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금융 통신 게임 인재전쟁… 고용구조 변화 영향
여성인력 활용, 대학교육 개혁, 4C 능력 배양을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수준의 ‘일자리 참사’에 시달린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2월 취업자 수는 2636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만3000명 감소했다. 2월 실업률은 4.9%였지만 15~29세 확장실업률은 26.8%로 심각한 청년층 취업난을 보여준다. 비운의 Z세대 취업준비생은 기회 상실과 좌절감에 눈물을 흘린다. 최악의 실업 사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신입직원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인다. 문과 출신 대졸자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힘들다.
인공지능(AI) 시대, 고용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맞는다. 인력 미스매치가 극심해진다. 4차 산업혁명 진전으로 디지털 인재에 대한 수요는 급증한다.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혁신기술 분야에서 연구개발 인력 부족현상이 확산한다.
컴퓨터 공학과 출신은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기업마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핵심 기술 인재 영입에 주력한다. 인재수혈 없이 과거 방식에 안주하단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첨단 분야 전공자 공급은 기업 수요에 크게 못 미친다. 디지털 인재 조기 확보를 위해 기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고연봉, 성과급, 스톡옵션, 복지 개선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다.
‘네카쿠배(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로 불리는 플랫폼 기업은 첨단기술 분야 인력을 싹쓸이해간다. IT 업계의 인재확보 경쟁은 금융, 통신, 게임업계로 확산한다. 연봉 인상 레이스에 파장이 커진다. 능력이 뛰어난 신입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경력직 수준의 연봉 제공도 불사한다. 올해 IT 인력 연봉 인상액은 최저 800만원에서 최고 2000만원에 달한다. 게임기업에서 개발직군 초임 연봉은 5000만~6000만원까지 치솟았다. LG는 AI 분야 최고 인재에게 최대 5억원의 임원급 연봉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인재가 경쟁기업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집안을 단속하는 노력도 강화한다. 쿠팡, 토스,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유니콘 기업은 직원에 대한 주식과 스톡옵션 제공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인재 영입전쟁이 연봉 폭등으로 과열양상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SK가 배터리 산업에 진출하면서 LG 인력을 스카우트해 빠른 성장세를 이뤘지만 특허침해 소송에서 패배, 엄청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디지털·그린뉴딜을 선도할 인재 30만 명을 양성한다고 발표했다. 구두선에 그칠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전문인력 공급대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디지털 인재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여성인력 활용이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양성과 능력을 고려한 인재 등용이 필요하다. 동시에 고용·업무상 평등한 기회 보장, 출산·육아 지원과 경력단절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려면 근본적으로 교육시스템을 확 바꿔야 한다. 국내 AI 연구의 최고 권위자 김진형 KAIST 명예교수는 4C 능력 교육을 강조한다. 첫째,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은 문제 해결방법의 시작으로 부단히 질문하고 도전하는 역량이다. 두 번째, 창의성(Creativity)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롭게 생각하는 방법을 말한다. 셋째 소통(Communication) 능력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게끔 전달하는 것이다. 넷째 협업(Collaboration)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능력이다. 일방적인 지식 전수, 암기 능력을 강조하는 교육시스템을 과감히 혁파해야 미래가 밝다. 4C 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는 방향으로 교육개혁이 단행돼야 한다. 대학이 혁신의 주역이 돼야 한다. 문과, 이과의 구분을 없애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충분히 제대로 키워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