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는 인공지능(AI)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검색 엔진, 브라우저, 고객관계관리 솔루션(CRM) 등에 잇따라 생성형 AI를 탑재하고 있다. MS가 AI를 사무용 서비스에 탑재하면서 생성형 AI 도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 발표 하루 전 구글 워크스페이스 앱을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발표했다. 이처럼 최근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세계적인 열풍을 가져온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를 활용한 서비스 경쟁이 불붙는 모양새다.
쏟아지는 생성형 AI 서비스들 속에서 중요한 본질은 빅테크의 ‘AI 생태계 선점’ 경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를 비롯해 구글, 메타 등 빅테크는 물론 카카오와 네이버와 같은 국내 기업들까지 AI 언어 모델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짜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API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를 위한 프로그램 인터페이스의 일종이다. 개발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API를 활용해 앱 개발을 단순화하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빅테크가 API를 공개하는 것은, 자사 모델의 활용도를 높여 응용 AI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마치 아이폰(스마트폰)이 처음 나오고, 애플이 수많은 개발자들을 스마트폰 생태계에 몰아넣어 제국을 건설한 것처럼, 이제 막 태동하는 AI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의 선점 경쟁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2022년 기준 869억달러 규모인 AI 시장은 2027년께 5배 가까이 늘어난 407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그동안의 AI 연구와 개발은 이를 개방하려는 진영과 이를 폐쇄적으로 진행하려는 진영 대결이 구도였다. 구글의 AI 연구 독점에 대항해서 나온 것이 오픈AI이다. 오픈AI가 MS와 손을 잡으면서 여기에 대항해 나온 것이 스태빌리티AI, 일루더AI와 같은 스타트업이다. 최근에는 메타도 자신들의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개방에 힘을 싣고 있다. 구글도 자사의 초거대 언어모델(PaLM)의 API를 공개했다. 빠르게 치고 나간 오픈AI와 MS 진영에 대항하기 위해 각 진영이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양새다.
구글은 만능 챗봇인 챗GPT와 본격 경쟁할 AI인 ‘바드(Bard)’를 지난 2월 전격 공개했다. MS가 내세운 챗GPT의 월간활성사용자(MAU)가 출시 두 달 만에 1억 명을 돌파하면서 구글이 장악한 검색엔진 시장을 위협해오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앞서 MS가 100억달러를 오픈AI에 투자하고 이를 자사의 검색엔진인 빙(Bing)에 탑재할 뜻을 밝히자 구글은 전 직원에게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챗GPT가 수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선점하면 구글이 장악한 검색 생태계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피차이 CEO는 “AI 연산 규모는 2년마다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을 훨씬 능가해 6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글은 이러한 AI를 계획보다 빨리 검색 엔진에 접목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바드는 초거대 언어 모델인 람다(LaMDA)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바드는 ‘음유시인’이라는 뜻이다. 람다는 1370억 개에 달하는 매개변수를 학습한 AI로 30억 개에 이르는 문서, 11억 개의 대화를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바드는 챗GPT처럼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구체적인 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MS는 이미 자사 검색엔진인 빙과 브라우저인 에지(Edge)에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를 장착했다. 챗GPT를 무기 삼아 글로벌 검색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의 아성을 허물어뜨리기 위한 시도를 시작한 것이다. 빙을 통해 검색할 경우 AI가 주석을 단 결과를 함께 보여주고, 별도 창을 통해 챗봇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 또 브라우저 에지에 있는 사이드바를 통해 챗봇과 채팅을 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나델라 CEO는 “AI 검색 엔진은 클라우드 서비스 이후 (컴퓨터업계에서) 15년 만에 벌어진 가장 큰 사건”이라며 “오늘 경기가 새롭게 시작될 것이고, 우리는 빠르게 움직이겠다”라고 강조했다.
챗GPT발 AI 경쟁에 메타도 참전하는 모양새다. 메타는 2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LLM(거대언어모델) ‘라마(LLaMA)’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챗GPT와 같은 텍스트 생성 AI의 기반이 되는 초거대 AI다. 메타는 ‘라마’를 연구용도 중심의 비영리 라이선스로 전 세계 AI 커뮤니티에 제공해 AI 개발을 위한 개방형 협력을 이끈다는 방침이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조사기관 슈타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글로벌 검색 시장 점유율은 구글이 84%로 압도적인 1위다. MS 빙은 2위이지만, 점유율은 8.9%에 그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2022년 디지털 광고 매출은 구글이 1755억2000만달러인 데 반해 MS는 180억달러에 불과하다. 필 오켄든 MS 윈도·비즈니스 최고재무관리자(CFO)는 “검색 광고 시장에서 점유율을 1%포인트 올릴 때마다 광고 매출이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씩 늘어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챗GPT가 대대적으로 업데이트되면서 빅테크의 생성형AI 경쟁의 속도가 유례없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진영이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면서 구글과 메타의 AI 전략에도 큰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IT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MS와 구글의 움직임은 과거 스마트폰 태동기에 애플이 아이폰을 신제품을 3~4개씩 내놓은 격”이라면서 “그만큼 혁신의 속도와 경쟁이 빠르다”라고 진단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3월 14일(현지시간) 챗GPT의 골격인 초거대 인공지능 GPT-4를 개발해 공개했다. 이날 샘 올트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GPT-4는 가장 뛰어나고 정리가 잘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GPT-4 는 2020년 등장한 GPT-3가 나온 지 3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모델이다. 챗GPT에 사용된 모델이 중간인 GPT-3.5이다.
GPT-4는 GPT-3.5에 비해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이미지를 이해하는 능력 ▲지능과 지식·외국어 능력 ▲안전성 측면에서 대폭 업그레이드됐다는 설명이다. 오픈AI는 “사실을 바탕으로 대답하는 비율이 GPT-3.5보다 40% 정도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이미지를 올리면 텍스트로 인식하는 기능이다. GPT-4가 단순히 언어를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이미지를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다. 단순히 이미지에 해당하는 텍스트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의 글자도 인식해서 텍스트로 바꾸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예를 들어 복잡한 의약품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해 업로드하고 해당 제품의 약 성분과 장단점을 물어볼 수 있다. 또 식재료 사진을 아무렇게나 촬영해 올리면, 챗GPT가 해당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와 그 요리 조리법을 작성한다.
GPT-4는 향상된 지능과 지식도 뽐냈다. 미국 모의 변호사 시험에서 상위 10%,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SAT 읽기와 수학에서 각각 상위 7%와 11%를 기록했다. 아울러 AI가 사실을 거짓말처럼 생성하는 이른바 환각현상을 크게 줄였다. 추론 능력 역시 대폭 향상됐다.
가령 ‘앤드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존’은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그리고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시간이 비고, ‘하나’는 정오에 30분 동안 그리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회의를 할 수 있다고 입력할 경우, 이들의 공통된 빈 시각을 분석해 회의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 식이다. 텍스트 분석 기능도 대폭 업데이트됐다. GTP-4는 2만5000단어 이상을 한 번에 분석한다. 오픈AI는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GPT-3.5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훨씬 더 신뢰할 수 있고 미묘한 명령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안전성도 강화됐다. 오픈AI에 따르면 GPT-4 는 허용되지 않은 콘텐츠에 대답할 확률이 82% 줄었고, GPT-3.5보다는 팩트에 맞는 답변을 할 확률이 40% 늘어났다. 오픈AI는 GPT-4가 얼마나 많은 파라미터를 가졌는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IT 분야에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이는 ‘생성형 AI’의 실제 적용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일단 챗GPT 생태계가 한발 앞서가는 모양새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발 빠르게 챗GPT를 활용한 부가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내놓은 ‘아숙업’은 카카오톡 채널 친구가 1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아숙업은 광학문자인식(OCR) 기술과 챗GPT를 카카오톡에 더해 론칭한 서비스다. 아숙업이 인기 있는 이유는 ‘한국어’로 ‘손쉽게’ 챗GPT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톡에서 아숙업을 채널 친구로 추가하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헬스케어 플랫폼 굿닥은 최근 챗GPT 기능을 탑재한 ‘건강 AI 챗봇’을 출시했다. 이용자가 건강 시술 관련 질문을 하면 AI가 실시간 진단과 함께 해결 방안을 건네는 서비스다. 커리어 커뮤니티 서비스 업체인 코멘토는 최근 챗GPT를 활용한 커리어 멘토링 서비스를 내놨다. 스타트업뿐 아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출시한 AI 챗봇 ‘에이닷’에 챗GPT를 접목하고 올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을 IT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 카카오도 AI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초거대 AI에 상당한 자본을 투입해 거대 모델을 수준급 이상으로 만들어왔다는 평가다. 각각 ‘서치GPT(네이버)’와 ‘코GPT(카카오)’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한국어 특화 생성 AI 서비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AI 시대에는 국경과 언어의 경계가 사라지기 때문에 시선을 시작부터 글로벌로 돌릴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엔 유능한 개발자가 많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기민한 사용자들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로 뻗어나갈 생태계의 테스트베드로 충분하다는 평가다.
황순민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