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으로서 풍수는 소멸할 것인가, 아니면 신(新)산업으로서 확장될 것인가?”
최근 일부 유럽 지식인들의 우려 섞인 화두이다. ‘과학의 역사와 철학(HPS·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ce)’이란 학회는 미국·영국·독일·스위스·그리스 등 유럽 교수들로 구성돼 있는데, 사이비과학을 제거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학회는 2019년, <풍수: 학문과 사이비학문에 관한 강의(Feng Shui: Teaching About Science and Pseudoscience)>란 책을 출간하였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대의 매튜스 교수가 대표 집필했다. 매튜스 교수는 풍수가 서구시장을 잠식할 뿐만 아니라 유럽 학생들의 과학 교육에 심각한 폐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의 발언이다.
“풍수가 국제적인 성장 산업이 되고 있다. 수십억달러 사업이다. 풍수는 교육받지 못한 농부·소작농과 수준 낮은 도시 노동자들에 의해 공유되는 믿음일 뿐만 아니라, 소득이 높은 교육받은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환영받고 있다. ( … ) 풍수는 기(氣)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론인데 기 자체가 증명할 수 없는 허구이다. 풍수는 과학을 위장한 미신임을 학교에서 주지시켜야 한다.”
매튜스 교수는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 킨들’ 사이트에만 1000여 권의 영어 풍수서 목록이 있는데, 다른 유럽 언어들과 풍수 관련 사이트들을 합치면 몇 배가 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유럽에서 풍수가 수용되는 근저에는 유럽인들의 미신 숭배가 한몫한다고 본다.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그는 미국인의 3분의 2가 ‘텔레파시와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보고 있다. 2017년 ‘이탈리아국민소비자협회(INCA)는 이탈리아에 15만5000명의 점성술사·점쟁이·타로술사들이 영업활동을 하며, 이탈리아 인구의 4분의 1인 1300만 명이 정기적으로 이들을 찾는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들은 풍수에도 쉽게 유혹될 수 있다는 것이 매튜스 교수의 주장이다.
서구의 풍수 확산은 매튜스 교수 주장대로 ‘해악 산업’인가? 2년 전인 2021년 영국 리버풀대 마데듀 교수는 <풍수와 도시(Feng Shui and the City)>를 출간한다. 도시와 건축물의 가치향상과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풍수에 대한 진지한 사회학적 접근이다. 그는 “건축풍수는 해당 건축물과 부동산의 가치 향상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이롭게 하는 문화적 관계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마데듀 교수는 건축설계에서 풍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빙성 있는 출처가 결여된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마데듀 교수는 부동산 개발업자·건축가·인테리어 디자이너 등이 풍수를 비즈니스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아니, ‘비즈니스 풍수’란 실용단계를 넘어서 “우주를 바라보는 제3의 대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건축과 사업에 풍수가 활용될까?
세계적인 건축가 아이오밍 페이가 중국은행 설계를 의뢰 받았을 때이다. 비록 미국 국적이지만 조국인 중국의 문화와 자존감을 살리는 설계를 하고자 하였다. 그는 지리적 위치·건축비·풍수 3가지를 고려하여 ‘우후춘순(雨後春筍)’을 형상화하는 건축물을 설계하였다. ‘비 온 뒤 봄의 죽순’ 모습의 건물이다. 중국은행뿐만 아니라 중국이 그렇게 되기를 염원하는 건축행위였다. 그는 “풍수를 정확히는 모르나 풍수에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고 믿는다”고 풍수를 활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2013년 완공된 중국 ‘상하이타워’는 미국의 ‘겐슬러’ 건축설계업체가 설계한 것이다. 상하이타워 건물 모양은 지상에서 정상까지 꽈배기처럼 한 바퀴 비틀어 올라가는 형상이다. 하나의 거대한 용이 몸을 비틀며 곧장 구름 낀 하늘로 올라가는(直冲雲霄·직충운소) 모양이다. 용의 나라 중국의 문화를 반영함과 동시에 중국과 건물 소유주가 그렇게 되기를 염원하는 건축물이다.
건축물만 풍수를 사업화하는 것은 아니다.
풍수를 기업 경영에 반영하는 사례도 많다. 젊은 세대 마윈이 대표적이다. 한때 중국 당국에 ‘숙청’되었다는 소문이 났으나 여전히 건재하다. 마윈은 풍수 신봉을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중국 사나이”라고 했다. 2005년 그는 둥관 포럼에서 말했다. “풍수란 직접 그 장소에 가보면 알 수 있어요. 어느 팀에 문제가 있어 실적이 하락하면 저는 우선 영업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다른 것이 문제인지를 분석합니다. 때로는 풍수를 대입하기도 합니다.”
마윈은 “사무실을 옮길 때는 이전 회사들의 상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함을 강조한다. ‘땅과 건물의 길흉을 알려면 이전의 3대 주인을 살피면 된다(欲知其吉凶, 先看三代主)’는 풍수 격언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어느 정도 성공한 중견기업들은 성공의 증표로 자기 사옥을 짓고자 한다. 사옥 짓고 사옥에 깔려 망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마윈은 이 점을 정확히 직시한다. 그는 창업할 때 직원이 많지도 않은데 고급빌딩에 넓은 사무실을 임차하는 것이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신입사원들은 회사의 외모만 보고 높은 기대치를 가지지만 장차 창업 회사가 겪어야 할 어려움을 대비하지 않는다. 그런 회사는 이미 실패의 씨앗을 심어두고 있다.”
마윈이 처음 창업할 때 돈이 없어 항저우의 후판화위안(湖畔花園) 16동 202호 방 세 칸짜리 자기 집을 사무실로 썼다. 허름한 이 집은 지금도 회사의 ‘혁명 성지’로 여겨져 알리바바의 새로운 사업 개발은 모두 이곳에서 진행된다.
마윈은 제도권의 경영론이 아닌 전혀 새로운 방법이면서 동시에 전통 사상인 풍수를 통해서 그 ‘변화’의 이치를 직관한 것이다. ‘풍수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될 것인가? 앞에서 소개한 매튜스와 마데듀 교수의 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김두규 우석대 교수
국내 손꼽히는 풍수학자다. 현재 우석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활발한 저술활동을 통해 풍수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