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신재생·친환경소재 신성장동력 3축
구형모 대표 신사업 발굴로 경영능력 입증 과제
대한민국 재계 지도가 바뀌고 있다. 2023년 대기업 집단에 새 얼굴들이 대거 등장했다. LX, 에코프로, 고려에이치씨, 글로벌세아, DN, 한솔, 삼표, BGF 등이 주인공이다. 대기업 집단 신규 지정으로 이들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망에 들어가고, 경영활동상 각종 공시 의무를 지게 된다. <매경LUXMEN>에서 신규 지정 그룹들의 사업 현황과 지배구조 등 현안들을 기업별로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LG그룹에서 5개 회사를 떼어내 계열분리한 LX그룹이 출범 2년 만에 자산총액 11조원, 재계서열 44위의 대기업 집단으로 자리잡았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한국유리공업 등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거둔 결과다.
LX는 2021년 5월 LG그룹에서 인적분할 방식으로 계열 분리를 통해 탄생한 회사다. 구본준 회장은 2018년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별세하고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 모 회장이 취임하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큰조카인 구광모 회장과 각각 보유하던 ㈜LG, LX홀딩스 지분을 서로 교환하고, 일부는 시장에서 처분하면서 계열분리를 마무리했다. 당시 그룹명을 둘러싸고 여러 설이 돌았지만 결국 LX로 결정됐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LX의 ‘L’은 연결(Link)을, ‘X’는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 지속 가능한 미래(Next)를 의미한다”라고 설명한다.
LX인터내셔널 중심 매출 구조 탄탄
LX그룹은 계열분리 당시 지주사인 LX홀딩스를 주축으로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4개 사를 자회사로, LX를 손자회사로 편입했다. LX그룹이 출범과 동시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구본준 회장 특유의 공격적인 경영 전략이 있다.
먼저 주력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은 ‘한글라스’로 알려진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5904억원에 인수하고,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 지분(63.3%)을 인수하는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LX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인 LX판토스는 북미 지역 물류 회사 트래픽스에 지분 투자(311억원)를 진행했고, LX세미콘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설계 회사인 텔레칩스 지분(10.9%)을 취득했다. 그룹의 캐시카우 격인 LX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덩치를 키워나간 셈이다.
여기에 구본준 회장의 전공 분야 중 하나인 전자 분야도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1위 팹리스 기업인 LX세미콘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LX세미콘은 지난해 5월 국내 차량용 반도체 회사인 텔레칩스의 지분 10.93%를 확보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반도체 사업이 구 회장의 ‘숙원사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질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구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전신인 LG반도체 대표를 지냈지만 외환위기 속에 사업을 매각했던 아픈 경험도 있다.
덕분에 지난해 그룹 매출과 영업이익은 계열분리 이전 (2020년 기준)과 비교해 각각 57.7%, 234.3%가 증가한 25조2732억원, 1조3457억원을 기록했다. 자산 총액도 계열 분리 이전(8조930억원)보다 3조원 이상 늘었다. LG그룹 계열사 CEO 출신의 한 인사는 “LG그룹 시절 주요 계열사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한 구본준 회장이 특유의 공격 경영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함께 캐시카 우인 LX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안정적 지배구조 바탕 승계도 무난할 듯
LX그룹은 LX홀딩스(대표 구본준·노진서)를 정점으로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LX홀딩스는 상장사 4개, 비상장사 11개 등 총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LX홀딩스를 주축으로 LX인터내셔널(대표 윤춘성), LX 하우시스(대표 한명호), LX세미콘(대표 손보익), LX MMA(대표 박종일), LX판토스(대표 최원혁) 등이 주력을 이룬다. 여기에 구 회장 장남 구형모 부사장이 이끄는 LX MDI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구본준 회장은 LX홀딩스 지분 20.3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장남인 구형모 부사장이 12.15%, 장녀 구연제씨가 8.78% 등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지분율이 46.28%에 달한다. 5% 이상 대규모 주식을 소유한 기관 및 펀드가 없고 소액주주들이 나머지를 나눠 갖고 있어 구 회장 일가로의 지배구조는 탄탄하다. 구형모 대표는 LX홀딩스 설립 전까지 LG전자에서 경력을 쌓았다.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했으며 2021년 5월 LX홀딩스로 이동하기 전까지 LG전자 일본 법인에서 신사업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LX홀딩스로 이동 후에는 고속 승진 절차를 밟았다. LX홀딩스로 이직하며 경영기획담당 상무를 맡았으며 지난해 3월 전무 승진, 9개월 후인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해 신설된 그룹 싱크탱크인 LX MDI 대표로 올라섰다.
LX MDI는 LX홀딩스가 지난해 말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곳이다. 그룹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 컨설팅, IT·업무 인프라 혁신, 미래 인재 육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또한 대·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사업 운영 전반에 대한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마젤란기술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했던 구연제 씨는 LX홀딩스가 신사업으로 준비 중인 CVC에 합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된 바 있다. 하지만 진행 중인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그룹 경영 합류 가능성은 불분명한 상태다.
LX그룹의 승계 작업에 큰 걸림돌은 없다. LX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시동이 걸린 건 그룹 출범 7개월 후로, 당시 구본준 회장은 구형모 부사장(당시 상무)에게 LX홀딩스 주식을 850만 주 증여했다. 이에 구형모 부사장은 LX홀딩스 지분율이 11.75%로 급등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증여 이전까지 구형모 부사장의 지분율은 0.60%에 불과 했다. 여기에 구 부사장은 장내매수를 통해 LX홀딩스 지분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1.75%에서 12.15%로 늘었고, 올 들어서도 3536주를 샀다. 지분율이 변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관계자는 “LX MDI 대표이사에 오른 건 그룹 내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1987년생인 구형모 부사장이 아직 젊지만, 72세인 구본준 회장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추후 승계 작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녀 세대가 지분을 대거 보유해 승계 지렛대 역할을 할 만한 계열사가 없어 LX 오너 일가들은 배당을 통해 승계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LX홀딩스는 올들어 LX그룹 출범 후 첫 배당을 실시했다. 구 회장은 48억1779만원, 구 부사장은 28억7252만원을 받았다.
과제와 전망은
LX그룹은 올해 다각화와 동시에 주력 사업의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사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사업 가치를 높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그룹 내 경영개발원 역할을 수행하는 LX MDI를 설립했다. LX MDI는 계열사 대상 컨설팅 분야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사업 리스크를 예방·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해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금융업을 추가하며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과제도 여전하다. LX그룹이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펴고 있지만. 여전히 그룹의 전체 매출 중 LX인터내셔널에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LX그룹의 지난해 전체 매출(25조2732억원)에서 LX인터내셔널(LX판토스 포함)의 비중은 74.2%(18조759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계열사 5곳의 영업이익 합계에서 LX인터내셔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64.2%에 달했다. 주요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가운데 실적 개선을 이룬 곳도 LX인터내셔널뿐이었다.
특히 지난해 실적 개선은 석탄 가격 급등의 영향이 컸던 만큼 일시적인 효과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LX인터내셔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해상 운임 하향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2%나 하락하기도 했다. 새로운 성장 사업 방향을 정하기는 했지만 아직 신사업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증권가에서는 LX인터내셔널과 LX세미콘, LX MMA가 업황 하락에 올해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LX홀딩스는 올해 1분기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 줄어든 405억원에 그쳤다.
특정 계열사 쏠림 현상과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LX그룹 미래 먹거리 확보 중요성은 더 커졌다. LX그룹의 신성장동력은 앞서 구형모 대표가 맡고 있다. 이에 따라 LX MDI는 구 대표가 승계 과정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LX 측은 LX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친환경·광물소재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진출해 글로벌 거점으로 삼은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광산, 제련공장 등 2차전지 관련 사업 투자와 M&A를 본격화 하겠다는 전략이다. 2차전지 산업 밸류체인에 진입한 다는 목표로 핵심 원재료인 니켈을 확보(니켈 광산)하고, 이를 제련 가공해 기초소재로 공급하는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추가적인 중간 규모 M&A도 예상 되는데 친환경 광물, 신재생 발전, 친환경 소재 분야가 목표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