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인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우주 산업 규모는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각 기관마다 취합하는 수치는 다르지만 추세는 분명하다. 여기에 더해 우주를 선점하려는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우주 산업 관련 비영리단체 우주재단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우주 산업 경제 규모는 4690억달러(578조8300여억원)이나 됐다. 2014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이 우주재단의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연말 발표한 ‘2022년 우주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나타난 2021년 세계 우주 산업 규모도 코로나19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 대비 4%포인트 성장한 3860억달러(약 476조4000여억원)였다.
전망도 밝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세계 우주 산업 규모가 2040년이면 1조1000억달러(약 135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고, 메릴린치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망치는 이보다 더 높다. 이 같은 숫자들은 우주 산업이 분명 성장세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민간 부분의 역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간 우주 산업은 각국 정부 주도의 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세워 우주 민간 업체의 대표가 된 스페이스X도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았다.
민간 우주 산업의 활발한 움직임은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발사체 관련 현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매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조너선 맥도웰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우주로 날아간 발사체는 186개로, 지난해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과기부가 분석한 2021년 우주발사체의 발사는 146회로, 이 역시 2020년 대비 2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위성 분야도 마찬가지다. 2022년 우주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는 “2021년 발사된 위성의 수는 총 1849기로 2020년 대비 567기(44.2%) 증가한 수준”이라면서 “이는 민간에 의한 상업용 위성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상은 이른바 민간 주도 우주개발인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본격화되었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민간 우주 기업들의 영역은 위성, 발사체 등 우주 산업에 필수적인 기본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기본이 되다시피 한 재사용 발사체부터, 재사용이 가한 소형 우주왕복선 개발 및 우주인들이 우주공간에서 생활할 모듈형 체류공간을 개발(시에라 스페이스), 우주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재와 시스템을 전문으로 하는 곳(레드와이어) 등 다양하다. 블루오리진과 버진갤럭틱은 우주여행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자연스레 글로벌 민간 유망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첨단기술 시장조사 기관인 브라이스 테크가 펴낸 <스타트업 스페이스: 상업적 우주기업에 대한 투자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우주 기업에 투자된 자금은 역대 최대인 150억달러(약 18조4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77억달러에 두 배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인 피치북은 지난해 우주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한 금액이 62억달러(약 7조7000억원)나 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각국 정부가 우주 산업에 손 놓은 것은 아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달기지 건설, 심우주(먼 우주) 유인 탐사 등 지금까지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 간 협력도 이뤄진다. 미국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는 유인 달 탐사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계획은 인간의 달 상주와 화성 유인 탐사를 최종 목표로 하는 것으로, 그 전 단계로 2025년 인류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2028년에는 달 남극 부근에 화성 탐사의 전초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21개국이 아르테미스 약정서에 서명해 함께하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포인트 한 가지는 21개국에는 우리를 포함해,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대부분 미국에 적대적이지 않은 국가들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구상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과 국제질서 주도를 놓고 경쟁하는 국가들은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들은 독자적으로 달 탐사 등 우주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우주공간에서도 지구상의 냉전적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벌써부터 달 탐사를 둘러싼 기 싸움을 거세게 벌이고 있다.
중국은 우주굴기를 통해 우주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2030년 유인 우주선의 달 착륙을 목표로 달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4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창어3호를 달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한 중국은 2019년 창어 4호를 미국에 앞서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시켰다. 지난해에는 화성 탐사선이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러시아도 뒤질세라 올 7~8월 중 루나 25호를 발사해 47년 만에 달 탐사에 나설 예정이다. 달 남극 근처에 착륙시켜 달 표면 착륙 기술 확보와 달 토양 채취 등의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은 이 같은 우주 공간 확보 움직임에 더 탄력을 붙이기 위해 관련 예산을 계속 늘리고 있다. 2021년 기준 미국, 인도, 중국,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등 우주 선진국들의 관련 예산은 대부분 증가했다. 또 우리가 우주항공청을 이제야 만들려고 하는 것과 달리 우주 선진국들은 미항공우주국(NASA), 중국국가항천국(CNSA), 유럽우주국(ESA),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 로스코스모스(Roscosmos, 러시아), 독일 항공우주국(DLR) 등 모두 독립 기구를 이미 가지고 있었고, 여기서 장기 우주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도 인도우주연구기구( ISRO)가 따로 있다.
여기에 더해 이들은 자국 우주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주 산업 클러스터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산업·학계·연구소를 연계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인데, 미국의 경우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인공위성 기술허브가 대표적이다. 나사를 비롯해 블루오리진, 스페이스플라이트 등 관련 기업들과 인력양성을 위한 스탠퍼드 등 대학, 그리고 각종 지원을 위한 주 상공부 등이 함께 모여 있다. 프랑스는 툴루즈가 우주 산업의 핵심지역이다. 에어버스 등 수백 개의 관련 기업이 밀집돼 있고, 명문 툴루즈 대학과 유명 연구소 등이 함께 있다. 영국은 길포드 연구단지에 인공위성 산업 관련 산학연 클러스터가 구축돼 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9호 (2023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