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양도되면 매도인은 양도소득세를, 매수인은 취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매매계약이 일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됐다면, 매도인 또는 매수인은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매매계약이 모두 이행된 후 매도인과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하기로 합의했어도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계약의 위반이 있으면 상대방은 민법에 따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민법 제544조는 “당사자 일방이 채무를 불이행하면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한 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매도인은 매매대금을 달라고 독촉한 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법에 근거한 해제를 ‘법정해제’라고 한다. 계약이 법정해제되면 계약의 효력은 소급해 소멸한다. 매매계약의 효력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기 때문에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더라도 법적으로는 처음부터 소유권을 취득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취급된다. 그렇다면 매도인과 매수인이 계약을 모두 이행한 후 매매계약의 효력을 소급적으로 소멸시키기로 합의한 경우, 즉 ‘합의해제’의 경우에도 법정해제와 같이 매매계약의 효력이 소급해 소멸할까? 대법원은 합의해제의 경우에도 소급해 계약의 효력이 소멸한다고 본다.
양도소득세에 관하여 보자. 대법원은 법정해제 또는 합의해제가 있으면 계약의 효력이 소급해 상실돼 매도인이 자산을 양도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매도인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한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여 매도인의 계좌에 매매대금이 입금돼 있더라도 법적으로 그 돈은 처음부터 잘못 입금된 돈이기 때문에 매도인에게 양도로 인한 소득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매매계약이 해제되면 매도인은 국세기본법에 따른 경정청구 등을 통해 신고·납부했던 양도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계약이 취소된 경우에도 양도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계약의 취소 또한 계약의 효력을 소급해 소멸시키기 때문이다.
취득세는 어떨까? 대법원은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면 계약이 해제되더라도 취득세에는 영향이 없다고 한다.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취득세를 납부하였다면 합의해제뿐만 아니라 법정해제가 있더라도 매수인은 취득세를 돌려받을 수 없다. 반면 대법원은 해제와 달리 계약이 취소된 경우에는 취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본다. 매수인이 사기 등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하였다면 매수인은 취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취소와 법정해제 모두 법에 의해 계약의 효력이 소급해 소멸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므로 법정해제가 있었던 경우에도 취득세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대법원은 취득세와 관련하여 취소와 법정해제를 다르게 취급한다.
사례를 보자. 영희는 매매계약이 취소된 경우뿐만 아니라 합의해제된 경우에도 양도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반면 철수는 매매계약이 취소됐다면 취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지만 합의해제됐다면 돌려받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철수가 영희에게 계약이 취소된 것으로 가장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실제로도 사례와 같이 계약을 합의해제했으나 취득세 등을 돌려받으려고 계약을 취소한 것으로 가장하기 위해 허위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대법원은 착오를 이유로 한 계약의 취소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착오의 내용이나 계약을 취소하는 목적 등을 볼 때 실질적으로 합의해제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합의해제가 있었던 경우와 같이 취득세를 돌려받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3두2778 판결). 결론적으로 철수는 매매계약이 취소됐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매매계약을 합의해제한 것이기 때문에 취득세를 돌려받을 수 없다.
※ 본 칼럼은 필자의 소속기관과는 관련 없음.
허승 판사
현재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으로 근무 중이며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