을 엿볼 수 있다.
현금 대기 성격의 11위 iShares 0–3 Month Treasury(SGOV)도 눈에 띈다. 낙폭이 클수록 ‘한 발 빼기’와 ‘한 발 들이대기’가 번갈아 작동했고, 그 중간에 현금성 대기가 완충재 역할을 했다. 12위 IONQ와 14위 NVDL, 15위 VOO는 ‘다음 서사’ 탐색과 ‘기본기 복귀’가 함께 진행됐음을 추측할 수 있다. 공포의 시기에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산다. 롱·숏·현금이 같은 화면에 공존한 이유로 보인다.
연간 상위는 차분하다. 1위 테슬라, 2위 SOXL, 3위 TSLA 2배, 4위 엔비디아, 5위 SPY가 톱5를 이뤘다. 6위 팔란티어, 7위 SOXS, 8위 IONQ, 9위 NVDL, 10위 TQQQ가 뒤를 잇는다. 이어 11위 리게티 컴퓨팅(RGTI), 12위 QQQ, 13위 SGOV, 14위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15위 MSTR 2배 레버리지가 이름을 올렸다.
두 가지 결론이 분명하다. 첫째, AI 인프라—엔비디아·팔란티어와 전기차—테슬라로 대표되는 장기 서사는 여전히 코어다. 둘째, 서학개미들에게 레버리지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상시 투자 도구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SOXL·TSLL(테슬라 2배 레버리지)·TQQQ가 연간까지 상단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한다. 한편 아이온큐(IONQ)·리게티 컴퓨팅(RGTI) 같은 양자컴퓨팅, 비트코인 매수 전략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및 그 2배 레버리지, NVDL 등이 역시 반복적으로 상위 매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1년간 서학개미의 매수패턴은 분명한 규칙성을 드러냈다. 테슬라, 엔비디아, 팔란티어 같은 주도주와 SPY·QQQ·VOO 같은 지수 ETF는 네 시점 모두에서 상위에 오르며 사실상 코어 자산으로 굳어졌다. 가격이 크게 흔들린 날에는 테슬라와 엔비디아 같은 개별주뿐 아니라 SOXL·TSLA 2배·TQQQ 같은 레버리지 ETF가 급격히 상위권에 등장했다. 주가 하락이 공포가 아니라 기회로 읽히는, 이른바 저점 매수의 집단기억이 반복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반대로 변동성이 커지거나 기술주 급락이 발생한 시기에는 SQQQ·SOXS 같은 인버스 상품과 초단기채 ETF(SGOV)까지 상위에 포착되며 방어적 성격도 동시에 강화됐다. 즉, 하락기에는 롱·숏·현금이 나란히 매수 상위에 나타났고, 반등기에는 다시 주도주와 레버리지가 자리를 되찾았다.
결국 1년간의 매수 상위는 이렇게 요약된다. 지수로 버티고, 주도주로 달리며, 레버리지로 증폭하고, 신테마로 탐색한다. 하락은 위축의 신호가 아니라 선택의 신호였고, 그 선택이 기록으로 남았다. 서학개미의 투자 습관은 이제 단순한 투기나 모험이 아니라, 반복된 경험에서 길러진 학습된 낙관과 생존 전략의 결과물이다. 이는 향후 금리 환경이 달라지더라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하나의 체질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1호 (2025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