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코로나19로 인해 불거진 금융권 위기 대응과 관련해 이주열 한국은행을 비판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3월 20일 은행권 조찬모임 전 “유동성 지원에 한은이 애써주신 것에 감사한다. 다만 아직 한은의 문제의식이 안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 회장은 “산업은행은 전력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걸 KDB산은 회장
이를 놓고 금융권에서는 해석이 분분한 실정. 먼저 한은이 지난 3월 16일 임시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지만, 다른 주요국에 비해 다소 늦은 조치였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중 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이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대규모 출자를 앞두고 있는 만큼, 한은이 유동성 공급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단 양측은 이 회장과 이 총재의 갈등 양상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측은 “비판이라기보다는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더욱 노력하자는 취지”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도 “기준 금리를 늦게 낮췄다는 비판이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책 수단이 제한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과거 이주열 총재와의 악연도 회자된다. 지난 2015년 메르스 당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내린 것을 두고 이동걸 회장이 이주열 회장을 비판한 전력이 있기 때문. 당시 이 회장은 기고를 통해 “무능한 정부에 무모한 한국은행이 가세해 ‘경제판 메르스 사태’를 만들고 있지 않은지 걱정이 앞선다”면서 “메르스는 핑계고 목적은 부동산임에 틀림없다. 며칠 뒤의 위험도 내다보지 못한다”고 저격한 바 있다. 같은 이유로 이번 이 회장의 비판 발언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앞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공조해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시점이다. 불필요한 발언으로 구설을 일으키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