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통폐합, 지폐 유통 감소, CBDC 등장 디지털화
탈중개화 대응 BaaS 등 차세대 뱅킹 플랫폼 전환을
현금 시대의 종언인가. 지폐 사용이 급감한다. 코로나19 확산은 대면 접촉 기피 현상을 낳았다. 게다가 초저금리 현상 속에 카드 결제가 늘어난다. 발행된 돈이 한국은행으로 되돌아오는 지폐 환수율이 뚝 떨어졌다. 2020년 지폐 환수율은 40.0%에 그쳤다. 5만원권 환수율은 24.2%에 불과하다. 돈이 돌지 않는 것이다. 지폐가 설 땅을 잃자 위조지폐도 사라진다. 지난해 한국은행에 신고된 위조지폐는 모두 272장에 그쳤다.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한다. 현금 대신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를 공급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중국은 시험 운용을 거쳐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2월 CBDC를 세계 최초로 발행할 전망이다. 한국은행도 하반기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시행한다. CBDC는 가치가 안정적인 결제 수단이다. 개인이 CBDC를 전자지갑에 충전해서 지급과 송금에 사용한다. 현금 발행·유통 비용은 줄어들고, 금융거래 투명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메신저·보이스피싱 등 디지털 금융 범죄는 더 진화한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산한다. 은행권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 수는 지난해 말 1억7030만 명(중복 고객 포함)으로 1년 사이 7%가 늘어났다. 은행을 찾는 고객 발걸음이 줄어들면서 점포 수는 빠른 속도로 감소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말 은행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6405개로, 1년 전보다 304개나 줄었다.
같은 지역 중복점포가 통폐합된다. 그 대신 은행과 증권, 보험 등 프라이빗뱅킹(PB) 업무를 하나로 묶는 복합점포가 등장한다. 은행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화상 상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폭풍성장을 한다. MZ세대 신용대출 고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카카오뱅크는 2019년의 8배에 달하는 1136억원의 순이익을 지난해에 올렸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 효과로 케이뱅크는 수신고 10조원을 돌파했다. 9개월 만에 5배나 늘어난 것이다. 하반기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출범한다. 플랫폼 기업인 빅테크와 혁신성이 뛰어난 핀테크의 협공은 은행을 위협한다. 주거래 고객은 매력적인 예금, 대출 조건을 찾아 이탈한다. 급기야 금융지주회사들은 인터넷전문은행 허용을 당국에 요청하고 나섰다. 게다가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이 한국 진입을 노크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략에 방점을 둔 애스피레이션은 한국 연락사무소를 설치했다.
은행의 장기 존립이 위태롭다. 산업영역이 흐려지는 경계 와해(Big Blur) 시대다. 금융 패러다임이 바뀐다. 금융 상품, 서비스가 분리(Unbundling)되고 금융이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하며 블록체인 기반 탈금융(DeFi) 쓰나미가 몰려온다. 안정적인 고객 예금을 기반으로 지급결제, 자금중개, 기업대출 심사 기능을 수행하는 은행은 계속 특별할 것인가. 결론은 은행이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래 뱅킹은 시장이 양분될 전망이다. 고객 접점확대를 놓고 은행과 테크기업이 경쟁하는 구조다. 투자은행(IB) 업무와 기업대출, PB와 고객자산관리(WM), 무역금융 등에서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혁신에 나서는 은행만이 지속성장 가능하다. 24시간 비대면 환경에서는 고객 맞춤형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고객밀착형 집사(Family Office) 제도로 잠금(Lockin) 효과를 거둬 고객 경험·감동·신뢰를 키우는방향으로 점포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테크핀 기업과 협력해 빅테크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은행은 빅데이터·클라우드 전략, 서비스형 뱅킹(BaaS), 이종산업 복합금융(Embedded Finance) 등 차세대 디지털 핵심 뱅킹을 펼치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야 미래에도 특별한 존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