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종합지급결제, 마이페이먼트…
은행·통신·유통 합종연횡, 금융·생활 플랫폼 변신 박차
4차 산업혁명은 금융의 디지털 대전환을 촉진한다. 5G 기술로 초연결 금융이 전개된다. 손 안의 모바일 금융이 대세가 됐다. 핀테크가 우후죽순처럼 자라며 꽃을 피운다. 스마트폰 앱으로 구입한 상품 대금을 지불하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송금하며 달러를 사서 해외 주식에 투자한다. 인공지능(AI)으로 작동하는 앱은 고객에게 맞춤형 금융상품을 소개한다. 전방위적인 금융 플랫폼 전쟁이 시작됐다. 오픈뱅킹에 이어 종합지급결제,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 새로운 핀테크 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한다. 파괴적인 금융혁신 서비스가 쏟아져 나온다.
정보기술(IT) 발달은 소비자가 신상품을 수용하는 속도를 한참 앞서간다. 아무리 앞선 성능을 갖춘 제품이라도 고객이 외면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기술진화 속도에 소비가 따라오도록 유도하는 일이 관건이다. 사용이 불편하고 절차가 복잡할수록 고객의 소비 저항은 커진다. 한마디 말과 터치 한 번으로 구매를 끝내는 손쉽고 간편한 기능이라야 대박을 낳는다. 슈퍼앱과 킬러앱이 각광받는 이유다.
욕구는 소비의 어머니다. 인지심리학에 따르면 개인의 욕구를 찾아내고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면 구매행동을 바꿀 수 있다. 접근동기와 회피동기를 활용하라는 말이다. 먼저 고객의 희망과 바람에 부응해 질이 좋고 오래 사용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설득한다. 또한 고객의 초조하고 조급한 심정을 자극해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빨리 제품 구입을 결정하는 게 좋다고 권유한다.
국내 오픈뱅킹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앱 하나만 깔면 자신의 여러 금융회사 계좌를 조회하고 계좌 간 자금을 이체할 수 있는 개방형 금융 서비스다. 은행과 핀테크 앱에서 출발해 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증권사 등으로 확대됐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과 카드사도 대열에 합류한다. 오픈뱅킹은 핀테크 고객 모시기 경쟁을 촉진한다. 금융소비자는 여러 곳에 자금을 예치하고 하나의 앱으로 돈을 굴린다. 활용만 잘하면 편의성과 자금운용 효율성을 높이는 최강병기가 된다.
오픈뱅킹에 힘을 더해주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오는 8월 시작된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자라고도 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고객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투자자문·일임, 통합자산 조회, 금융상품 비교분석·가입, 대출중개, 생애재무설계 등 다양하고 차원 높은 서비스가 가능하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출범은 금융상품 개발과 판매의 분리를 촉진하는 신호탄이 된다. 또한 마이페이먼트는 고객 자금을 보유하지 않고도 고객 지시를 금융회사에 전달해 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시행하는 전자금융거래업이다. 이와 함께 종합지급결제 사업자는 간편결제·송금은 물론, 은행과의 제휴 없이 고객에게 지급계좌를 발급할 수 있으며 급여이체, 카드대금·보험료 납입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는 금융업 진출로 고객에 대한 플랫폼 비즈니스 접점 확대를 노린다. 낮은 수수료, 높은 편의성, 다양한 비금융 혜택을 무기로 삼아 금융 영토를 점점 넓혀간다.
은행은 위기에 처했다. 철옹성이 흔들린다. 빅테크와 테크핀 공세로 설 땅을 잃을 판이다. 기업대출 부실 증가, 순이자마진 축소 등으로 은행 순이익은 지난해 4~10% 감소했다. 위협을 느낀 은행은 내부 디지털 역량 강화와 함께 통신사, 유통업체와의 데이터 동맹, 전략적 제휴, 합종연횡을 본격화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해달라”는 읍소에 정부는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앱에서 쇼핑·음식주문·부동산중개·자동차·여행·숙박 등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은행이 금융·생활 플랫폼으로 변신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은행 부수업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은행은 고유·겸영업무 등 본업에서 디지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데이터 인프라를 강화해 고객의 금융체험 만족도를 확 높여야 한다. 금융혁신은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 동시에 테크기업의 금융업 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는 빅테크와 금융회사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엄정한 금융회사 관리·감독, 금융소비자 보호·교육, 금융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