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중동에서 새 럭셔리 호텔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럭셔리 호텔들이 과감히 문을 여는 것은 명품 시장처럼 그만큼 대기 수요가 꽤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올해 선보이는 럭셔리 호텔들은 ‘하이엔드 럭셔리’를 표방하는 곳들이 눈에 띈다. 같은 럭셔리 호텔이라도 ‘급’이 다르다는 것이다. 차별화에 방점을 찍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올 2월 국내 건설업체인 쌍용건설이 두바이에 완공한 초특급 호텔이다. 두바이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 인공섬에 호텔 3개 동 795객실과 39층 최고급 레지던스 3개동 231가구로 구성됐다. 총 44층 높이다. 모든 객실에서 두바이의 걸프만 바다 조망이 가능하고, 단독 인피니티풀을 갖춘 520㎡ 규모의 시그니처 펜트하우스 객실도 마련됐다. 호텔 곳곳에 있는 수영장 수가 총 94개다.
호텔은 독특한 외곽을 자랑한다. 하늘에서 보면 ‘S’자로 휘어 있으면서도 레고블록을 쌓아 올린 듯하다. 호텔과 레지던스는 각각 44층과 39층 규모인 2개의 독립건물이지만, 80m 높이에 설치된 ‘스카이브리지’로 두 건물이 연결된다. 이 스카이브리지 옥상에는 90m 길이의 스카이 풀(인피니티 풀)이 있어 두바이의 스카이라인과 걸프만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하루 숙박료는 기본이 100만원부터 시작한다. 풀빌라의 경우 500만~800만원대다. 2박이 기본이다.
두바이에 들어서는 요트 모양의 럭셔리 호텔이다. 두바이의 상징이 돼버린 부르즈 알 아랍이 바람에 부풀어 오른 돛 형상을 차용해 지었다면, 주메이라 마르사 알 아랍은 요트 모양을 본떴다. 같은 주메이라 그룹에서 지었다는 점에서, 이들 호텔의 독특한 외관은 메이라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셈이다. 4분기 문을 열 예정인 호텔은 303개의 객실, 84개의 스위트 객실, 82개의 레지던스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 객실에서 아라비아해를 조망할 수 있다. 주메리아 측은 두바이의 새 럭셔리 호텔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올 2월에 태국 파타야 해변에 문을 연 신상 호텔이다. 호텔 외관은 태국식 콘셉트를 채용했고, 6개의 식당과 스파 등이 있다. 티크우드 빌라, 비치프런트 스위트 어디에 묵든 넓은 발코니를 갖춘 객실이 고객들을 맞이한다. 총 객실 수는 240개다.
가족 등 단체 여행객들을 위해 침대가 넉넉한 객실이 준비된 것도 호텔만의 특징이다. 마노어 하우스는 4개의 침대가, 헤리티지 하우스는 6개의 침대가 각각 놓여 있다. 빌리지 스퀘어는 3곳의 레스토랑과 전통 태국 빌리지 들을 연결해 놓은 공간이다.
오는 4월 문을 열 예정인, 불가리 호텔의 8번째 작품이다. 일본 대표 중심지인 긴자와 황궁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호텔은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오 시테리오 패트리샤 비엘이 설계했다. 객실은 총 98개로, 막살토, 플렉스폼, B&B 이탈리아 등 이탈리아의 럭셔리 가구 브랜드들로 꾸며졌다. 미슐랭 3스타 식당이었던 스시 교텐의 셰프 켄지 교텐이 운영하는 스시 호세키는 일식의 정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좌석은 8석뿐이다. 불가리호텔의 시그니처인 불가리 바인 일 리스토란테-니코 로미토(Il Ristorante- Niko Romito)와, 불가리 스파 등도 선보인다.
외부 세상에 문을 연 지 채 30여 년밖에 되지 않는 네팔의 은둔 도시 무스탕에 첫 럭셔리 호텔이 오는 8월 선보인다. 호텔은 무스탕의 관문인 좀솜에 자리 잡았는데, 이곳은 해발 8000m가 넘는 안나푸르나와 다울라기리 사이에 있는 깊은 계곡인 칼리 간다키에 오래도록 숨겨진 곳이었다. 무스탕이란 말은 티베트어로 ‘염원의 평원’이란 말이다. 산타 마니 무스탕은 올 인클루시브 호텔이다. 호텔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단 뜻이다.
호텔은 네팔에서도 미지의 도시인 무스탕의 ‘낯선’ 주위 환경을 활용해 세계 어디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유일한 여행 경험 제공을 목표로 한다. 호텔은 전통 티베트 양식으로 건축됐으며, 총 29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객실 통창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압도적이면서도 장관이다. 이곳에 묵기 위해서는 최소 5일의 숙박이 필요하다. 입국수속, 공항 왕복 이동, 전 식사와 음료, 개인 가이드, 무제한 스파 등이 패키지에 포함된다. 트레킹을 포함해, 인근 불교 수도원, 고대 동굴 등도 경험할 수 있다. 호텔 측은 계절별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페닌슐라 그룹이 10년 만에 문을 연 새 럭셔리 호텔이다. 올 2월 정식 개장했다. 이스탄불의 신시가지인 카라쿄이에 들어선 호텔은 보스포로스 바다를 끼고 있다. 바다와 맞닿은 외부 수영장이 호텔의 독보적 입지를 나타낸다. 총 4개의 건물로 호텔은 구성됐다. 177개 객실이 마련됐고, 이 중 상당수가 바다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객실은 전통 튀르키예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꾸몄다. 나무와 자개로 장식된 방은 킴림 스타일의 카펫과 어우러져 이곳이 튀르키예임을 한껏 풍긴다. 객실마다 개인 테라스도 확보돼 있다. 하루 숙박료는 1000달러를 넘긴다.
인도네시아의 유명 관광지인 발리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숨바에 들어선 새 호텔이다. 발리를 좋아하지만 번잡하면서도 상업적인 분위기가 싫다면 이곳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산호초 해안에 전통 인도네시아 양식으로 지어진 호텔은 자연을 그대로 안고 있다. 호텔은 설립 초기부터 이곳의 원주민 공동체와 교류를 했다. 호텔 설계에 이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자연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 호텔은 사용되는 에너지의 50%를 태양광으로 조달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호텔은 47개의 방을 구비했고, 20개의 빌라도 마련했다. 빌라 역시 섬바의 자연환경을 살려 지어졌다. 하루 숙박 요금은 305달러부터 시작한다.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새로 문을 연 이니트 롬복은 ‘조용하면서도 럭셔리’한 호텔을 지향한다. 롬복 남동쪽에 있는 에카스 베이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 역시 발리와는 다른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니트 롬복의 외관은 전통 건축 자재를 사용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 양식을 띠고 있다. 인도네시아 건축가들이 참여했다.
리조트의 특징은 긴 해변을 끼고 있다는 점이다. 길이만 250m에 달한다. 서핑, 패들 보딩 등 물놀이부터, 섬이지만 하이킹도 가능하다. 리조트는 세븐 비치 프런트 하우스, 26개의 스위트룸을 가진 브리지 호텔, 27개의 레지던스 등 세 곳으로 구성됐다. 이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곳은 투 베드룸으로 구성된 비치 프런트 하우스다. 35m 길이의 수영장과 식당 등이 마련됐다. 리조트 내에는 야외 영화관, 스파, 체육관, 미술관, 요리교실, 유기농 농장 등도 들어선다. 일일 숙박 요금은 750달러부터 시작된다.
카타르 도하의 랜드마크인 카타라 타워에 들어섰다. 월드컵 기간 내내 관심을 모았던 타워의 독특한 외관은 카타르 국가 인장에 쓰인 칼 모양에서 따왔다. GSAS Design & Build로부터 5성급 인증을 받은 호텔은 현 시대의 화두인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362개의 객실은 초현대적이면서도 럭셔리함을 풍긴다. 객실은 아라비아 바다 뷰와 루사일 시티 뷰가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이 될 전망이다. 올 4분기 두바이 마리나에서 문을 여는 씨엘 호텔은 82층 높이(365m)에 1000개의 객실을 갖추게 된다. 초고층 호텔에서 내려다보는 두바이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낼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그룹이 짓고 있다.
[문수인 기자] [사진 쌍용건설 및 각 사 제공]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51호 (2023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