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산의 다툼에 대한 유류분 반환 소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해를 거듭하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유류분 반환을 청구하는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을 빠짐없이 챙기기 위해 재산 흐름을 추적하여 공동상속인들의 사전 증여 재산, 즉 ‘특별수익’을 최대한 많이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다. 반대로 공동상속인으로부터 유류분 청구 소송을 당한 입장에서는 증여된 재산이 특별수익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 최근에는 절세 효과를 위해 자녀에게 직접 재산을 증여하지 않고 손자에게 우회하여 증여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경우 유류분 소송에서는 증여된 재산 흐름을 밝히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에 우회해서 증여를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그런데 과연 상속인이 아닌 손자에게 증여한 재산의 경우도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될지가 문제가 된다. 원칙적으로 본다면 ‘상속인’의 지위에서 증여를 받은 경우라야 특별수익에 해당하므로(민법 제1008조), 공동상속인이 아닌 손자에게 증여된 것은 특별수익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판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손자에게 증여한 재산이 유류분 반환대상자에게 직접 증여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인정된다면 부모의 특별수익으로 평가하고 있다. 예컨대 손자나 배우자에게 집을 증여해 주었는데 그 집에서 가족이 함께 생활을 해 왔기에 사실상 유류분 반환대상자에게 증여된 것으로 보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자식에게 증여를 하더라도 또다시 손자에게 상속이 이뤄지게 되므로, 한 대를 거쳐 증여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지만 유류분 소송에서는 그 공동상속인의 특별수익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어 유류분 반환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만약 공동상속인이 사망하여 대습상속이 일어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대법원은 2014. 5. 29. 선고 2012다31802 판결에서, 대습원인이 발생하기 이전에 대습상속인이 증여를 받은 경우라면, 이는 특별수익으로 포함될 수 없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해당 사건은 공동상속인(A)이 사망하여 대습상속이 이뤄진 경우, 그 대습상속인인 손자(B)가 조부모(C)로부터 증여 받은 재산이 유류분의 기초재산에 포함될 수 있는지가 다투어진 사건이었는데, 대법원이 그와 같이 판단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즉 “대습원인(A의 사망)이 발생하기 이전에 B가 증여를 받은 경우 이는 B가 C의 상속인의 지위에서 받은 것이 아니어서 상속분의 선급이 아니고, 만약 이를 상속분의 선급으로 보게 되면, 피대습인 A가 먼저 사망했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당연히 특별수익으로 평가되어 불합리하다. 이는 유류분 제도가 상속인들의 상속분을 일정 부분 보장한다는 명분 아래 피상속인의 자유의사에 기한 재산의 처분을 제한하는 것인 만큼 그 인정범위를 필요 최소한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 판결은 대습상속인이 피대습상속인 사망 이전에 받은 재산은 특별수익에 해당할 수 없다는 입장은 제시하였지만, 대습상속인이 받은 재산에 대하여 민법 제1114조의 원칙으로 돌아가 1년 이전에 행한 증여에 대하여도, 유류분권리자를 해할 것을 알고 받았다면 특별수익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았다.
우리 민법은 상속개시 전에 1년간에 행한 증여에 한하여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시키고 있고, 예외적으로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한 때에는 그 이전에 이루어진 증여도 포함시키고 있다(민법 제1114조). 그러므로 만약 위 민법 조항이 적용될 경우, B가 비록 상속인으로서 증여를 받지 않았더라도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받았다면 그 재산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내려져 소개하고자 한다. 해당 판결에서는 대습상속인에게 증여된 재산에 대하여는 민법 제1114조의 원칙으로 돌아가 만약 유류분권리자를 해할 것을 알고 증여를 받았다면 1년 이전에 증여받은 재산 역시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대습상속인인 손자가 유류분 소송에서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부모로부터의 증여가 1년 이전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 1년 이전에 증여 받을 당시에 유류분권리자인 다른 공동상속인들을 해할 것을 알고 증여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민법 제1114조에 따라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받았다는 점을 상대방이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판례는 ‘피상속인이 상당히 고령이거나 하는 사유로 더 이상 재산이 증가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고, 증여 당시 재산이 남은 재산의 가액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증여를 하는 경우’로 일종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50809 판결). 그러므로 ‘증여 당시’에 조부모의 재산이 더 늘어날 확률이 있고, 증여하는 재산이 증여하고 남은 재산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해당 재산은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또 참고할 만한 것은, 대습상속인이 유류분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피대습상속인의 유류분이 침해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사망한 부모가 법정상속분 이상의 충분한 재산을 증여 받아 반환을 청구할 재산이 없다면 그 자녀 역시 유류분 청구를 할 수 없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도 “대습상속인은 피대습상속인의 유류분 부족액 한도 내에서 법정상속분의 지분에 따라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 만약 대습상속 원인 발생이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대습상속인들이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면 부당하기 때문”이라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유류분 소송에서는 공동상속인에게 직접 증여된 재산도 중요하지만, 공동상속인의 자녀에게 증여된 재산이 없는지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공동상속인이 상속개시 이전에 사망하여 대습상속이 일어났는데 손자에게 증여된 재산이 있다면 그 손자가 유류분권리자를 해할 것을 알고 증여를 받았다는 사정을 잘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