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란으로까지 불리는 코로나19 백신 부족 상황 타개를 위해 재계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21일까지 국내에 들어온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약 193만6500명분. 상반기 접종 목표인 1200만 명분의 16%에 불과하다. 상반기 예정이던 모더나 도입이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계약한 얀센 백신 600만 명분의 공급일정도 불확실해졌다.
사정이 이렇자 정·재계에 일각에선 재계의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요 고비마다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백신 특사’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해외 정·관계 유력 인사와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 경제·외교안보에서도 ‘막후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라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마스크 대란 당시 인맥을 총동원해 마스크 원료인 MB필터를 대량 확보했고, 이른바 ‘쥐어짜는 K주사기’ 개발과 FDA 긴급 승인에도 힘을 보탠 일화도 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코로나 화이자 백신 도입에도 (이 부회장이)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 초기 화이자와의 창구 개설에 애를 먹고 있을 때,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협상의 물꼬를 텄다”고 귀띔했다. 이 부회장이 평소 친분이 있는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사 회장이 화이자 사외이사로 있는 점을 활용, 화이자 최고 경영진과의 접촉을 개시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앞서 K주사기로 알려진 최소잔여형(LDS) 주사기도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이 있다. 애초 삼성은 화이자가 잔량을 줄이는 주사기를 찾고 있다는 점을 포착, 주사기 업체와 이를 대량생산할 국내 금형업체를 발 빠르게 조사해서 찾았다. 지난 연말 그렇게 찾은 업체가 풍림파마텍. 삼성의 지원을 받은 풍림은 한 달여 만에 LDS 기술을 적용한 신형 주사기 생산량을 2.5배로 늘렸다. 앞서 삼성전자 임원은 �캪DS 주사기를 통해 화이자와 백신 도입 협상에 물꼬를 튼 것도 이재용 부회장의 네트워크와 아이디어가 밑거름이 됐다”면서 “재수감 이후에도 화이자 백신 도입 협상에 관심을 끊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재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 민간 외교관으로 활용하자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를 발표하고, 그 대신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추가 공급받자는 제안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이 부회장을 사면해 ‘백신 특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