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패션기업 중 하나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위기의 패션시장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발 빠른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1996년 해외 럭셔리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는 회사로 설립됐다. 당시 소비자 취향이 고급스럽고 새로운 것을 찾는 추세 속에 이 회사는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마르니, 스텔라 매카트니 등 해외 고급 브랜드들을 선보이며 새로 형성된 럭셔리 시장을 선도해 나갔다.
지금은 경쟁유통사들도 수입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유통 플랫폼을 갖춘 회사로서는 시초다.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국내에서의 럭셔리 산업을 이끌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 자체 브랜드 사업에도 도전장을 냈다. 해외 패션 사업을 통해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브, 지컷, 디자인 유나이티드, 톰보이 등 국내 브랜드 육성에 힘을 쏟은 것. 매년 해외로 많은 로열티가 빠져 나가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브랜드 키우기는 수익성 향상과 함께 국내 패션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한 업계전문가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 비즈니스 사업에만 몰두하지 않고 거기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토종 브랜드를 키우고 이를 통해 국내 패션 산업 발전을 도모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전했다.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 패션기업 매출 규모면에서 이랜드, LF, 삼성물산,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전통 패션기업에 이어 5위를 점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패션을 넘어 리빙과 뷰티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토털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청담동 사옥
▶국내 최장수 여성복 ‘톰보이’의 부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부도가 난 패션기업 톰보이를 2011년 인수했다. 톰보이는 여성복 톰보이, 남성복 코모도와 코모도 스퀘어, 아동복 톰키드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던 패션 회사다. 톰보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패션기업이었지만 2008년 이후 실적이 악화됐고, 2010년 7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여성복 톰보이가 지닌 헤리티지를 이어 나가기 위해 톰보이의 인수를 결정했다. 톰보이는 1977년 설립된 국내 패션 브랜드 1세대로, 매년 수십 개의 브랜드가 사라지고 생겨나는 국내 패션 시장에서 4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최장수 여성복 브랜드다. 부도와 함께 사라질 뻔했던 톰보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인기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톰보이의 사명을 신세계톰보이로 변경하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톰보이의 인기에 힘입어 신세계톰보이는 사업을 다시 시작한 지 2년 만인 2014년 법정관리를 졸업했으며, 같은 해 매출 1000억원에 영업이익 50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여성복 톰보이의 브랜드명을 ‘스튜디오 톰보이’로 변경하고 대폭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했는데, 신세계 강남점에서는 오픈 이후 열흘 동안 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침체된 국내 여성복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남성캐주얼 1세대 브랜드 코모도를 부활시키며 국내 남성복의 전통을 이어 나가고 있다. 코모도는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 백화점에 19개 매장을 오픈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톰보이와 코모도 외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여성 캐주얼 브랜드 보브(VOV)와 지컷(g-cut)을 인수해 정상급 브랜드로 키워냈다. ‘보브’는 원래 1997년 남녀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유니섹스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브랜드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경영난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 1998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하면서 여성복으로 재론칭해 지금은 1000억원이 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지컷은 지난 2007년 N.C.F에서 론칭한 여성캐주얼 브랜드지만, 시장 진입과 안착에 어려움을 겪으며 위기에 직면했다. 지컷의 상품력과 브랜드의 가능성을 높이 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같은 해 지컷을 인수한 후 인기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보브와 지컷은 각각 2011년과 2016년에 중국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두 브랜드를 통해 2020년에는 중국에서만 1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브 20주년 캠페인, 스튜디오 톰보이, 스튜디오 톰보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JAJU 통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초석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토털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2010년 이마트로부터 리빙 브랜드 ‘자연주의’를 인수했다.
자연주의는 2000년 6월 이마트 해운대점에서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출발한 브랜드로, 내추럴&베이직(Natural & Basic) 콘셉트 아래 자연스럽고 심플한 디자인의 생활용품과 패션 용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마트로부터 ‘자연주의’를 인수해 2012년 8월 이름을 ‘자주(JAJU)’로 바꾸고 브랜드를 전면 리뉴얼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주(JAJU) 브랜드 론칭을 위해 2년간 공을 들였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울프 올린스(Wolff Olins)에 의뢰해 브랜드의 새로운 콘셉트·전략·디자인 등을 업그레이드했으며, 기존 자연주의가 가진 한계를 넘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브랜드를 리뉴얼하면서 키즈와 트래블 용품을 추가했으며, 보디와 아로마 제품을 보다 보강했다. 디자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했으며, 기존 자연주의의 베스트셀러였던 식기와 주방용품 등은 실사용자인 주부들이 개발 단계에서부터 직접 참여해 품질과 디자인을 향상시켰다. 자주(JAJU)의 상품 중 식기에 쓰이는 도자기와 스테인리스는 모두 100% 국내 생산 원칙을 지키고 있으며, 타월 및 쿠션, 침구 등의 패브릭 제품은 질 좋은 인도산 면을 사용하는 등 합리적인 가격대를 넘어서는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향후 국내의 라이프스타일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자주(JAJU)의 유통 채널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 2014년 6월 20일 신사동 가로수길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고 같은 해 11월 말에는 코엑스몰에 매장을 오픈하는 등 본격적인 유통망 확장에 나섰다.
가로수길과 코엑스몰 매장은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평일은 약 2000~3000명, 주말은 4000~5000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통합 온라인몰 SI빌리지닷컴(www.sivillage.com)에도 입점되어 있다.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통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확장하며 2020년까지 5000억원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자주’, ‘자주’ 매장 내부
▶토털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발돋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토털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뷰티 사업에 관심을 갖고 2012년 프리 미엄 색조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했다. ‘비디비치’는 2005년 론칭한 대한민국 최초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로 당시 국산 색조 브랜드로는 드물게 백화점에 입점할 정도로 뛰어난 상품력을 지니고 있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의 가능성을 보고 인수를 결정했으며, 2014년에는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토털 뷰티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비디비치는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며 백화점, 면세점,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는 알리바바 그룹의 티몰, 타오바오와 명품 브랜드 판매로 유명한 온라인몰인 vip.com에 입점하며 중국 온라인 시장에도 진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를 동양인에게 가장 잘 맞는 브랜드로 키워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 외에도 다양한 수입 뷰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판권과 화장품 편집숍을 인수했으며, 2015년에는 이탈리아 화장품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국내 판권을 가져오며 뷰티 사업을 강화했다. 뷰티 편집숍은 ‘라 페르바’로 브랜드 이름을 변경하고 현재 20여 가지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2015년에는 화장품 제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5년 12월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인 인터코스와 50 대 50으로 합작 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했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세계 최고의 화장품 제조 기업과 국내 최고의 유통 회사가 만나 설립한 ODM(제조자 개발생산) 회사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올해 1월 경기도 오산시 가장산업단지 내에 제조공장과 R&D센터 건립을 완료했으며, 2월 초부터 한국·미국·영국 등으로부터 주문받은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인터코스가 보유한 최고의 기술력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아시아 시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2020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오산공장
▶SI빌리지닷컴, 온라인으로 영토를 확장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유통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9월 명품부터 패션, 뷰티, 리빙을 아우르는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부티크 ‘SI빌리지닷컴(www.sivillage.com)’을 오픈했다. SI빌리지닷컴은 국내 온라인몰 중에서 병행수입이 아닌 정식 판권을 바탕으로 가장 많은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온라인몰이다. 또한 패션, 뷰티, 리빙 제품을 한 번에 구입할 수 있어 자신과 집을 꾸미는 데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며, 디지털 토크쇼 같은 독자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SI빌리지닷컴 마케팅 담당자는 “다른 온라인몰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고급스럽고 다양한 브랜드의 조합은 SI빌리지닷컴만의 강점”이라면서 “자체 제작하고 있는 웹진 ‘더 스크랫’을 통해서 쇼핑 그 이상의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SI빌리지닷컴에는 20개의 해외 패션 브랜드가 입점하며, 모든 브랜드는 본사와의 계약을 통해 정식 수입되기 때문에 100% 정품이 보장된다.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 ‘아르마니 꼴레지오니’, 캐시미어의 제왕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 고급 패딩의 대명사 ‘에르노’, 이탈리아 컨템포러리 브랜드 마르니, 미국 컨템포러리 브랜드 ‘알렉산더왕’, 스웨덴 골프복 ‘제이 린드버그’ 등 지금까지 국내 온라인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고가 패션 브랜드들을 온라인을 통해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다.
SI빌리지닷컴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브랜드인 ‘보브’, ‘지컷’, ‘스튜디오 톰보이’와 남성복 ‘코모도’, ‘코모도스퀘어’, 캐주얼 ‘디자인 유나이티드’, 아동복 ‘톰키드’의 모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