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늑장대응·정보통제 ‘코로나19’ 피해 키워
경기침체에 직격탄… 지역사회 감염 확산 막아내야
중국 정부의 폐쇄성이 전염병을 전 세계로 퍼뜨리는 역설을 낳았다. 중국 관료들의 초기 대응 실패가 피해를 키웠다. 의사 리원량(李文亮)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최초로 알린 의사 8명 중 1명이었다. 지난해 12월 30일 그의 전염병 경고는 현실이 됐다. 당초 우한(武漢) 공안당국은 의사들의 긴급 메시지를 유언비어라며 탄압했다. 공안의 협박에 굴복해야 했던 리원량은 병상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리원량이 당긴 ‘방아쇠’는 중국 민심을 뒤흔들었다. 국민적 슬픔과 공분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리더십을 땅에 떨어뜨렸다. 시진핑 체제는 예상치 못한 위기인 ‘블랙스완’에 발목 잡혔다.
뒤늦게 중국 정부는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시 주석은 현 상황을 ‘국가 통치체계와 능력에 대한 일대 시험’이라고 규정했다. 집단적 발병지역에 대한 봉쇄조치도 확대됐다. 홍콩 사태처럼 국민의 알권리는 보장받지 못했다. 국민 불안과 괴담을 막는다는 이유로 정보 차단과 탄압에만 몰두했다. 정보 통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계 조작·은폐 의혹마저 제기됐다. 리원량 사망으로 중국인의 분노가 폭발한 뒤 비판 여론 통제와 억압은 더욱 강화됐다.
중국 정부에 대한 불복종 움직임이 일자 중국 공안은 정보 생산자 색출과 응징에 나섰다. 우한 참상을 알리고 중국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지식인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진실의 수호와 전파에 나선 쉬장룬(許章潤) 칭화대 법대 교수, 변호사 출신 시민 기자 천추스(陳秋實), 의류 판매업자 출신 또 다른 시민 기자 팡빈(方斌), 웨이보 스타 보만얼(伯曼兒)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이 사태의 실상을 알린 영상과 중국 정부를 비판한 글은 모두 소셜미디어에서 흔적도 없이 삭제됐다.
“진짜 병은 바이러스가 아닌 두려움이다.” 전염병 자체보다 정보 전염병(infodemics)이 더 무섭다. 정보 전염병은 악성 루머나 왜곡된 정보, 공포 심리가 순식간에 퍼지면서 부작용을 낳는 현상을 말한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는 대다수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도록 감염 불안을 키웠다. 개인마다 경계심이 절정에 달한다. 생존을 향한 본능이 극도로 강화된다. 사람마다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부정성 편향(negativity effect)이 증폭된다. 전염병에 대한 스트레스는 짜증과 우울증, 분노를 낳는다. 큰 두려움을 느끼는 국민은 집단적인 감정 전염에 휩싸인다. 학교, 기업에서도 방어본능이 발동한다. 중국 유학생·교민 왕따 현상에 사회 안정마저 흔들린다. 차이나타운은 혐오에 감염됐다.
국내 항공·여행·유통업계는 치명타를 맞았다. 대중은 영화관, 호텔, 백화점, 아웃렛, 대형마트를 기피한다. 소비심리 실종에 자영업자는 억장이 무너진다. 결혼식 연기, 졸업식과 입학식 취소에 화훼농가는 피해가 극심하다. 중국에서 부품 공급이 끊기자 국내 완성차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사태가 벌어졌다. 글로벌 가치사슬(GSC) 손상으로 중소기업까지 날벼락을 맞았다. 급기야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낮췄다.
코로나19는 사망률이 낮지만 전파 속도가 빠른 게 문제다. 반복되는 역병(疫病) 피해를 국가적 역량 결집으로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전염병 창궐이 하루 빨리 종식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정상적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지역사회 감염을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더 이상의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개인 위생관리 ▲진단시약, 치료제 조기 개발 ▲정부의 방역활동 강화 ▲투명한 정보공개와 국민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모두의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