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백화점이 고가의 드레스와 정장, 유모차 등을 빌려 주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공유경제의 확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행정기관에서도 공유물품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에 공유경제에 대한 교육도 병행한다고 한다. 어느덧 사회 곳곳에 심지어는 공공부분까지도 공유경제라는 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만화 대여점의 경제적 가치
공유경제는 하나 또는 다수가 소유한 자산을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나 소유자 모두가 이익을 보게 됨으로써 공유경제가 주는 가치를 찾는 것이다. 공유경제라는 말은 2010년을 전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 공유경제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듯하다. 공유경제는 21세기 새로운 경제 가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경제 분야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숙박 분야에서는 에어비앤비, 교통 분야에서는 우버, 금융 분야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공유경제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공유경제라는 말이 새로운 형태의 사업 모델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왜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사업 모델이 주목을 받게 되었는지, 그 동력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공유경제가 주는 경제적 가치는 어디서 오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화책을 대여해 주는 사업이 1970~1980년대에 크게 번성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화책을 구매하지 않고 만화 대여점으로부터 며칠씩 빌려서 본 것이다. 지금의 공유경제라는 모델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일부 만화 대여점의 경우 전국적인 형태의 체인점을 갖는 형태로 발전하기도 했다. 만화 대여점의 사업 모델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대여점에는 만화를 비치하고, 고객이 빌려갈 만화를 선택한 다음 비용을 지급하면 일정기간 빌려주고 다시 반납을 받는 형태였다. 이 과정에서 대여점 주인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만화를 빌려주고 더 빠르게 회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또한 인기가 많은 책과 특정한 고객만을 위한 책을 잘 조화시켜 구비하는 것이 중요한 경영의 요소였다. 고객이 찾는 책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하면 다른 대여점으로 가게 되고, 이러한 현상이 누적되면 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만화 대여점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나 공급자 모두에게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저렴한 비용에 다양한 종류의 만화를 볼 수 있었다. 공급자인 대여점은 만화책을 여러 사람에게 빌려 주고 그 비용을 받음으로써 책을 하나하나 판매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었다. 만화책을 만들고 출판하는 원천 공급자들에게는 어떠한 이득이 있었을까? 만화 대여점이 없는 경우에 비하여 더 많은 책을 공급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만화 고객의 층이 넓어짐에 따라 개별 구매자를 확대할 수 있었다. 결국 이 만화 대여점은 지금의 공유경제 모델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던 것이다.
또 다른 모델은 택시 사업이다. 자가용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를 자가용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 택시사업이다. 택시 역시 만화 대여점과 유사하다. 누군가 택시를 소유하고 이를 대여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화 대여점이나 택시 사업은 초기의 성장과는 다르게 침체된 사업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고객이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공급이 수요보다 크거나 이용자나 공급자에게 더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과거의 모델과 무엇이 다른가?
에어비앤비나 우버 등의 사업 모델은 과거의 사례인 만화 대여점이나 택시 사업과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이용자나 공급자에게 어떠한 부가가치를 주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먼저 숨겨진 부가가치를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기 어려웠던 자산을 이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얻게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적은 자산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그 가치 이상의 많은 투자비용이 소요되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었다는 점이다. 만화 대여점 사업과 비교한다면 만화 공급 시장에서 만화 대여점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모델이 등장한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나 방법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정보통신 기술이라는 핵심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플랫폼 기술이다.
플랫폼은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플랫폼을 단순하게 기술적인 부분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신뢰성에서부터 보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념을 함축하고 있다. 플랫폼에 많은 비용이 필요한 이유이다. 플랫폼 사업의 핵심은 공유경제의 사업 개념과 유사하다. 적은 자산을 갖고 있는 자산가들이 투자할 수 없는 부분을 결국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여 해결한 것이다. 물론 플랫폼에 투자한 사업가가 투자비를 회수하고 이익을 얻으려면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그 비용을 분담할 정도로 많아야 하고 지속가능해야 한다.
▶공유경제는 성장하는 모델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본다면 공유경제 모델이 갖는 한계점은 시장의 크기와 직결된다. 시장의 크기는 소비자의 소비 규모이다. 그래서 공유 경제를 표방하는 사업이 성공하려면 시장의 크기에 대한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의 크기를 기존의 시장 규모에 비하여 더 키울 수 있는지가 1차적 판단의 관건이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의 경우 숙박비를 상대적으로 낮추어 줌으로써 잠재적 여행객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고 그로부터 1차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 판단해 볼 문제는 그 고객이 새로이 등장하지 않고 기존 고객, 즉 호텔 등을 이용하던 고객이 이동을 했다면 전체적으로 시장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우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시장을 이끌어 낸 부분하고 기존의 시장에 있던 고객을 이동시킨 부분을 살펴보아야 한다. 여기에 공유경제의 판단 기준을 두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아직 공유경제를 이끄는 플랫폼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더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즉 시장에 대한 신뢰이다. 시장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는 많은 투자비용이 필요하다. 기존의 시장은 이러한 비용을 지급하고 이룩한 구조이다. 호텔 사업도 그렇고 택시 사업도 그렇다. 우버 사업이 기존 택시 고객을 단순히 이동시키는 역할에 그친다면 그 사업도 장래를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경우는 다소 명확하다. 그런데 시장을 재편하는 경우는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인류의 역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은 결국 공유보다는 사유를 원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공유가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 공유는 사유라는 것을 이겨내기 어렵다. 그 이유는 인류의 부는 늘 증가해 왔고 그 결과는 사유라는 것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공유 경제의 형태가 번성하고 나면 이는 다시 사적 소유라는 형태의 경제가 더 번성했다는 것이 인류 역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