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에 따르면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15년 12%에서 2050년 거의 두 배 수준인 22%로 높아진다.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퇴화하는 자연스러운 생명현상이다. DNA가 손상되거나 암 유발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등의 이유로 세포가 증식을 멈춰가는 ‘세포 노화’가 누적돼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면역계도 약해지고, 추리·언어·인지 능력도 떨어진다. 암과 같은 노인성 질환에 걸려 사망률도 올라간다. 항노화 연구는 노화를 막는 방법이다. 항노화 연구는 다양한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가 세포의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방법이다. 우리 몸은 세포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노화된 세포를 되돌릴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신체의 회춘도 가능해진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쥐의 피부 세포에 네 가지 유전자 조절 단백질을 주입해 노화 세포를 배아줄기세포(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세포) 상태로 되돌린 공로로 2012년 노벨상을 받았다.
신야 교수는 성체 세포를 원시 상태로 돌릴 수 있는 네 가지 인자를 찾아내 이를 자신의 이름을 따 ‘야마나카 인자’라고 명명하고 이들을 주입해 만들어낸 줄기세포를 ‘유도만능 줄기세포(IPS)’라고 불렀다. 세포와 달리 수정란이나 난자를 사용하지 않아 윤리적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이후 ‘야마나카 인자’와 이 유전자를 주입해 만든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바탕으로 노화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 IPS는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분화 능력을 지닌 데다, 비교적 일찍부터 항노화 수단으로 각광받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 역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실제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명과학연구소는 53세 실험자의 성체피부세포에 야마나카 인자들을 주입해 30년이 젊어진 23세의 피부 세포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성체 세포를 줄기세포인 IPS의 형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야마나카 인자들을 약 50일간 주입해야 하는데, 연구진은 50일이 아닌 12일간만 인자를 주입해 ‘회춘’을 시킨 셈이다. 이들은 30년을 되돌린 피부 세포가 실제 정상적인 피부로서 기능을 하는지 지켜본 결과 콜라겐 생성 등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역분화 기술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IPS는 배아줄기세포처럼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인 ‘전분화능’을 가지고 단시간에 빠르게, 많이 세포가 증식할 수 있다. 반면 증식의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암이 생길 수 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대학이나 기업들도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김소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역분화를 이용한 회춘은 기초 연구 성과가 좀 더 축적돼야 임상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전에 노화 세포 조절이 현재 임상시험을 하고 있어 먼저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바로 노화 세포 제거다. 앞서 세포를 회춘시키는 재프로그래밍과 달리 노화 세포를 아예 없애는 개념이다. ‘좀비 세포’로도 불리는 노화 세포는 주변 정상 세포에까지 영향을 미쳐 뇌졸중, 골다공증, 근육 약화 같은 다양한 노화 관련 질병을 부른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진은 지난 2016년 쥐에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물질을 투여해 수명을 17~35% 늘린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일본 준텐도대 의대의 미나미노 도루 교수 연구팀은 백신을 주입해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항노화 효과를 보인 기존 약물을 활용하는 방식 등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가운데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의 경우 동물 실험에서 수명을 늘리는 효과가 관찰됐는데, 인간을 대상으로 이를 검증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계획돼 있다. 만약 임상시험이 성공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메트포르민을 노화 치료제로 승인하게 되면 노화를 하나의 질병으로 인정받게 되는 셈이다. 이미 시판 중인 약인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고, 특허가 만료돼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마치 뱀파이어처럼 젊은 피를 수혈해 젊음을 찾는 방법도 항노화 분야의 주요 연구 대상이었다. 스탠퍼드대 의과대학은 미국에서 수혈 회춘 연구를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곳이다. 젊은 쥐의 피를 늙은 쥐에게 투여하는 실험을 통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열쇠’를 찾고 있다. 2014년 토니 와이스 코레이 박사팀은 젊은 쥐와 늙은 쥐의 혈관을 하나로 연결해 혈액을 공급하는 실험에서 늙은 쥐의 근육이 젊은 쥐의 근육만큼 회복력이 빠르고 뇌 또한 젊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젊은 쥐에서 뽑아낸 소량의 혈장(혈액에서 혈구를 제거한 것)을 늙은 쥐에게 투입해 늙은 쥐의 노화를 막고 기억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
2013년 8월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이 찾아낸 GDF11은 적혈구와 백혈구를 만들어내는 지라(비장)에서 만들어지는데, 늙은 쥐에게 젊은 쥐의 GDF11만 따로 분리해낸 뒤 주입하자 회춘 효과가 나타났다. 이후 GDF11이 늙은 쥐의 근육량을 증가시키고 새로운 혈관을 자라게 하는 등 여러 효과가 확인됐다. 젊은 피 수혈 효과의 핵심이 GDF11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해 미국 캘리포니아대 의대 연구진은 늙은 쥐에게 젊은 쥐의 피를 반복적으로 투여한 후 이 쥐의 기억력이 향상하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 벤처 기업 암브로시아는 2018년 16~25세 청년들의 혈액을 공급받아 35세 이상의 ‘고객’들에게 주입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1ℓ에 약 8000달러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이듬해 FDA가 젊은이의 혈장을 주입하는 것에 대한 효능이 임상적으로 입증된 바 없으며 감염·인체거부반응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이 회사는 수혈 치료를 중단했다.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2013년 칼리코를 설립하면서 장수 동물의 ‘늙지 않는 비결’을 밝혀 인간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전했다. 그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아프리카 지역 땅속에 사는 길이 8㎝의 작은 동물 ‘벌거숭이 두더지쥐’다. 쥐가 늙지 않는 비결은 DNA에 손상이 생길 때 이를 바로잡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평생 늙지 않다가 30년이 지난 후에 죽는 이유는 아직 미스터리다.
연구진은 이들의 늙지 않는 비밀을 풀어내 인간에게 적용하길 희망하고 있다. 건강하면서 150세 이상의 수명 연장이 연구 목표다. 이들은 손상된 DNA를 빠르게 회복시켜주는 ‘샤페론 단백질’ 수준이 다른 동물과 비교해 매우 높았다. 또한 항암능력이 있고 낮은 산소 농도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두더지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포도당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다. 포도당을 이용한 에너지 대사에는 산소가 필요해 포유류는 반드시 호흡을 한다. 하지만 두더지쥐는 상황에 따라 과당을 이용하는 다른 생화학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이들은 최대 18분간 숨을 쉬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다.
특별한 날 식탁에 오르는 ‘바닷가재’도 대표적인 무병장수 생명체다. 랍스터 중에서도 특히 미국 랍스터는 바다 밑바닥에 서식하면서 최대 100년까지 산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약 40%가 한 번 이상 암에 걸리지만 미국 랍스터는 최근 60년간 단 한 마리만 암에 걸렸다. 미국 글로스터 해양유전체학 연구소 연구진은 2019년 미국 바닷가재 유전체 중 72%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바닷가재 유전체가 인간보다 더 길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활발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한계도 뚜렷하다. 항노화 시장은 아직까지 지배적 기술이나 기업은 없다. 현재까지는 초기 단계의 작은 시장 규모와 예기치 못한 부작용 위험, 초기 파이프라인 부족 등이 항노화 치료제 시장의 해결 과제로 꼽힌다. 아직까지는 상용화가 어려워 시장이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임상 3상을 통과한 항노화 치료제는 아직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보다는 정부가 주도해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작년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중심으로 14개 기관·대학·병원이 참여한 노화융합연구단이 만들어졌다. 권은수 연구단 단장은 “생물학적 나이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진단 영역부터 노화 세포 제거 등을 통한 치료 영역까지 모두 연구하고 있다”라며 “몇 년 전만 해도 노화를 치료한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했지만 요즘엔 극복 가능한 영역이라고 보는 쪽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2호 (2023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