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문계의 90%가 논다”는 ‘인구론’, “문과여서 죄송합니다”라는 ‘문송합니다’, 인턴 생활만 반복하는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부르는 ‘호모인턴스’ 등 지난 2015년에 생겨난 신조어들은 청년들의 취업난을 극명히 드러냈다. 청년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며 큰 사회문제로 대두하자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쉽지가 않다. 이미 직장에 다니고 있는 중장년층 또한 취업난에서 자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계약직이나 다름없는 임원이 되기를 기피한 채 퇴사할 때까지 ‘만년 부장’으로 가늘고 길게 버티려 하고, 퇴직자들은 재취업을 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화려했던 지난날은 온데간데없고 반복되는 좌절 속에서 마음을 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년, 중장년층 가릴 것 없이 전반적으로 힘든 시기지만, 이런 때에도 자신만의 필살기를 통해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취업하려 하는가? - 신입사원이 되는 지름길
A양은 소위 사회에서 원하는 스펙을 모두 갖춘 인재다. 중학교 때부터 해외에서 유학해 대학교까지 졸업했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에서 1년간 경력을 쌓았다. 부모님의 성화로 한국에 돌아와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필자의 회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기회를 엿보기로 한 A양을 보며 이런 인재가 왜 취업이 안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던 중,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면접을 앞둔 그녀에게 컨설팅을 해주다가 깜짝 놀랐다. 기업에서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업과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의 적성이 무엇이고 왜 지원했는지,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는 있는지 등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A양은 면접 때 질문은 해도 되는 것인지, 여자라서 더 조신한 자세로 있어야 하는 것인지 등 지엽적인 것에만 신경 쓰고 있었다. “평소에 치마정장을 잘 입지 않아서 어색한데 바지를 입어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에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 본인이 가장 당당할 수 있는 옷차림을 하라”고 대답해 주며 이렇게 덧붙였다.
“면접 전 달달 외우게 하는 취업스터디는 던져버려라! 다 똑같아져서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고 ‘왜 이 회사를 그토록 원하는지, 어떤 일을 하면서 보람을 찾을 것인지, 반드시 성취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은 후 인터뷰에 응하라.”
A양은 이 말에 큰 각성을 하고 용기를 얻어 얼마 후 합격 소식을 알리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국내 대학에서 몇 년째 특강을 한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3, 4학년으로, 취업을 앞두고 준비 중인 200명 이상의 학생이 참여하는 대형 강의다. “13군데나 이력서를 넣었는데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며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취업이 힘들수록 학생들은 남들보다 차별화된 고(高)스펙자가 되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스펙이 취업의 기본 관문이라 해도 알맹이가 빠져 있다면 그것을 원하는 기업은 없다. ‘입사 후 나만의 차별화된 경험과 열정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청사진이 신입사원 취업의 열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우물을 파는 정공법이 직장인 이직 성공의 비결
다국적 기업의 인사 책임자인 B부장은 IT회사, 자동차 회사 등 분야는 다르지만 ‘인사’라는 업무에만 매진해온 15년 경력의 전문가다. 다른 업무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경력관리를 이유로 단호하게 ‘No’로 일관하며 뚝심 있게 한 우물을 팠다. 그는 인사 분야의 1인자가 되겠다는 각오로 퇴근 후 대학원을 다니며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그 후 강의할 기회가 많아져 이제는 아예 박사 학위까지 도전 중이다. 월간지에 꾸준히 글을 기고하고, 인사 관련 인터뷰나 방송 출연 기회가 있으면 거절하지 않고 참여하는 등 자신을 알리는 일에도 힘썼다. 스터디 그룹을 통해 국내와 다국적 기업 인사 담당자와의 주기적인 학습 조직을 만들어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정부의 인사혁신 프로젝트에 참가해서 전문가로서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 결과 인사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로 선정되고 관련 학회에서도 중책을 담당하는 등 명실공히 인사 전문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업들이 탐내는 인재가 되어 몸값이 높아지던 B부장이 어디로 갈지 궁금했는데, 얼마 전 신(新) 인사제도가 필요한 회사에서 파격적인 액수와 조건으로 스카우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장급 이상의 중간관리자라면 업무 전문성과 그 분야의 남다른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이직하겠다고 미팅을 요청한 후보자들 상당수가 업무 전문성을 지니기보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업무를 한 사람들인 것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한 적이 많다. 언제든지 대체가 가능한 업무로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럴 때 B부장처럼 자신만의 확실한 전문 분야와 개인 브랜드를 가진 사람이 더 높이 평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다져온 내실 있는 경력보다 더 큰 필살기는 없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선택은 재취업의 또 다른 길
지금은 탄탄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C전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에서 소위 말하는 자랑스러운 ‘별’을 달았던 사람이었다. 임원이 되었을 때는 온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뻤지만 ‘임원은 임시직원의 준말’이라는 말처럼 시장상황이 나빠지자 곧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갈 수 있는 곳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냈지만 공백은 점점 길어졌고 생각지도 못하게 1년가량을 쉬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마냥 좌절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했는데도 재취업이 어렵다는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 도서관에 가서 중학생 딸을 위한 영어사전을 손수 만들면서 마음을 달랬다. 어휘와 예문, 자기 생각까지 넣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전을 만들다 보니 자신의 이력서도 이렇게 정리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했던 업무와 실적을 중심으로 경력사항을 일목요연하게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과 목표가 잡혔다.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원하고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로 생각이 정리됐고, 재취업의 주체를 자신이 아닌 기업으로 맞추니 새로운 안목이 생겼다. 이런 간단한 사고의 전환은 곧 재취업 성공으로 이어졌다. 다시 일자리를 찾으려는 중장년층이라면 이력서를 정비해 보면서 ‘내가 재취업을 하게 되면 그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의 절정기를 보내고 난 중장년층들은 한눈에 봐도 연륜과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그것을 증명할 이력서가 구비되어 있지 않거나 이전의 조건만을 생각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보다는 기업과 사회로 무게중심을 옮겨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환원하려는 관점으로 취업 시장을 바라보면 더 많고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미국의 정치가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자신의 능력을 감추지 마라. 재능은 쓰라고 주어진 것이다. 그늘 속의 해시계가 무슨 소용이랴”라는 말을 남겼다. 지금은 분명 힘든 시기지만, 힘들다는 말만 되뇌기보다는 현실을 타개할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경기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고, 취업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만의 무기를 구비해야 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능력을 드러내고 재능을 발휘해야만 하는 시기다. 각각의 사례대로 각자의 상황과 연령대에 맞춰 자신만의 필살기를 개발해 꽉 막힌 취업의 길을 뚫어내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란다.