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모의 미술동네 톺아보기] 경제적 가치 높아진 박물관 클러스터, 청와대가 구심점이 되면 어떨까
입력 : 2022.09.05 14:08:13
수정 : 2022.09.05 16:22:59
여행하다 보면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건 없건 대개 방문하는 장소가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한정된다. 물론 쇼핑이나 새로운 핫플도 뺄 수 없지만, 대부분 시간을 일정 장소에서 머물다 오는 경우가 많다. 돌아와 생각하면 다람쥐 쳇바퀴 돈 것 같지만 많은 도시가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예술, 역사관광 시설들이 ‘단지’를 이뤄 여행객을 모으기 때문이다.
클러스터(Cluster)를 우리말로는 ‘협의체’ 또는 ‘산학협력지구’라고 쓸 것을 국립국어연구원은 권하지만, 실제로 클러스터란 다양한 기관이나 시설들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협업을 통해 각각 능력 이상을 발휘할 경우 또는 그런 단위를 의미한다. 이런 클러스터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것 중 하나가 박물관과 미술관 클러스터다. 즉 단순한 협의체가 아니라 유사한 성격의 박물관·미술관들이 일정한 단지를 이루면서 그 기능과 시대, 유물의 종류 등 상호보완작용을 통해 독립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 이상의 성과를 나타낸다. 이런 박물관 클러스터는 함께 협력해 다양한 유물과 시대가 혼재된 백화점식 박물관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원래 클러스터의 개념은 1990년 마이클 포터(1947년~ )에 의해 처음 제안된 것으로,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여겨지며 이후 정계와 학계의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 중 박물관 클러스터는 단위 지구 내의 박물관, 미술관, 역사문화유적, 공연, 예술 등 명소와 관광 및 공공부문의 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상호 연결된 박물관의 지리적 집중을 의미한다. 그리고 클러스터화를 계획할 경우 각각의 박물관이 자신의 과제를 해결하고 제한된 능력을 넘어 더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박물관·미술관의 클러스터 기반 접근 방식은 박물관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식별하고 모범 사례를 인식하며 이를 더 혁신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박물관 클러스터는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각국의 유명 도시, 관광지의 경우 대부분의 박물관은 클러스터란 말이 사용되기 전부터 이미 형성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베를린의 박물관 섬(Museumsinsel), 서독지역의 문화 포럼(Kultur forum), 암스테르담의 박물관 광장(Museum plein), 뮌헨의 예술지역(Kunstareal), 파리의 루브르박물관과 그 일대의 박물관·미술관을 지칭하는 1구 문화지구(District 1st),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산하 박물관·미술관이 모여 있는 내셔널 몰(National Mall), 프랑크푸르트의 박물관 거리(Museumsufer), 빈 박물관 광장(Museums Quartier), 필라델피아 파크웨이 박물관 지구(Parkway Museum District), 뉴욕의 박물관 거리(Museum Mile), 쾰른의 돔 광장(Dom Platz), 아테네의 열린 박물관인 대 산책로(Grande Promenade), 도쿄의 우에노 공원 박물관 단지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오스트리아 빈의 무제움 크바르티어. 구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구간을 살려 문화예술 클러스터로 조성했다. 약 3만 평의 부지에 2001년 개관.
박물관 클러스터는 특히 도시국가를 표방하는 대도시(Mega City)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런 클러스터는 ‘특정 장소와 그 안의 기존 건축물 사이의 독특하고 보편적인 관계’를 통해 한 도시의 문화관광자원으로서 산업자원의 역할 외에도 시설의 집적화를 통한 도시재생, 도심 재구조화라는 일거삼득·사득의 효과를 얻어왔다. 또 지형적 차원, 역사적 특성 및 물리적 존재를 통해 특정된다는 점에서 역사의 보존이자 계승발전이기도 하다.
최근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박물관이 휴관하는 기간에도 주요 도시의 미술관들은 꾸준히 시설 보완과 확장을 통해 클러스터화해 왔다. 또 문화적으로 후발인 중동과 아시아도 박물관·미술관 클러스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부다비의 샤디아트섬 프로젝트와 카타르의 박물관 클러스터, 홍콩의 서구룡 문화지구와 중국의 수많은 성별, 도시별 박물관 클러스터가 그것이다. 이렇게 박물관 클러스터가 각 나라와 도시의 역점 사업이 된 것은 문화관광산업에서 박물관 클러스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문화관광에서 박물관의 경제적 역할은 대단하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박물관이 교육 및 학습, 수집, 보존, 연구 및 향유의 목적으로 설립되었다고 믿지만,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박물관의 경제적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동시에 많은 박물관이 문화 관광객을 대거 유치해 지역 사회에 부를 더할 수 있는 잠재적 기관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제 박물관은 관광 산업의 핵심 파트너, 서비스 기반 경제의 핵심이자 새로운 혼합경제의 중심이다.
또 문화기관이지만 도시 개발의 촉매로 지역 경제를 강화하고 쇠락하는 도시를 살려내는 ‘제세동기’의 역할을 했다. 박물관의 경제적 이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면서 대중의 지원과 중앙 및 지방정부의 보조금,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더 많이 요구하고, 그 요청이 정당하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경제적 이점은 박물관 관리자와 경제 전문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제 문화예술 기관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광과 관광을 활성화하는 부수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문화 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입증되었다. 특히 박물관은 관광객의 지출을 늘리는 관광의 중심에 서 있다. 박물관의 산업적 이점은 부수적이지만 효과는 광범위하다. 그리고 박물관의 중요성은 관광 일정에서 꼭 방문해야 할 목적지로 ‘슈퍼스타 박물관’이 부상한 것으로도 입증된다.
박물관이 많은 곳에서는 행사 규모도 커질 것이다. 도시가 클수록 예술 및 문화 행사의 경제적 규모도 커질 것이다. 모든 박물관이 슈퍼스타 박물관처럼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 컬렉션이 없을 수도, 방문객에게 제공하는 경험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슈퍼스타 박물관과 클러스터화해 지역 자원을 통합하는 문화 생산 체인의 허브가 되어 서로 협력하면 규모가 미미한 박물관도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지금의 문화에서 박물관·미술관은 도시에서 물리적으로 특권적 위치를 차지하며 그것을 만들고, 정의하며, 변화시키고, 의미를 부여한다. 박물관 클러스터는 한 나라의 문화적 지위, 경제적 성장, 국가적이고 역사적인 공간이자 국격의 향상, 도시 진화의 일부이며 공공 영역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공공기관에서 공공 공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청와대와 인근 부지를 역사문화유적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기존 문화 인프라를 잇는 구심점으로 삼아 문화예술 역사 관광 클러스터로 조성하면 어떨까. 해방 후 1948년 주권국가로서 대한민국을 건국했지만 문화주권, 예술적 자주권을 상징하는 ‘근대미술관’ 없는 참담한 현실도 이번 기회에 극복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