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드론 모빌리티 시대, 볼로콥터·우버에어·에어택시… 2020년 일부 지역서 드론택시 서비스 실시
이상덕 기자
입력 : 2019.10.28 14:37:25
수정 : 2019.11.02 14:32:08
사례1. 싱가포르 한 빌딩의 옥상에 있는 드론 택시 승강장인 볼로포트.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드론 택시인 볼로시티를 호출한다. 10여 분 뒤 도착한 드론 택시는 승객 2명을 싣고 시속 110㎞/h 속도로 35㎞를 날아 20여 분 만에 공항에 도착한다.
사례2. 미국 버지니아주 크리스천버그에 있는 한 주민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드러그스토어인 월그린에 물건을 주문한다. 이 주민은 주문이 가능한 물품 100여 개에서 몇 가지를 선택한다. 몇 시간 후 드론이 물건을 담은 박스를 싣고 날아와 마당에 조심히 내려놓고 날아간다.
드론을 활용한 모빌리티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사례1은 볼로콥터라는 드론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3년 내 상용화할 미래 비전이고, 사례2는 월그린이 알파벳 자회사인 윙과 손잡고 이달부터 돌입한 드론 배달 시범 서비스다. 무인 항공기를 활용해 물건을 운반하거나 사람을 태우는 것은 인류의 오랜 소망이었다. 84년 전인 1935년 영국이 훈련용 복엽기인 타이거모스(Tiger Moth)를 원격 조정할 수 있는 퀸비(Queen Bee)로 만들어 대공사격 훈련을 실시했고, 이에 자극을 받은 미국이 수펄이라는 드론(Drone)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 오늘날 드론의 기원이다.
▶이르면 2020년 드론 택시 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드론 택시 서비스를 처음으로 받아 볼 수 있게 되는 해는 2020년으로 전망된다. 볼로콥터나 우버에어 등이 서비스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또 국내에서는 약 2035년이면 플라잉카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약 1조5000억달러(1794조원)에 달하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가 부상하고 있는 까닭은 인류의 정주 환경과 무관치 않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1950년대 29%에 불과하던 도시 인구 비율은 현재 55%를 넘어섰고 2050년이면 66%에 달할 전망이다. 도시라는 공간에 밀집해 살다보니 2차원적인 기존 자동차로는 이동에 제약이 따르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글로벌 업체들은 플라잉카, 이른바 드론 모빌리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발 중인 수직 이착륙 드론은 130여 종에 달하며 인간이 조종을 하지 않아도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드론 모빌리티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드러블(drubble·드론과 버블 합성어)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에어웨어 등 시장에서 퇴출된 드론 관련 스타트업만 벌써 25개에 달한다.
우버 에어의 정류장 스카이포트 상상도
▶빌딩 옥상이 포트로 바뀐다
독일의 에어 모빌리티 스타트업인 볼로콥터(Volocopter)는 9월 5500만달러(약 653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중국에 있는 볼보의 모회사인 길리집단(Geely Holding)이 앵커 펀드를 맡아 이번 투자를 주도했다. 볼로콥터는 이미 2017년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로부터 3000만달러를 투자 받은 바 있다.
그만큼 자동차 업계에서 볼로콥터를 남다르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볼로콥터는 알렉산더 조셀(Alexander Zosel)과 스테판 울프(Stephan Wolf)가 2011년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현재 프로펠러 18개가 달린 2인승 수직 이착륙 드론(VTOL)을 테스트 중이다. 볼로콥터는 2017년 두바이, 2018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각각 항공 테스트를 완료했고, 올해 8월에 4세대 드론을 공개한 바 있다. 같은 달 헬싱키 국제공항에서 교통관리시스템을 도입한 시험 비행을 완료하기도 했다.
볼로콥터는 3년 이내에 두바이와 싱가포르에서 본격 상업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경쟁사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몰러 인터내셔널(Moller International), 조비항공(Joby Aviation), 릴리움(Lilium)과 같은 글로벌 스타트업뿐 아니라 에어버스, 우버까지 에어 택시 개발에 뛰어들었다.
아우디의 팝업 넥스트
알렉산더 조셀 파운더가 밝힌 드론 택시의 비전은 명확하다. “인류는 처음으로 도시에 사는 인구가 도시 밖에 사는 인구를 넘어서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운송 수단이 필요한 것이죠.” 볼로콥터는 현재 이착륙지인 볼로포트와 택시인 볼로시티를 모두 개발 중이다. 휴대폰 앱을 통해 지정된 볼로포트에서 볼로시티를 호출할 경우, 시속 110㎞/h로 35㎞를 주행할 수 있는 드론이 날아온다. 어림잡아 서울 종로에서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는 기술이다.
가장 잘 알려진 기업은 우버다. 우버는 2020년 항공 택시 시범 서비스를 미국 댈러스와 로스앤젤레스(LA), 호주 멜버른에서 각각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에릭 엘리슨 우버 대변인은 우버 에어가 멜버른의 심각한 교통 체증을 줄여 165억달러(약 19조5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멜버른 도심에서 공항까지의 거리는 19㎞밖에 안 되지만 러시아워에는 자동차로 한 시간이 걸립니다. 우버 에어를 이용하면 10분이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본격 상용화 시점은 2023년이다. 우버 에어는 6개의 프로펠러로 시속 241㎞ 수준으로 비행하는데 승객 4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형태는 헬리콥터와 드론을 결합한 구조다. 탑승 방식은 벨로콥터와 유사한데, 빌딩 곳곳에 정류장인 스카이포트를 건설하고 온디맨드 방식으로 우버에어를 호출할 수 있다. 우버는 수많은 드론 택시를 운항하고자 약 1에이커(4046㎡) 넓이에 시간당 드론 약 1000대가 착륙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중이다. 가격은 고급 승용차 호출 서비스인 우버X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의 항공기 제작업체인 에어버스도 올해 5월 4인승 드론택시인 ‘시티에어버스’의 무인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현재는 조종사와 함께 4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설정한 상태지만 드론이 스스로 조종 가능하다. 한 번의 충전으로 120㎞/h 속도로 약 80㎞를 주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아우디는 미래 모빌리티 ‘팝업 넥스트(Pop.up Next)’ 콘셉트를 공개했다. 팝업 넥스트는 자동차 모듈과 드론으로 구성돼 있다. 초소형 자율주행차로 정체 구간을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하늘을 날 필요가 있을 경우 드론을 자동차 지붕에 장착하는 방식이다. 또 안면인식, 음성인식 등 기능을 추가했다. 중국 드론업체 이항(EHang)은 오스트리아에 기반을 둔 항공업체 FACC와 손잡았다.
드론 택시 이항216이 그 산물이다. 무게는 340㎏로 승객 2명을 태우고 시속 150㎞/h 속도로 30분간 비행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도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에 대한 개발·사업을 담당하는 ‘UAM(Urban Air Mobility) 사업부’를 신설한다.
우버 에어의 드론 택시
▶ 드론 택배 눈앞에 왔다
현재 드론 택시보다 더 진전이 된 것은 드론 배달이다. 지난달 미국 최대 드러그스토어 체인인 월그린은 알파벳 자회사인 윙과 계약을 맺고 윙의 드론을 활용해 온디맨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서비스는 버지니아 주로 크리스천버그 거주자가 대상이다. 올해 4월 윙은 FAA로부터 항공 운반 인증을 받아, 연내에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은 바 있다. 그 파트너로 월그린을 잡은 셈이다. 월그린은 2010년 뉴욕 약국체인 듀안리드(Duane Reade)를 11억달러에, 2014년 유럽 약국체인 부츠얼라이언스(Boots Alliance)를 53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단행하면서 몸집을 불렸는데, 미국의 약국은 사실상 편의점 역할도 하고 있어 대형 할인 매점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셈이다. 월그린은 월마트 등을 제치고 드론 배달을 하는 미국 첫 소매업체라는 타이틀을 받게 될 예정이다. 버지니아주 크리스천버그 지역 주민은 음식, 음료, 처방전 없는 약품을 주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총 주문 가능한 물품은 100개에 달한다. 앱으로 주문하면 집 앞 정원에 물건을 놓고 가는 방식이다.
서비스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 월그린과 알파벳 자회사인 윙의 연대라면 좀 더 큰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UPS의 드론 사업부문 자회사인 플라이트 포워드다. 플라이트 포워드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드론 배송’ 승인을 받았다. 앞서 알파벳 자회사인 윙이 공중 배송 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낮 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한시적 승인을 얻은 데 그쳤다면 플라이트 포워드는 135항의 표준인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UPS는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무인 드론을 이용해 55파운드 이상의 소화물을 장거리 배송할 수 있는 길을 닦았다. 플라이트 포워드는 앞으로 의약품에 집중해 전국 병원망에 드론으로 의약품을 배송하는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서비스 확산까지 남은 숙제는?
다만 향후 드론 모빌리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려면 항공 체제 정비와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항공기가 추락할 경우 그 사고 규모는 자동차 사고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드론 택시가 본격 확산기에 접어들면 인간이 직접 조종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후·좌우·상하로 움직이는 데다 차량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므로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이 해법이어서다.
센서 기술, 경량 배터리 기술, 분산 추진 기술이 절대적인 이유다. 드론택시는 GPS에만 의존할 수 없다. 전후좌우뿐 아니라 높낮이인 고도를 인식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드론 시스템이 레이저 거리 센서인 ‘라이다(LiDAR)’를 기반으로 3차원 공간상 좌표를 알려주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이유다. 드론 택시에 탑재된 다양한 센서들로 주변 환경을 탐지하고 스스로 경로를 설정한 뒤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기술이 정착돼야 한다.
라이다 센서 방식은 레이저를 발사해 거리를 탐지하기 때문에 빛이 없는 밤에도 사용 가능하고 거리 정보를 드론이 직접 확보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다. 그러나 무엇이 사람인지 무엇이 사물인지를 식별하는 것이 용이치는 않다는 지적이 있다.
또 자율주행차는 도로에서 달리는 만큼 대형 배터리와 컴퓨터 등을 장착해도 큰 지장이 없지만 드론은 하늘을 나는 만큼 무게가 많이 나가면 이동이 어렵다. 또 충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연료 경량화가 필수적이다. 미국 알라카이(Alakai)가 개발한 수소 에어택시 스카이(Skai)는 배터리 대신 하이리움산업이 개발한 액화수소탱크를 탑재하기도 했다. 5명을 태우고 4시간 동안 400마일(643㎞)을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드론 택시는 도심을 날아다니는 만큼 소음 문제가 없어야 하며, 안전한 주행을 위해 다수의 독립 엔진들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분산형 전기 동력 추진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운임 요금도 변수다. 이에 우버 에어는 1마일당 평균 2.34달러 수준인 호출서비스인 우버X와 비슷한 요금을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항공 운임인 만큼 정류장, 충전시설, 관제시설에 대한 유관 정책이 함께 동반돼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뒤처져 있지만 한국도 드론택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차관 산하에 ‘미래드론교통과’를 설치하는 내용의 직제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드론 택시들이 부상하고 있어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미래드론교통과는 2년간 한시조직으로 운영되며 드론을 이용해 사람·화물을 이동시키는 드론 교통 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법률과 정책을 마련하는 임무를 맡는다. 특히 상용화 단계 이전에 법령 정비를 끝낸다는 방침을 세우고 내년 8월까지는 구체적인 법령·제도 및 인프라 구축 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드론 택시가 보급되면 수도권 지상교통 혼잡에 따른 통근 시간이 10~20%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출·퇴근 시간에 김포공항에서 잠실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70분 이상 소요되나 드론 택시를 활용하면 10분 남짓이면 도착할 수있다. 국토부는 “2023년까지 드론 교통관리체계 시범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라며 “드론 택시·드론 배달 상용화에 대비한 법제 정비와 지원 방안 마련 등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