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쉽게 말해 한 단계 위, 한 꺼풀 더 고급스러움을 덧씌운, 브랜드의 진일보한 기술을 총동원해 완성한 자동차다. 그러한 이유로 제네시스는 폭스바겐의 ‘아우디’, 도요타의 ‘렉서스’, GM의 ‘캐딜락’처럼 브랜드의 자존심이라 여겨지곤 한다. 4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G90’은 그러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가장 크고 넓고 다양한 기능이 총망라된, 그러니까 이 차는 제네시스의 자존심이다.
G90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매경LUXMEN> 10월호에서 공개한 ‘전국 富村 베스트셀링카’(2022년 1~8월 판매량 기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의뢰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성남 분당구, 부산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인천 연수구(송도) 등 5개 지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를 집계해보니, 강남 3구에서 가장 많이 팔린 대형 세단은 단연 G90(715대)이었다. 2위는 벤츠의 S클래스(382대)가 차지했다.
올 상반기 G90(9134대)의 전국 판매량을 살펴보면 2위(S클래스 6448대)와의 차이가 좀 더 확연하다. 올 1월 공식 출시됐으니 불과 6개월 만에 국내 국산·수입 대형 세단 왕좌에 오른 셈이다. 과연 G90의 무엇이 수입차가 선도하던 국내 대형 세단 시장의 판세를 뒤집은 걸까. G90에 올라 서울 도심과 국도, 고속도로 등 약 300여㎞를 시승했다. 조용하고 묵직했다.
첫인상은 날렵하고 우아하다. 여기에 또 하나, 마치 아끼는 정장에 잘 어울리는 명품 로퍼를 신고 한껏 멋스럽게 걸을 때처럼 왠지 모를 자존감까지 느껴진다. 이건 어쩌면 새로운 그릴과 두 줄 램프가 만들어낸 나름의 마법일수 있다. 제네시스 차량 중 가장 얇게 디자인된 두 줄의 헤드램프는 다시 한 번 돌아볼 만큼 조화롭게 디자인됐다.
옆면은 후드에서 시작돼 창문 하단부를 따라 트렁크까지 하나의 선(파라볼릭 라인)으로 이어지는데, 손으로 측면을 훑게 할 만큼 굴곡진 선이 매력적이다. 대형 세단은 대부분 기업 임원의 전용차로 쓰이며 중후한 외관을 뽐내기 마련인데, G90은 30~40대 젊은 임원을 겨냥한 듯 세련된 면모가 도드라진다.
실내는 예상대로 고급스럽다. 스마트키를 지니고 다가서면 매몰된 손잡이가 부드럽게 튀어 나온다. 운전석에 앉으면 스티어링휠부터 시트까지 뭐 하나 딱히 흠잡을 곳이 없다. 센터콘솔의 직관적인 배치도 썩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다. 오히려 별다른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디자인이 흠이랄까.
시동을 켜면 엔진 소리가 부드럽다. 5m(5275㎜)가 넘는 길이에 혹여 적응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지만 도심 구간이나 고속도로 모두 차체 크기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3.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m의 성능을 발휘한다. 생각보다 스티어링휠의 움직임이 단단했는데, 회전 구간에선 오히려 민첩하게 반응했다.
G90에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기본 적용됐다.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로 도로 정보를 인식하고 이에 맞춰 서스펜션을 최적의 상태로 제어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과 함께 주행 조건에 따라 차고 높이를 달리하는 기능도 고속도로에선 꽤 유용했다.
시트를 모두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뒷좌석 승차감도 만족스럽다. 모든 좌석에서 마사지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8957만~9307만원. 꽤 고가인데도 일각에선 S클래스(1억4640만~2억4170만원)와 비교해 가성비를 논하기도 한다. 아쉬운 대목이지만 브랜드 가치 제고 측면에서 이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6호 (2022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