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테크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수면보조 식품, 의약품, 매트리스와 베개, 백색소음기, 스마트폰 앱 등 숙면을 도와주는 제품과 폐쇄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기 위한 장치인 CPAP(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까지 매우 다양하게 발달했다.
초기 슬립테크 시장은 스마트워치 및 밴드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수면 중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기록,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2017년 세계 정보기술·가전박람회(CES)에 처음 슬립테크 전용관을 오픈해 많은 기발한 제품들이 소개되며 더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슬립테크를 통해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유니콘으로 등극한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핀란드 기업인 ‘오우라헬스’는 대표적인 슬립테크 유니콘이다. 오우라헬스는 티타늄으로 제작한 반지 형태의 ‘오우라링’을 통해 수면 상태를 측정해준다. 체온, 심박수, 수면 습관, 스트레스 지수 등을 알려주는 센서를 탑재해 실시간 신체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특히 오우라헬스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와 손잡고 스마트링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슬립테크 분야 유니콘으로 명상앱 캄을 꼽을 수 있다. 캄은 명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면에 도움을 준다. 송소영 코트라 디트로이트 무역관은 “건강 관리를 위해 영양 상태와 스트레스 지수를 체크하는 것처럼 수면의 양과 질을 관리하는 시대가 왔다”라며 “세계 시장 변화에 관심을 두고 해외 진출 기회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하루의 3분의 1을 함께하는 매트리스 분야는 슬립테크의 최전선으로 꼽힌다. 다양한 기술로 무장한 슬립테크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슬립넘버(Sleep Number)는 매트리스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 기업이 선보인 뉴슬립 넘버 360 스마트침대 기술 플랫폼(New Sleep Number 360 smart bed Technology Platform)은 심박수, 호흡수, 수면 상태를 측정하고 매트리스 온도와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수면 중 코골이를 감지하면 침대 각도를 조절해 코골이를 줄일 수 있게 했다.
또한 사용자에 따라 자동으로 온도 조절을 해 최적의 수면 환경을 찾아준다. 이외에도 슬립넘버는 개인의 수면과 건강 상태를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4시간 일주기 생체리듬을 지원하는 조명과 함께 소음을 차단하는 소음 감소 기술도 동시에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교원그룹의 건강가전 브랜드 웰스가 지난해 렌털업계 최초로 최고급 매트리스에 전문 기술을 적용한 ‘웰스 수면케어 매트리스’를 렌털 제품으로 선보였다. 웰스 수면케어 매트리스는 자는 동안 수면의 질을 관리해주는 ‘웰스 IoT 수면기어’로 매트리스 성능을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웰스 IoT 수면 기어는 자는 동안 코골이와 뒤척임, 불규칙 호흡 등과 같은 수면 데이터를 실시간 기록·분석하며 수집된 정보는 웰스 IoT 앱으로 자동 전송된다. 이후 측정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수면 관리 방침을 제공한다.
SK매직과 협업에 나설 비알랩은 매트리스에 탑재된 센서로 수면 상태를 관찰해 수면 환경 개선 솔루션을 제공하는 슬립테크 전문기업이다. 비알랩이 개발한 수면 모니터링 및 개선 시스템 ‘제이블’은 사용자의 몸에 별도 장치를 부착하지 않고 매트리스에 탑재된 센서로 사용자의 수면의 질과 상태를 감시한다. 여기에 추가된 최적의 심박 유도 피드백으로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깊은 수면을 강화한다.
코웨이는 지난해 CES에서 공개한 기술을 최근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코웨이의 ‘비렉스(BEREX) 스마트 매트리스’는 신소재인 슬립셀에 스마트 컨트롤 시스템을 더했다. 슬립셀은 공기를 주입한 포켓으로 구성해 공기압을 조절, 매트리스 경도와 몸 압력 분산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신개념 소재다. 매트리스 속 80개의 슬립셀을 각각 제어해 때로는 푹신하게, 때로는 단단하게 9단계로 경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깨와 허리, 엉덩이, 다리 등 신체 부위별로도 조절할 수 있어 달라지는 몸 상태에 따라 최적의 맞춤형 수면 환경을 만들어준다. 또 하나의 침대를 2개의 독립된 침대처럼 좌우를 분리해 조절할 수 있어 2명이 함께 누워도 각자 취향에 맞는 경도를 반영할 수 있다.
수면 스타트업 삼분의일은 최근 AI 기반 수면 최적 온도를 제공하는 스마트 매트리스 ‘슬립큐브’를 출시하기도 했다. 슬립큐브는 온도를 통해 숙면을 돕는다. 이용자가 매트리스에 눕기만 하면 수면 센서가 사용자의 호흡수를 측정해 수면 상태를 파악한다. 그리고 전 수면 과정에 매트리스 표면온도를 20~40℃로 자동 조절하면서 수면 단계에 맞는 최적의 수면 온도를 제공한다. 삼분의일 관계자는 “수면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체온의 변화가 수면과 기상 단계에 일치하지 않는다”라며 “슬립큐브는 매트리스 표면온도를 내리면서 체온을 낮춰 빠르게 잠들게 하고, 기상 시점에는 매트리스 표면온도를 서서히 올리면서 체온을 높여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말했다.
수면 단계를 진단하는 스타트업 ‘에이슬립’이 관련 분야에선 대표적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3에 참가해 AI 기반 수면 진단 기술을 공개해 화제를 모은 에이슬립의 수면 진단 기술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스피커 등 마이크가 설치된 기기만 있으면 수면 중 숨소리를 통해 수면 단계를 측정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수면 단계별 분석 기능을 공개했던 것에서 올해는 불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까지 판단하는 서비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에이슬립은 아마존과의 협업을 통해 알렉사(아마존이 내놓은 음성인식 AI 스피커)에도 슬립테크 기술을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LG전자와도 협업을 통해 수면테크와 가전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C-LAB 스핀오프 기업인 루플(Luple)이 선보인 ‘올리(Olly)’는 480nm영역의 빛을 조절해 생체시계가 밤을 인식하고 멜라토닌을 분비하도록 돕는다. 멜라토닌은 우리 몸에서 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수면을 유도한다. 2021년, 2022년 연속으로 CES 혁신상을 수상한 올리는 생체리듬에 영향을 미치는 파장의 빛을 140g의 포터블 디바이스에 담은 제품으로 사용 환경과 용도에 따라 올리 데이, 올리나이트 2가지 제품으로 출시됐다.
사운드플랫폼의 ‘잘자’는 수면 사이클에 맞춰 수면 특화 음악을 재생한다. 수면 과학 이론을 기반으로 뇌파 주파수와 안정감을 주는 핑크 노이즈, 수면 특화 음악을 합성해 만들었다. 무니스의 ‘미라클나잇(Miraclenight)’ 역시 자체 개발한 수면 유도 사운드 ‘모노럴비트 알고리즘’을 제공해 수면을 돕는다. 해당 사운드는 연세대학교 응용뇌인지과학연구소와 협업해 효과를 검증했다.
무니스의 미라클나잇의 경우는 사용자의 동작과 성별, 연령 등의 다각적인 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뒤척임 횟수와 수면 사이클을 측정한 후 이를 기반으로 연세대학교 응용뇌인지과학연구소에서 효과를 검증한 수면유도 소리로 사용자에게 최적의 수면 유도 소리를 제공하는 스마트 수면 앱이다.
한편 수면 추적과 제어를 모두 수행하는 제품도 있다. 스마트폰이나 별도 기기를 활용해 수면 상태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쾌적한 수면 환경을 구현하기도 한다. 텐마인즈(10Minds)는 코골이 소음을 감지하면 베개에 내장된 에어백을 부풀려 사용자 머리 위치를 바꾸는 모션 필로우(Motion Pillow)를 내놨다. 3년 연속 CES 혁신상을 받은 이 베개는 코골이를 분석해 에어백을 작동시키는 AI 모션 시스템과 소리를 수신하는 음향 센서, 머리 위치를 감지하는 압력 센서, 수면 데이터 관리 앱이 내장돼 있다. 코를 고는 소리와 머리 위치를 파악해 내장된 에어백을 부풀리고 줄이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머리를 숨쉬기 좋은 방향으로 바로잡아주도록 작동한다. 코골이 방지용 구강장치 ‘파사’를 출시한 더슬립팩토리도 이 유형에 속한다. 파사를 착용하면 앱을 통해 수면시간, 코골이 정도를 분석한 리포트를 제공한다. 수면 시에는 아래턱이 앞으로 나오면서 닫힌 기도가 확장되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턱이나 치아에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치의학 전문의와 협력해 개발했다.
한편 수면을 돕는 보조장치를 넘어 불면증을 치료해주는 디지털 치료제도 개발됐다. 에임메드가 개발한 ‘솜즈’는 지난 2월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냈다. 디지털 치료기기란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말한다. 솜즈는 불면증 환자 치료법 중 하나인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했다. 불면증 환자가 앱에서 제공하는 ▲수면 습관 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을 6~9주간 수행해 수면 질을 높이고 불면증을 개선하는 식이다. 에임메드 관계자는 “오는 9월부터 실제 불면증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기업에서 수많은 제품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슬립테크 제품에 대한 과도한 맹신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의료기기로 인증받은 제품이 아니라면 수면장애를 정확히 진단하거나 치료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