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그룹인 메리츠금융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해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에 따르면 종금증권·화재·자산운용·캐피털 등 주력 4개 계열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모두 5071억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자산규모가 지난 2011년 3월 말 자산총액 11조 6257억원에서 지난해 말 32조 263억원으로 5년도 안 돼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종금증권 당기순익 136% 급증
계열사별로는 걱정인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영업이익 2279억원에 당기순이익 171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메리츠화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48%와 52%씩 늘었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 3517억원, 당기순이익 2969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이익을 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16%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36%나 급증했다. 자기자본 1조 7000억원 수준인 메리츠종금증권이 자기자본 4조원대인 다른 대형증권사보다 더 큰 이익을 내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지난 2012년 3월 출범한 메리츠캐피탈도 이익이 전년보다 배 이상 늘었다. 여신전문금융업을 하는 메리츠캐피탈은 지난해 영업이익 420억원, 당기순익 323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14%와 112%씩 증가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 존 리 대표의 지휘 아래 펀드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메리츠자산운용도 뛰어난 실적을 냈다. 지난 2015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6억원과 6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767%와 819% 급증했다. 대형 자산운용사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빠른 속도다.
메리츠자산운용의 펀드총자산은 2015년 말 8조 3059억원으로 2014년 말 6조 1860억원보다 34% 늘었다. 특히 주식형펀드자산은 작년 말 3조 6268억원으로 2014년 말 9023억에 비해 1년만에 2조 7245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주식형펀드자산이 11조 3759억원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전체 주식형펀드 증가분의 24% 가량이 메리츠로 몰린 셈이다.
▶철저한 성과보상 시스템이 깜짝 실적 원동력
메리츠금융이 이처럼 고속성장을 하는 원동력은 철저한 성과보상시스템에 있다는 게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경영의 핵심가치를 ▲인재중심 경영 ▲공정한 평가와 최고수준의 보상 ▲철저한 위험관리에 두고 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대주주를 위해 일하기보다는 (펀드)투자자를 위해 일한다”고 밝혔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얘기다. 그만큼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발탁해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하고 성과가 있으면 파격적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이 바로 메리츠의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최고의 인재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하는 메리츠금융그룹의 기업문화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인 셈이다. 이 같은 보상시스템 덕분에 지난해 깜짝 실적을 낸 일부 임원은 금융그룹 회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팀장급 직원 중에는 자신의 연봉보다 몇 배나 되는 성과급을 받은 사람도 수십 명에 달했다.
메리츠 그룹 관계자는 “학벌 공채 직급에 관계없이 철저하게 얼마나 기여했나 하는 성과에 대해 보상하는 시스템을 갖춘게 메리츠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 기업문화의 또 다른 특징은 중간관리자가 없다는 점이다. 메리츠의 모든 사업 조직은 팀원과 팀장으로만 구성된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군더더기는 배제하고, 보고체계를 간소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메리츠의 기업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