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도서관에선 정의선 회장이 사내 직원들과 격의 없이 만나 얘기를 나누는 ‘타운홀 미팅’이 진행됐다.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정 회장은 각각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소속인 책임급 직원 2명과 오후 1시 반부터 75분간 마주앉아 대화를 나눴다. 이날 미팅은 생방송으로 현대차그룹 사내 TV와 온라인을 통해 직원만 볼 수 있게끔 송출됐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이던 2019년 10월 처음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당시엔 양재 사옥 강당에서 직접 1200여 명의 직원을 만났지만 이번엔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수칙으로 직원 2명이 다른 직원들에게 받은 사전 질문을 정 회장에게 묻는 형식으로 펼쳐졌다. 3월 4일부터 닷새간 총 7555명의 직원이 공통 사전 질문 51개를 쏟아냈고, 이 가운데 온라인으로 70개 이상의 ‘좋아요’ 클릭을 받은 11개가 정 회장에게 전달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하지만 공들인 과정에 비해 대내외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건 “직원들이 성과 보상에 불만이 있는 걸 아느냐”는 다소 노골적인 질문이었다. 회사 실적은 꾸준히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성과급은 오히려 감소한 게 원인이었다. 지난 3월 17일 공개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2조394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직원들의 평균 성과급은 ‘150%+격려금 120만원’으로 전년도 ‘150%+격려금 300만원’보다 줄었다. 평균 급여도 8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800만원 줄었다.
반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보수총액으로 60여억원을 받아 2019년보다 15%나 늘었다. 정 회장은 현대차에서 급여 30억6200만원과 상여 9억4600만원 등 40억800만원을 받았다. 현대모비스에선 급여 13억4500만원과 상여 6억2700만원 등 19억7200만원을 받아 계열사에서 총 59억8000만원을 수령했다. 2019년 현대차에서 34억200만원, 현대모비스에서 17억8700만원 등 51억8900만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정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7억9000만원가량 올랐다. 표면적으로 직원들 연봉은 줄어드는데 정 회장의 연봉은 인상된 셈이다.
현대차의 한 중간 간부는 “노조와의 격차에도 별말 없이 일에 매진했었는데, 다른 대기업과의 격차에 불만이 터진 것”이라며 “주장이 확실한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에 대한 논의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정 회장은 “익명의 채팅방을 통해 그런 (성과급)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는 걸 알고 있다”며 “많이 노력해 준 직원들이 회사에 기여한 데 비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스스로도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또 “올해 안에는 성과 보상에 대한 변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